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로 채운 17시간35분 필버…'조작기소 국조' 반대 김예지

"보이지 않아 더 또렷하게 느껴…사법 영역 존중해야"
"尹 탄핵 찬성표는 원칙 때문"…장외서도 응원 메시지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3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계획서 승인의 건에 대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2026.3.21 ⓒ 뉴스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현 기자 =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계획서 승인의 건'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약 17시간 35분간 진행한 뒤 단상에서 내려왔다.

김 의원은 검찰의 조작기소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계획서 채택안이 상정된 전날 오후 4시 42분쯤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연단에 서 "이번 국정조사는 제도적 독립성 강화 대신 국회라는 정치권력이 사법적 판단 영역까지 확장하려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시각 장애를 가진 김 의원은 "저는 주로 촉각이나 청각으로 느끼고 살아가고 있다"며 "보이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뚜렷하게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말의 온도, 공기의 긴장, 지금 앞에서 다른 말씀 하시는 의원님들의 소리,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진심과 책임의 무게 같은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국회에 오기 전에 저는 정치라는 것을 하나의 분명한 형상으로 그려본 적이 있다"며 "흔들리지 않고 늘 같은 자리에 서 있는 든든한 소나무처럼 어떤 상황에도 푸른색을 잃지 않는 존재일 것이라고 생각했었고 그래야만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이어 "6년 동안 정치를 아주 가까이에서 경험하면서 느낀 것은 좀 달랐다. 정치의 모습은 고정된 현상이 아니라 끊임없이 흔들리고 때로는 방향을 잃은 채 변하는 것처럼 보였다"며 "어떤 순간에는 분명했던 기준이 흐려지고 또 본질보다 다른 것들이 앞서는 모습을 보면서 정치가 지켜야 할 원칙과 책임이 점점 희미해지는 것은 아닌지 사실상 이 고민도 해보게 되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정치는 헌법의 경계를 보아야 하고 또 권력의 한계를 보아야 하고 무엇보다 그 결정이 국민의 삶에 미치는 무게를 둬야 한다는 것"이라며 "원칙보다 유불리를 그리고 제도보다 진영을 국민의 삶보다 정치적 효과를 앞세우는 모습이 반복되는 듯하다"고 진단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1·2차 탄핵안 모두에 찬성표를 던졌던 일을 회상한 김 의원은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표결에 참여했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며 "계엄은 위헌, 위법이라는 사실을 저뿐만 아니라 수많은 국민들이 이미 몸으로 느끼고 계셨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그런데 지금 이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이 사안들이 과연 정당한지는 여전히 물어보아야 한다"며 "할 수 있다고 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할 때와 하지 말아야 할 때를 엄격히 구분할 때는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논의되는 이 국정조사 요구는 단순한 정치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단상에 서면서 우리 민주주의가 오랜 시간에 걸쳐 쌓아온 권력 분립의 금도가 흔들리는 순간을 마주하고 있다는 그런 위기의식을 느낀다"며 "실질을 들여다보면 국가의 사법 시스템을 정치의 영향력 아래 두고 다수의 의석을 기반으로 개별 수사 과정까지 정치적 기준을 투영하려는 매우 위험한 시도"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튿날인 이날 오전 10시 18분쯤 연단에서 내려왔다. 그는 필리버스터를 시작하며 예고했던 24시간은 채우지 못했지만, 17시간 35분간 활자 대신 점자로 자료를 읽어가며 토론을 이어갔다.

김 의원이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는 동안 장외에서도 응원 메시지가 이어졌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김 의원은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될 민주당 정권의 사법시스템 파괴에 대해 저를 포함한 그 어떤 법률전문가보다도 더 잘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의원의 필리버스터로 악법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 악법들로 가장 큰 피해를 볼 사회적 약자의 분노와 결기의 목소리를 선명한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며 "우리는 보수를 재건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한 다음 이 악법들을 되돌려야 한다"고 했다.

한지아 의원도 페이스북에 "필리버스터를 통해 공소취소 국정조사의 위법성과 그 문제가 무엇인지, 그 본질을 온몸으로 말씀하고 계신다"며 "대통령 개인의 사법 문제를 둘러싼 소모적 논쟁을 멈추고, 민생 문제에 집중해 달라는 말씀을 해주시기를 요청한다"고 적었다.

masterk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