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막판 지지층 구심점 재편…與 '이재명', 野 '박근혜·MB' 전면에
與 당 지지율 웃도는 대통령 지지층 결집…전북 방어 해석도
박근혜 선대위원장급 등판…영남 보수 결집에 이명박도 가세
- 박기현 기자, 남해인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현 남해인 기자 = 30일 6·3 지방선거 사전투표 이틀차를 맞은 가운데, 여야 모두 선거 막판 당대표 대신 전현직 대통령을 중심으로 지지층을 결집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을, 국민의힘은 진영 내 상징성을 지닌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을 진영 결집의 구심점으로 소환하는 모습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전날 서울에서 열린 현장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 모두발언에서만 이 대통령을 25차례 언급하며 "이번 지방선거는 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는 선거"라고 규정했다.
정 대표는 같은 날 경기 성남 모란시장에서 "윤석열, 박근혜, 이명박. 이 감옥 3인방보다 10배, 100배 일 잘하는 분이 이 대통령"이라고 했다.
이후 충남 서산으로 이동해서는 "이 대통령 되고 나서 주식이 3배가 뛰었다. 윤석열 때 (코스피가) 2700이었는데 지금은 8000"이라며 "우리는 잘나가고 있다. 이 대통령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행보는 민주당보다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높은 상황을 활용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이 대통령 지지율이 과반을 웃도는 상황에서, 당 후보들이 이 대통령의 지지율만 고스란히 흡수해도 승산이 높아진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흔들리는 전북 표심도 전략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에서 제명된 김관영 무소속 전북지사 후보가 당내 '반청(반정청래)' 정서를 파고들어 전북 민심을 흔들자, 정 대표가 이를 방어하기 위해 '이 대통령을 지원하는 선거'라는 의미를 더 강조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장동혁 대표가 주요 후보들로부터 별다른 러브콜을 받지 못하는 가운데, 탄핵 이후 처음으로 공식 선거운동에 나선 박 전 대통령이 선거대책위원장급 일정을 소화하며 보수 결집의 중심에 자리 잡는 모양새다.
박 전 대통령은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을 돌며 부산·울산·경남과 대구, 충청권, 강원, 경북을 지원했다. 지난 28일에는 강원 원주 중앙시장에서 김진태 국민의힘 강원지사 후보를 두고 "오랫동안 알고 지낸, 책임감 있고 성실하게 일을 잘하는 분"이라고 했다.
영남권 일부 지역에서 역전에 이르지 못한 채 접전이 길어지는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이 당에 실망한 전통적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불러내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 대표 역시 연일 박 전 대통령을 거론하고 있다. 그는 "나라가 걱정돼 연일 전국을 돌며 유세하고 계신다", "박 전 대통령이 전국 유세를 하니까 민주당에서 선거판이 뒤집혔다고 생각한다"고 옹호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부산 지원에 나선다.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측은 전날(29일) 언론공지를 통해 이 전 대통령이 오는 31일 오전 11시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수영로 교회에서 박 후보와 예배 일정 등을 함께한 뒤 상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후보는 이 전 대통령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바 있다.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박민식 후보도 이날 일정에 참석할 계획이다.
두 전직 대통령은 보수 핵심 지지층에 대한 결집력은 강하지만 중도 확장성은 크지 않은 인물로 꼽혀 왔다. 그럼에도 영남권 중심으로 격전이 펼쳐지자 중도 확장보다 보수 결집이 급한 국민의힘의 막판 전략과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다.
양당의 이러한 현상은 여론조사 결과와도 맞물린다. 한국리서치가 한국일보 의뢰로 지난 18~19일 전국 18세 이상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정 대표의 선거운동·후보 지원이 지방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평가는 33%로, '부정적 영향을 준다'(25%)는 응답과 큰 차이가 없었다. 장 대표에 대한 평가는 더 박했다. 같은 항목에서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응답은 10%에 그쳐, '부정적 영향을 준다'(52%)는 평가의 5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정 대표가 전북에서 김 후보의 선전으로 위기에 몰린 데다 영남권에서도 밀릴 가능성에 직면하면서 국정 평가론으로 선거의 프레임을 전환하는 것"이라며 "이 대통령을 선거 중심으로 끌어들여 위기를 타개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엄 소장은 이어 "국민의힘의 경우에는 장 대표가 전면에 나서서 선거를 치르는 상황이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두 전직 대통령이 선거에 나서는 것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웹조사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응답률은 11.1%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표집오차 ±1.8%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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