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격전지, 현장을 가다] 고양덕양갑(종합) 손범규 vs 심상정

이번 4·11 총선에서도 여야간 사활을 건 싸움은 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격전지에서 더 치열하게 전개될 수 밖에 없다. 다수당을 목표로 의석수 확보 전쟁에 뛰어든 각 당으로서는 격전지마다 그 한 석을 얻느냐, 내주느냐는 그야말로 피를 말리는 대회전인 것이다. 민심을 얻으려는 여야 후보들의 부단한 움직임과 치열한 공방을 생생하게 전하는 한편 그들을 통해 총선 전체의 판세를 조망해 보기 위해 격전지 현장을 찾아간다.   <br>[총선 격전지, 현장을 가다]<경기 고양 덕양갑>

경기 고양 덕양갑은 재선을 노리는 손범규 새누리당 후보와 야권의 단일후보로 나선 심상정 통합진보당 후보가 4년 만의 불꽃 튀는 재대결을 펼치고 있다. <br>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는 오차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며 접전을 벌이는 상황이다.

4·11 총선 경기 고양시 덕양(갑)에 출마한 새누리당 손범규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29일  덕양구 대자삼거리 앞에서 아침 출근길 인사를 하고 있다. © News1 이동근 인턴기자

"액면가가 큰 부도수표보다는 부도가 나지 않는 자기앞수표나 현금을 더 좋아하신다."<br>6일 오전 7시 3호선 화정역 역사 안. "잘 다녀오세요"라는 인사말이 울렸다. 경기 고양 덕양갑의 손범규 새누리당 후보는 흰색의 새누리당 선거운동 외투를 입고 공손하게 출근 인사를 하고 있었다. 주변엔 '박근혜와 함께 덕양을 발전시키겠습니다'라고 쓴 손 팻말 든 선거 운동원들이 있었다. 유권자들 사이에선 "네", "열심히 하시네요" 등의 격려가 자주 나왔고, 인사를 나누고 웃어주는 주민들이 다수였다.<br>손 후보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평상시에 인사를 꾸준히 한 데 대한 반응 같다. 특히 4년 동안 의정활동 사항을 문자메시지로 알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역 현역 의원인 그는 4년 동안 70여개의 지역 사업을 진행하면서 주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br>그가 이번 선거과정에서 강조하는 것 역시 '지역 일꾼론'이다. "주한 미군 철수 등 대통령 후보들이나 할 법한 거대담론을 이야기하는 심상정 통합진보당 후보가 액면가가 큰 부도수표라면, 지역발전을 위해 일했고 다시 또 일할 일꾼인 저는 액면가는 조금 작을지 몰라도 부도가 나지 않는 자기앞 수표, 현금 같은 후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얼굴 사진에 슈퍼맨 몸을 붙인 캐리커쳐를 선거 공보물 등에 그려넣고 "슈퍼맨처럼 일하겠다"는 의지를 재치있게 보여주고 있었다.  <br>2시간여 출근 인사 후 화정버스터미널 2층에 차려진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손 후보는 지역 발전에 대한 사명감이 있다면서 계속해서 지역구 사랑을 역설했다. 그는 "중부대학을 유치하고 제2의 청계천으로 불리는 대장천 복원사업을 이뤄내는 등 지역 현안을 돌쇠처럼 해결했다"고 말했다. 덕양구 구도심 지역의 현안인 교통문제 해결 등을 위해서는 자신이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br>손 후보는 "과거 16,17대 총선에서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를 뽑았지만 유 대표가 지역을 위해 한 일이 무엇이 있느냐"며 "주민들은 중앙정치무대에서 방송 토론회에만 나오는 그런 입으로 정치하는 사람들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심상정 통합진보당 후보를 겨냥한 공세다. 손 후보는 '유시민 학습효과'로 인해 지역 선거 분위기가 좋다고 전했다. <br>이 때문에 그는 지역에 필요하고 실현가능한 공약을 준비하는 데 특히 역점을 뒀다고 한다. 손 후보는 우선 덕양지역 교통여건 개선에 가장 역점을 두겠다며 통일로 확장, 지하철 3호선 삼송역에서 파주까지 연장 등을 약속했다. 더불어 관내 각 급 학교에 강당과 컴퓨터실 설치하고 청소년문화센터 등을 유치하기 위해 '통 큰' 교육예산을 따내겠다고도 했다.<br>손 후보는 "야권이 단일후보를 만드는 등 과정을 통해서 잠깐 심 후보가 앞선다는 여론조사가 있기는 했지만 현재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내가 상승세에 있는 반면, 심 후보는 하락세에 있다"며 "특히 5일 박근혜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이 이 지역에 지원 유세 왔을 때 3000여명 이상의 주민들이 화정역 광장을 가득채운 것 역시 (나의) 상승세를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br>그러면서 이 지역은 해결해야 할 현안이 많기 때문에 역대 선거에서 모두 여당 소속 후보가 당선됐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또 심 후보 측이 선관위와 검찰에 자신의 보좌관을 허위사실 유포와 후보자 비방 등의 혐의로 고발한 것과 관련, "선거 막판 흑색선전이 난무하게 될까봐 우려된다"며 "야권의 마타도어가 걱정"이라고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br>민간인 사찰이나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의 막말논란과 관련해선 "(여야) 서로 간의 악재가 생길수록 유권자들은 어느 정당도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며 "진흙탕에서 모두 싸우기만 하는 사람으로 정치인을 인식할수록 아직 표를 어디다 던질지 결정을 못한 부동층은 결국 지역을 발전시킬 사람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br>막판 굳히기 전략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지금까지 하루에 한 동네를 집중적으로 돌면서 총력을 기울이는 선거 운동을 했다면 남은 5일 동안은 유세 차량 등을 이용해 보다 많은 주민들에게 다시 인사를 드리겠다"고 했다. 유권자들과 접촉면을 넓혀 자신의 존재를 다시 한 번 부각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는 "유세 차량의 큰 화면을 통해서는 5일 덕양을 찾아 힘을 실어준 박근혜 위원장과 함께 한 동영상을 주민들에게 보여드릴 것"이라고 귀띔했다.  

