민주진보 진영 '파병의 정치학'…盧 이라크 파병과의 차이점

범여권에서 반대·신중론 우세…"한미관계 위해 불가피" 의견도
전문가 "호르무즈 파병, 이라크보다 더 위험…명분도 부족"

조국혁신당 의원들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9회 국회(정기회) 제9차 본회의에서 호르무즈 파병반대 손팻말을 세워두고 있다. 2026.9.17 ⓒ 뉴스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민감한 정치 현안인 해외 파병 문제가 또다시 범여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범여권 내에선 호르무즈 파병에 대한 반대론 및 신중론이 우세한 분위기다.

우선 진보 성향 범여권 정당은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조국혁신당과 진보당,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 등 범여권 4개 정당은 지난 14일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나 호르무즈 해협 군사 파병 반대 결의안을 조속히 처리해달라고 촉구했다.

4개 정당은 공동 입장문을 통해 "한 원내대표에게 불법적인 미국-이란 전쟁에 우리 국군 파병을 요구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압박에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적지 않다. 민주당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도 지난 17일 파병 요구에 대해 "어떠한 형식을 막론하고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지난 2003년 이라크 파병 동의안에 반대표를 던졌던 송영길 의원은 지난 7일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이라크 전쟁 때보다 더 명분이 없다"며 "헌법상 우리가 침략 전쟁을 반대하도록 헌법 5조에 명시돼 있을 뿐만 아니라 유엔 결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나 일본도 다 손사래를 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한미관계를 위해 파병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다. 5선의 박지원 의원은 지난 7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에 우리 선박을 지키는 것이나 여러 미국과의 관계를 봐서 비전투 병과라고 하면 어느 정도 파병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라며 "저는 그 불가피함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전쟁이 마무리 된 이후 파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민주당 소속의 진성준 국회 국방위원장은 지난 14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종전을 전제로 한 파병에 동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전쟁에 관여, 또는 개입하는 파병은 없다. 명백하게 말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관련 협조 요청을 거절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자 청와대는 "거절한 것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지난 7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회의실에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이 걸려 있는 모습. 2026.7.22 ⓒ 뉴스1 황기선 기자

민주 진영 내에서 해외 파병을 둘러싼 이견이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이후인 지난 2003년 4월 2일 노무현 대통령은 국회 국정연설을 통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굳건한 한미 공조가 필요하다며 이라크 파병 동의안의 조속한 처리를 호소했다.

파병 동의안은 같은 날 오후 열린 본회의에서 재석 256명 가운데 찬성 179명, 반대 68명, 기권 9명으로 가결됐다. 여당이던 민주당에서는 소속 의원 101명 중 96명이 표결에 참여했고, 찬성 49명, 반대 43명, 기권 4명으로 찬반이 팽팽하게 갈렸다. 반면 원내 1당인 한나라당에서는 118명이 찬성하면서 동의안 가결에 힘을 보탰다.

결과적으로 이라크 파병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더불어 노 대통령의 지지층이 이탈하게 만든 계기 중 하나가 됐다.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파병이 이라크 파병보다 더 위험하고 명분도 부족해 정치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 원장은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이라크 파병에 대해 "전쟁 후 평화 복구 및 재건 임무라 위험도가 높지 않았다"며 호르무즈 파병은 현재 이란 전쟁이 진행 중이고 확전 가능성도 있어 위험도가 훨씬 높다고 말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도 "(이란) 전쟁은 아무래도 명분 없는 전쟁으로 비치기 때문에 파병은 안 하려고 할 것"이라며 영국, 프랑스, 일본 등 다른 국가들과 연대해 상선 보호 활동을 하는 수준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박 대표는 다른 국가들과 연합하는 형태의 비전투병력 파병을 결정해도 "진보층 일부의 반발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진보층은 비전투병력 파병도) 트럼프에 협조하는 것으로 보고 비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gw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