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관이 명관?…재보선, 새 인물보단 '올드보이 귀환' 무대 가능성

여야 모두 새 얼굴보다 구관…재보선판 흔드는 중량급들
이광재 평택을 송영길 하남갑…정진석 충남 원희룡 서귀포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이광재 의원이 1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누구나집 5.0 및 누구나주택보증 시스템 도입방안 세미나'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2021.6.1 ⓒ 뉴스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김세정 기자 = 6·3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공천이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여야의 시선이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로 옮겨가고 있다. 후보군이 넘쳐나는 여당은 '교통정리', 열세 속 새 인물 찾기에 어려움을 겪는 야당은 '구인난'에 직면했다. 여야 모두 검증된 중량급 인사들로 눈을 돌리면서, 이번 재보선은 '올드보이'들의 무대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광재 전 강원지사의 '경기 평택을' 출마와 송영길 전 대표의 '하남갑' 출마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국민의힘 역시 정진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해 김문수·원희룡 전 장관 등 중량감 있는 기존 야권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민주, 송영길·이광재 카드 만지작…김용 변수까지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르면 23일 전략공천관리위원회와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열고 일부 국회의원 재보선 공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전 지사와 송 전 대표의 공천 여부도 이때 함께 공개될 가능성이 있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송 전 대표를 두고 "재보선에서 어떤 역할이 부여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고민하고 있다. 당사자의 요청이나 선호를 다 고려하면서 함께 결론 내리는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청래 대표는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전 지사를 직접 언급하며 "유력한 강원지사 후보임에도 우상호 후보에게 (양보하는) 선당후사의 모습을 보여줬고, 강원에서도 이 전 지사를 안타깝게 생각하는 목소리가 많아 이번 재보궐 선거에 기회를 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염두에 두고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송 전 대표는 그간 인천 계양을 출마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혀왔지만, 최근에는 "당이 결정한 것에 승복한다"며 다른 지역 공천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재보선이 예정된 10여 곳 가운데 상당수는 민주당 의원들의 지방선거 출마로 생긴 여당 우세 지역이다. 이 때문에 경쟁력 있는 인사들이 몰리면서 오히려 교통정리가 쉽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출마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도 변수다. 김 전 부원장은 경기 안산갑, 하남갑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1·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대법원 판단을 앞둔 만큼, 그를 공천할 경우 선거 전반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힘, 인물난 속 '중량급 등판론' 부상
원희룡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 설치된 ‘국민의힘 대장동게이트 특검추진 천막투쟁본부’를 방문해 정진석 국회부의장과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가운데 김석기 의원. 2021.11.4 ⓒ 뉴스1 오대일 기자

반면 국민의힘은 사정이 다르다. 지지율 정체에다 지역 판세마저 불리하다는 분석이 이어지면서 경쟁력 있는 새 얼굴을 발굴하기 쉽지 않다는 평가가 당 안팎에서 나온다. 결국 선거 경험과 인지도를 갖춘 기존 중량급 인사들의 등판론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정 전 비서실장은 충남 공주·부여·청양 보궐선거 출마 여부를 두고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 충남에서 네 차례 당선돼 5선 국회부의장까지 지낸 만큼 지역에서는 출마 요청이 잇따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오는 29일 박수현 민주당 의원의 의원직 사퇴 여부에 따라 보궐선거 실시가 확정되는 만큼,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8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 전 실장 등의 출마설에 대해 "수도권 승리에 있어 필요한 중도 확장성과 인물 경쟁력 등 장점을 갖춘 분들"이라면서도 "그간 지역에서 텃밭을 가꿔온 우리 당 후보들이 계시기에 이런 부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관위와 선대위에서 합리적 결정을 내려주실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 출신인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서귀포 출마설이 오르내리고 있다. 원 전 장관은 제주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모두 졸업했고, 제주지사를 지낸 이력을 갖고 있다. 주변에서도 "서귀포에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권유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천 계양을 출마설도 자천타천으로 거론된다. 경기도지사 출신이자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나섰던 김 전 장관은 수도권에서 인지도가 높은 인사로 꼽힌다. 다만 김 전 장관은 "계양을에는 절대 나가지 않는다. 자진해서 출마할 일은 없다"며 선을 긋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지도와 체급은 강점이지만, 이들 모두 윤석열 정부 출신 인사라는 점은 부담 요인이다. 민주당이 6·3 지방선거 전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특검 추진을 예고하며 '내란 세력 완전 청산'을 내건 상황에서, 자칫 공세의 명분만 키워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지도 선거"…재보선 구조가 올드보이 부른다

전문가들은 새 얼굴보다 기존 인사들이 재등판하는 이유를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이번 재보궐 선거의 특징에서 찾았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재·보궐이 지방선거와 같이 치러지면 유권자들이 후보를 따로 구분해 판단하지 않는다. 결국 인지도가 높은 사람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올드보이가 올드보이인 이유가 있다. 다선이라는 건 그만큼 개인기가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하남갑 같은 접전 지역이나 충남 공주와 같은 농촌 지역에서는 선거 경험이 많은 인물을 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세대별 유권자 구조 변화도 원인으로 꼽힌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통화에서 "지금은 정치와 선거 패권이 60대로 넘어간 상황이라고 봐야 한다"며 "과거에는 2030이 캐스팅보터였다면 지금은 60대가 그 역할을 하는 구조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처럼 60대 중심의 선거에서는 새 인물을 찾기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굳이 발굴할 필요성이나 효과도 크지 않다"며 "민주당은 이런 흐름을 비교적 일찍 파악해 586 중심으로 선거를 준비해 왔고, 국민의힘은 지지율 열세 속에서 현역이나 기존 인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