심상정 통합진보당 고양덕양갑 후보는 6일 일산병원을 방문했다 © News1 고유선 기자

추격전을 보는 듯 했다. 닷새 앞으로 닥친 4.11 총선에 임하는 심상정 통합진보당 경기 고양덕양갑 후보의 5일 아침풍경 말이다.<br>아직까지는 날이 쌀쌀해 통합진보당을 상징하는 보라색 점퍼 안에 두꺼운 옷을 한 겹 더 입은 심 후보는 이날 오전 7시부터 두 시간 동안 덕양구의 버스 정류장을 누비며 출근길 시민들을 만났다.<br>한 버스 정류장에서 인사를 마치면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차를 타고 다음 정류장으로 이동하는 식인데 대부분의 경우 심 후보는 뛰거나 아니면 재게 걸음을 옮겼다. 두 시간 남짓한 출근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시민들을 만나 얼굴을 보여야 선거운동의 효과가 높아지기 때문이다.<br>이날 아침 심 후보는 달빛마을과 고양경찰서 사이 10여개의 버스 정류장을 이렇게 세 바퀴 돌았다.<br>심 후보는 정류장에서 만난 시민들에게 "기호 4번 심상정입니다. 잘 다녀오세요", "야권단일 후보입니다" 등등의 인사를 건네며 일일이 악수를 청했다. 2030대 청년들에게는 "20대로부터 사랑 받고 싶은 정치인입니다"라고 인사했다.<br>후보자의 아침인사를 받은 시민들의 반응은 다른 후보들에 대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종종 후보에게 먼저 악수를 청하거나 수고한다는 말을 전해주는 이들이 있긴 했지만 아침이니 만큼 사람들은 대부분 무표정했다.<br>버스정류장을 돌며 인사를 하는 이유에 대해 심 후보 캠프측 관계자는 "지하철역 인사는 한 번씩 다 돌았으니 이번에는 버스로 출근하는 시민들에게 인사를 드리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철 역 앞에서만 출근인사를 하다보면 버스로 출근하는 시민들은 만날 수 없기 때문에 자리를 옮겨가며 인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심 대표는 출근인사 와중에도 버스정류장의 간이매점이나 손님을 태우기 위해 차를 세워놓고 대기 중인 택시들에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br>고양 덕양갑은 심 후보 측이 승리할 것이라는 기대가 큰 지역이었지만 최근까지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심 후보의 당선을 장담할 수 없는 박빙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br>심 후보는 자신이 뒤지거나 우세한 것으로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이 지역 18만 유권자 중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의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며 "여론조사가 중요한 게 아니라 다니면서 직접 피부로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며 신경쓰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였다.<br>그렇다면 피부로 느끼는 지역 분위기는 어떠냐고 묻자 그는 "여기가 진보에 좋은 토양은 아니지 않느냐"며 "그래도 진보가 좋은 정책들로 잘 가꿔나갈 수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열심히 할 생각이고 분위기는 좋다고 본다"라고 답했다.