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지도자의 말에는 여백이 필요하다
- 조소영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30분. 누군가는 아침 러닝을 하고, 누군가는 커피 한 잔과 함께 생각을 정리하고, 누군가는 출근 준비를 마칠 시간이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 후 첫 아침 회의에서 마이크를 잡은 시간도 대략 이만큼이었다. 처음이니 할 말이 많았으려니 했다. 오판이었다. 이후에는 모두발언이 짧아졌나 싶으면 마무리 발언을 했다. 김 대표는 회의 전엔 '37분 아침 방송'으로 칭해지는 '민티(민주당TV)07'에도 출연한다. 그야말로 김민석발(發) 말의 홍수다.
그러나 놀라지 마시라. 반전은 김 대표만 유독 말이 많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요즘 정치권을 들여다보면 여야 대표는 물론 차기 지도자를 꿈꾸는 정치인들, 대통령까지 경쟁하듯 말을 쏟아낸다.
당장 지난 토요일(12일)을 보자. 통상 토요일은 정치권의 오프데이로 불리지만 옛말이다. 이재명 대통령부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한동훈 무소속 의원,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쉬지 않았다. 적게는 두세 건, 많게는 열 건이 넘는 글이 게시됐다.
정치는 원래 말로 하는 영역이다. 말로 싸우고, 말로 설득한다. 세상이 바뀌기도 했다. SNS, 유튜브가 보편화되면서 정치인과 국민 간 직접 소통의 창구가 활짝 열렸다. 그러니 이 글의 요점을 눈치챘다면 정치인들은 따져 묻고 싶기도 할 것이다. '언제는 불통이라며!' 억울할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지도자, 그리고 지도자가 되고 싶은 이들의 말은 여느 정치인의 말과는 달라야 하지 않을까. 이들의 한마디는 당의 입장이 되고, 정부의 방향이 되며, 때로는 지지자들의 행동 기준이 된다. 묵직해야 할 말은 너무 자주 꺼내면 값이 떨어진다. 매일같이 말이 쏟아지면 정작 중요한 메시지는 무엇인지조차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말이 지닌 날카로움은 또 어떤가. 아무리 무던한 사람이어도 누군가와 말폭탄을 주고받은 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마주 앉아 대화하고 협상하기는 쉽지 않다. 말 한마디가 상대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 지지층을 자극하면, 훗날 통합과 타협이 필요한 순간, 그 말은 고스란히 정치적 비용으로 돌아온다. '말을 고른다'는 표현을 곱씹어볼 이유다.
그러니 모든 현안에 지도자가 직접 나설 필요가 있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지도자에게는 대변인을 비롯한 수많은 참모가 있다. 메시지를 다듬고, 불필요한 충돌을 줄이며, 때로는 말하지 않는 편이 나은 순간을 가려내라고 둔 자리다. 지도자가 사사건건 모든 현안에 직접 나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 한다면 그것은 과욕에 가까울 것이다.
말이 또 다른 말을 낳게 하는 구조로만 간다면 그것은 어느 순간 소음이 될 수밖에 없다. 지지층의 환호와 SNS의 주목을 받을 수 있겠지만 과연 그것이 지도자의 말이라 할 수 있을까.
덜 말하라는 것이 불통하라는 뜻은 아니다. 꼭 필요한 순간, 꼭 필요한 말을 골라 하는 것도 소통일 것이다. 촌철살인(寸鐵殺人)이라는 경구도 있지 않나. 지도자의 말은 많이 하는 데서 힘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함부로 하지 않을 때 무게를 얻는다.
요즘 정치권은 너무 시끄럽다. 여백이 필요하다. 이제는 조금 덜 말해도 된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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