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北헌법, 김정은 1인 영도 체제 공고화…대남 적대성은 줄어"
"핵 사용 권한 위임 첫 명시"…국무위원장 헌법기구상 1순위
"선대 통일 업적 삭제…여자축구단 방문 큰의미 두지 않아"
- 박기현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현 기자 = 국가정보원은 7일 북한이 올 3월 22~24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채택한 개정 헌법에 대해 핵 사용 권한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가진다고 명문화하는 등 1인 영도 체제를 공고화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보고했다.
또 이른바 '2국가론'을 바탕으로 영토 조항을 신설한 것은 맞지만, 대한민국에 대한 적대성은 상당히 줄였다는 특징을 가진다고도 분석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야 간사인 박선원 더불어민주당·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후 전체회의 종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국정원의 현안 보고 내용을 전했다.
박 의원은 "서문에서 김일성·김정일주의를 국가 건설의 총적 방향이라고 주장하지만 이후에는 김일성·김정일 표현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며 "선대(先代)의 국가 건설이라든지 통일 업적은 삭제됐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2국가 기조를 바탕으로 영토 조항을 신설했다. 그것은 국경선을 북쪽으로 중국과 러시아, 남쪽으로 대한민국과 접해 있는 곳을 영토로 한다는 내용"이라고 전했다.
다만 "전시에 대한민국을 평정해야 할 대상이라든지, 주적이라는 규약을 해야 한다는 내용은 헌법에 포함하지 않음으로써 2국가임을 분명히 했지만 적대성은 상당히 줄여나갔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영역의) 불가침성 침해를 용납지 않는다는 문구는 있지만 대남 적대 문구는 일절 없었다"며 "이번 헌법 개정을 통해 대한민국과 단절은 분명히 하지만, 그것이 대한민국에 대한 공세적 의미보다는 현상유지 및 상황관리에 방점을 뒀다고 (국정원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2024년 1월 시정연설에서 남북을 적대적 2국가로 규정하며 헌법 개정을 지시했지만 실제 개정 내용에는 이와 달리 적대성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정은 1인 영도 체제 공고화 부분에서는 헌법상 국무위원장의 위상이 대폭 강화됐다는 설명이다.
박 의원은 "국무위원장을 최고 영도자, 국가 수반으로 정의하며 국가의 대표성을 부여했다"며 "헌법상 배열도 과거와 달리 최초로 최고인민회의 앞에 국무위원장을 배치했다"고 했다.
또 "국무위원장에 대한 여러 견제 장치 기능은 모두 삭제됐고, 핵 사용 권한을 국무위원장에게 위임한다고 해서 처음으로 문서상 핵 사용 권한이 국무위원장에게 있음을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중요 간부 임면 권한에 최고인민회의 의장과 내각총리도 포함됐다.
이 의원도 "북한이 이번에 개정한 헌법은 가급적 헌법 본연의 보편적 통치 규범 성격을 강화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이 의원은 "김일성·김정일 인명도 빼고 '수령'으로 대체한 점이 큰 특징"이라며 "김정은 체제 핵심 통치 담론인 인민대중제일주의를 명확히 명기한 점, 대외 정책 원칙으로 자주·평화·친선에 더해 국익 수호를 처음으로 추가한 점도 특징"이라고 전했다.
이어 "전시 평정·주적 규약 등을 반영하지 않은 것은 나름대로 대외적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했다.
이 의원은 "김정은 집권 15년차를 맞아 통치 기본 틀인 헌법을 정비해 본인 권위를 제고하고 정책 추진 동력을 뒷받침하고자 한 것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며 "헌법 기구상 첫 번째 자리에 국무위원장을 배치한 점, 핵무력 지휘권 등 광범위한 권한 부여, 견제 장치가 사라진 점 등을 통틀어 볼 때 이번 개헌의 가장 큰 특징은 1인 통치가 더욱 공고화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또 "북한이 김일성·김정일 때 강조했던 무상치료, 세금 없는 나라, 실업을 모른다는 문구도 삭제해 현재 북한이 처한 현실을 반영했다"며 "과거와 달리 일방적 이념 선전 문구는 사라졌다"고 부연했다.
핵무력 지휘 기구 위임의 의미를 두고는 두 간사 사이에 해석 차이가 드러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원장의 설명은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대외적 명확한 선언으로 핵무력 지휘권을 명기했다고 본다'는 것"이라며 "국가 핵무력 지휘 기구를 구성하고 위임할 수 있다고 한 이유는 잠정적인 후계자, 또는 그에 준하는 유사한 의미를 갖는다는 답변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자 박 의원은 "그렇게 답변하지 않았다. 정확히 하자"며 즉각 반박했다. 그는 "현재 헌법상 국무위원장에 대한 핵무력 지휘 기구 권한을 위임한 것이고, 이는 (국정원이) 핵 사용 권한을 국무위원장에게 위임한다고 평가한다는 것"이라며 "핵무력 지휘 기구의 구성이라든지 김정은 유고 시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때 상황이 있다고 하면 그때 존재하는 후계자나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지 않겠나'라는 추측성 전망이 있었을 뿐 헌법에 그런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 의원은 오는 17일 북한 '내 고향 여자축구단'의 수원 방문 경기와 관련한 국정원 입장에 대해 "특별히 큰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긍정적으로 본다는 수준"이라며 "축구단 방문이 남북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일절 발언하지 않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이라고 전했다.
masterki@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