<br>캠프 관계자는 "지난 18대 총선에서 심 후보는 진보신당의 후보로 나서 5% 차이로 당시 한나라당 후보였던 손범규 후보에게 졌다"라며 "지금은 야권연대도 맺은 상황이기 때문에 (선거결과는) 괜찮을 거라 본다"고 강조했다. <br>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심 후보는 손 후보에게 5.83%포인트 차이로 석패했다. 당시 통합민주당(지금의 민주통합당) 한평석 후보는 11.54%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때의 지지율이 4년 후인 지금까지 이어져 왔을거라고 확신할 순 없지만 실제 그렇다면 심 후보에게는 충분히 승산이 있는 셈이다. <br>실제 달빛마을에서 만난 직장인 구모씨(37,여)는 "정당을 보고 주로 투표하는 편인데 새누리당은 말도 많고 탈도 많지 않느냐"며 "민주당을 지지하긴 하지만 이번에는 야권단일 후보인 심 후보를 찍을 생각이다"라고 말했다.<br>명함을 돌리며 인사 중인 심 후보에게 재미있는 선거운동 에피소드를 묻자 그는 "벽산아파트에서 유세차를 타고 선거운동을 했는데 어느 분이 집에서 딸기를 씻어 내려와서 주시더라. 단지에서 유세하면 이렇게 힘내라고 먹을거리를 많이 주신다"며 웃었다.<br>아침으로 황태해장국을 먹으면서는 "지역민들을 만나면 교육과 교통문제를 가장 많이 말씀하신다"며 "옆 지역인 일산은 덕양과 비교하면 교통도 더 잘 돼있고 학원들도 더 많아서 비교를 하면 그렇다"고 말한 뒤 자신의 주요정책인 '혁신교육특구'를 설명했다.<br>경쟁자인 손 후보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는 "손 후보는 젊고 유능한 후보"라며 말을 아꼈다.  

아침식사 후 다음 일정 장소인 일산병원으로 이동하는 동안 심 후보는 잠이 들었다. 심 후보는 매일 새벽에 나와 밤 9~10시까지 선거운동을 한다. 이날은 오전 5시부터 순복음원당교회에 들러 부활절 예배를 봤다. 참모들은 심 후보에게 "마침 병원에 왔으니 온 김에 링거를 맞고 가자"고 제안했지만 그는 인사를 마치자마자 곧바로 병원을 떠났다.<br>심 후보는 모두 9종류의 명함을 차에 싣고 다니며 상황에 따라 다른 명함을 나눠준다. 이날 소아과진료 대기실을 찾았을 때 그는 분홍색 색상의 명함을 돌렸다. 이 명함은 여성용으로 주로 엄마들에게 돌린다고 한다. 명함에는 "아이와 엄마가 행복한 덕양"이라고 적혀 있다.<br>그는 진료대기실을 돌며 "어디가 아프셔서 오셨어요", "덕양갑의 심상정 후보입니다"등등의 인사말을 건넸다. 대부분은 웃으며 인사를 받았지만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대기 중이던 80대 노인은 "상식이 있는 사람들이 병원에서 이러면 되느냐"며 호통을 치기도 했다. 병원측 관계자들과 심 후보, 후보의 운동원 2명이 한꺼번에 다니면서 인사를 한 탓이다.<br>△출신(나이): 경기 파주(53) △학력: 명지여고, 서울대학교 사회교육과 졸업  △경력: (전) 국회의원 (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재산: 1억8904만5000원 △병역: 해당없음 △납세: 5년 간 소득세 및 재산세·종합부동산세 142만원 △전과: 1건<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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