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 없이 고성에 신상 공방만…반복되는 '맹탕' 인사청문회에 무용론도

증인 0명, 자료제출 거부에 의혹 규명 한계 지적…거친 설전도
전문가들 "제도보다 운영 문제…정파적 관행 개선해야"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선서문을 서영교 위원장에게 전달하고 있다. 2026.9.15 ⓒ 뉴스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김세정 기자 = 이재명 정부 2기 내각 후보자들을 검증하기 위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잇따라 열렸지만 후보자들의 자질과 정책 역량을 충분히 검증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 증인과 참고인이 빠진 가운데 신상과 과거 행적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반복되면서 인사청문회가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 15일 김승원 법무부·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16일 강신철 국방부·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했다. 이들의 청문회에서는 증인과 참고인이 채택되지 않으면서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을 충분히 규명하기 어려웠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이번 청문 정국의 최대 격전지로 꼽힌 김 후보자의 청문회에서 이 같은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신약 청탁 의혹과 배우자 등이 근무한 사회적협동조합 문제 등을 놓고 여야가 충돌했으나 관련 증인과 참고인 없이 후보자의 해명과 여야 의원들의 주장만 맞부딪쳤다.

국민의힘은 신약 청탁 의혹 등을 확인하기 위해 관련자들을 청문회로 불러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수사를 거친 사안을 반복해서 검증할 필요가 없다며 맞섰다. 자료 제출을 둘러싼 갈등까지 겹치면서 청문회는 의혹의 사실관계를 규명하기보다 여야의 공방으로 흐르는 모습이었다.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당일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브로커 양모 씨를 포함한 증인 44명 신청이 한 명도 채택되지 않았다. 민주당이 증인 없는 맹탕 청문회를 계획하고 있다"며 "후보자도 제출요구 된 376건 자료 중 64.6%인 243건을 제출하지 않았다. 부실 청문회로 이끌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위원회 의결 요구자료 584건, 서면질의 670건, 개별 요구자료 223건을 모두 제출한 것으로 보고 받았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형일·이소영 후보자 청문회에서도 부동산 문제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졌다. 두 후보자 모두 실제 거주하지 않은 채 장기간 보유한 아파트가 쟁점이 됐고, 야당은 상당한 시세차익이 발생한 점 등을 문제 삼은 반면 여당은 투기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맞섰다.

강신철·홍지선 후보자 청문회에서도 신상과 부동산 문제를 놓고 여야가 충돌했다. 강 후보자는 철거민 특별공급과 장남의 7억 원대 상가 구입 문제를 집중 추궁받았고, 홍 후보자는 신도림 아파트 매입 과정과 이른바 '경기 라인' 인사 논란 등을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문과세요", "쪽팔린 일" 등 거친 표현과 고성까지 오갔다.

이들 4명 후보자의 청문회에서도 자료 제출을 둘러싼 신경전이 반복됐다. 야당은 후보자들이 핵심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후보자들은 '사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자료 제출을 하지 않거나 자료 작성에 시간이 걸려 제출이 늦어진 것일 뿐이라고 맞서기도 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2026.9.16 ⓒ 뉴스1 황기선 기자

전문가들은 제도 자체를 손질하기보다는 인사청문회가 정파적으로 운영되는 관행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스1과 통화에서 "인사청문회 제도 자체는 대통령의 자의적 인사를 방지하고 고위공직 후보자의 역량과 도덕성을 검증하기 위한 국회의 견제 수단"이라며 "여야와 진보·보수를 떠나 대통령의 잘못된 인사를 문제 삼아야 하는데 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제도를 강화하더라도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증인·참고인 채택에 대해서는 "정략적으로 너무 많이 부르는 것도 문제지만 아예 부르지 않는 것도 문제"라며 "여야가 합의해 꼭 필요한 사람만 부르는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했다. 신상털기식 검증을 줄이기 위해서는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후보자를 지명하고, 문제가 있더라도 기용할 필요가 있다면 그 이유를 대통령이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나온 지 오래됐는데 각자 여당만 되면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법이 있어도 제대로 운용하지 않으면 제도 개선을 100번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제도의 문제라기보다 제도를 운용하는 사람들의 문제"라며 "비판이 있어도 임명을 강행하는 것이 사실상 '뉴노멀'이 된 상태에서 청문회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인사청문회가 실질적인 검증 장치로 기능하려면 증인·참고인 채택과 자료 제출을 둘러싼 여야의 힘겨루기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야당일 때는 철저한 검증을 요구하다 여당이 되면 후보자 방어에 나서는 공수 교대가 반복되는 한 인사청문회 무용론도 잦아들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liminallin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