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지지자'만 본다…입장차 좁혀지지 않는 양극 정치 심화
[尹파면 1년] '절윤' 이르지 못한 국힘…與도 '집토끼 공략'에만 집중
"탄핵된 진영은 피해의식…주도한 측은 주도권 쥐려 해"
- 이승환 기자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은 군경을 동원하여 국회 등 헌법기관의 권한을 훼손하고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함으로써 헌법수호의 책무를 저버리고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인 대한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하였습니다.
지난해 4월 4일, 헌법재판소 재판관 8명 전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한 선고문 일부 내용이다.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이 헌법수호의 책무를 저버린 '위헌'임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 파면 후 '정치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됐다. 특히 비상계엄 이후 수습에 나선 여야가 정치 양극화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스1과 통화에서 "원래 대통령이 탄핵되면 정치 양극화는 심해진다. 예고된 수순"이라며 "탄핵 당한 진영은 피해 의식을 갖게 되고, 탄핵을 주도한 쪽은 정국 주도권을 쥐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완전한 '절윤'(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이르지 못했다. 장동혁 대표는 지난해 12월 취임 100일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라며 헌재의 판단과 배치되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당에서도 여권의 민생법안 처리 시도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로 대응하는 등 강경 지지층 결집에 골몰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여권도 '집토끼 공략'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지난해 1차 특검인 3대 특검(내란·김건희·해병)에 이어 올해 1월 국회 본회의에서 2차 종합 특검법을 처리하면서 '내란 청산' 의지를 나타냈다. 그러나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이 내란몰이 프레임에 갇히면 중도 외연 확장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정부와의 엇박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추진하는 당의 검찰개혁 입법을 둘러싼 우려도 크다.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지난 1년간 대승적인 차원의 협치나 양보보다 각 당이 '내 지지자만 보고 간다'는 정치 양극화가 본격화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탄핵 선고를 앞두고 '경고성·호소용 계엄’이라는 논리를 펼쳐 야권의 강성 지지층의 위기감을 자극한 것이 이 같은 양극화를 심화시킨 결정적 요인으로 보고 있다. 윤석열 정권 출범 후 본격적으로 세를 불린 극우 성향의 지지층은 물론 2030 젊은 남성들까지 '경고성 계엄 논리'에 호응하면서 '윤 어게인'(다시 한번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 구호가 확산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경고성 호소용 계엄 논리'에 대해 "계엄법이 정한 계엄 선포의 목적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강성 지지층을 염두에 두고 윤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해당 논리를 배척하지 않고 오히려 정쟁화 수단으로 활용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특히 한때 친한동훈계이자 계엄 해제 표결에도 참여했던 장동혁 대표가 절윤 논란의 당사자로 지목된 상태다. 장 대표는 당내 절윤 요구에 확답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9일 윤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를 반대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윤 전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지 18일 만이었다.
민주당에서는 2차 종합특검법은 물론 검찰개혁(정부조직법 개정안·중수청법·공소청법)과 사법개혁 3법까지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했지만 정부와 당내 일각에선 '앞으로는 쟁점 법안 처리 과정에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이 해당 법안들에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어 민생법안과 개헌 등 협치가 필요한 현안을 처리하는 데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최근 2차 특검의 수사 인력과 범위 등을 확대하는 내용의 후속입법 법안도 발의한 상태다.
지난해 6월 이재명 대통령의 지명으로 3대 특검이 출범해 각종 의혹의 정점에 있는 윤 전 대통령 부부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126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중 구속 기소된 인원은 20여 명이다. 그런 만큼 당 일각에서는 2차 특검이 먼지떨이식 수사를 벌이면 자칫 내란몰이나 '특검 만능주의'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내란 청산을 위해 2차 특검이 불가피하더라도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공식 입장 표명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당 지도부가 "내란 잔재를 발본색원해야 한다"(정청래) 등 강성 입장을 발신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이 직접 강경한 검찰개혁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했으나 강성 지지층을 고려해 당 지도부가 강경 노선을 포기하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 상당하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정부가 미국의 관세 압박이나 중동 사태를 맞아 중도 보수까지 아우르는 정책을 선보이는 와중에 당이 자칫 내란몰이 프레임에 갇히면 선거를 앞두고 외연 확장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외연 확장을 위해서라도) 민생 현안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정부 차원에서도 보면 정치 양극화는 완화하고 있는 추세이지만 여의도 국회를 기준으로 보면 기득권 유지를 위한 세 대결이 여전하다"며 "양극화가 심화하면 지지층에 둘러싸여 고립될 수 있다"고 했다.
신율 교수는 "양당 모두 민생을 얘기하지만 실상은 정치적 생명 유지에 관심을 집중하는 것 아닌가 싶다"며 "지도부가 정치 양극화를 완화해야 하지만 오히려 (정치 양극화에) 앞장서는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mr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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