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죽는 자리'라도 나올까…경기지사 차출론에 쏠리는 시선

험지라면 중도 확장 카드 필요…여조선 국힘 선호도 1위
"지금 계파 따질 때 아니다"…'배신자 프레임'은 부담

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 1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단식농성장을 방문한 후 취재진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6.1.20 ⓒ 뉴스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6·3 지방선거를 100여 일 앞두고 유승민 전 의원의 경기지사 차출론이 보수 진영 안팎에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험지라도 나와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르는 분위기다. 인구 1370만의 최대 유권자가 있는 경기도에서 보수 진영이 내세울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현실 인식이 배경으로 깔려 있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데다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으로 상징성이 큰 지역이다. 강세 지역인 만큼 여권에서는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를 비롯해 권칠승·김병주·추미애·한준호·양기대 등 전·현직 의원들이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국민의힘은 인물 기근이 심각한데 원외 인사인 심재철·원유철 전 의원 정도가 출마 의사를 내비친 상태다. 원내에서는 김은혜·안철수 의원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리지만, 여소야대 국면에서 승산이 불투명한 지역에 도전하기 위해 의원직을 내려놓을 가능성은 낮다는 게 당 안팎의 시각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어차피 쉽지 않은 선거라면 중도 확장성이 있는 후보로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현실론이 힘을 얻고 있다. 전통 보수층의 지지를 받는 인물로는 경기도를 사실상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가운데 유 전 의원의 출마 여부가 선거 판세의 주요 변수로 거론된다. 실제 최근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선호도 1위를 기록했다.

입소스가 SBS 의뢰로 지난 11~13일 실시한 조사에서 유 전 의원이 14%로 범야권 후보 1위에 올랐다. 케이스탯리서치가 KBS 의뢰로 지난 10~12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유 전 의원과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각각 21%의 지지를 받았다. 시그널앤펄스가 지난 10~11일 프레시안 의뢰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23.7%로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그러나 유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긋고 있다.

그는 전날(15일) MBN '시사 스페셜'에 출연해 경기지사 출마 가능성을 묻는 말에 "세 번째 말씀드리는데 (출마할 생각이) 전혀 생각 없다"며 "제게 남은 정치적 소명은 두 번의 탄핵 이후 완전히 망해버린 보수정당과 보수정치를 어떻게 재건하느냐(에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차출론의 불씨는 쉽게 꺼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 지도부와 노선을 달리해 온 유 전 의원이 지난달 장동혁 대표의 단식 현장을 직접 찾아 "서로 생각이 다르더라도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보수로 어떻게 거듭날 수 있는지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고 언급한 장면이 회자되고 있어서다.

정치권에선 장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유 전 의원에게 경기지사 출마를 직접 권유하고 삼고초려 할 경우 유 전 의원의 입장에 변화가 생기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유승민 차출론'에는 여권의 우세가 뚜렷한 경기도에서 판을 흔들 수 있는 중량감 있는 카드가 필요하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승산이 크지 않은 지역인 만큼,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에 확장성이 있는 후보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보수 진영 원로 인사는 과거 세월호 참사 직후 2014년 지방선거에서 전략적 인물을 배치해 승리한 경험을 언급하면서 "이번 지방선거는 당이 후보를 제대로 지원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서울과 부산은 물론 보수의 안방으로 불리는 대구마저 흔들린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당 안팎의 위기감도 크다. 한 영남권 의원은 "한동훈이든 유승민이든, 경쟁력이 있는 인물이라면 누구든 지방선거에 뛰어들어야 한다"며 "계파나 노선을 따질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유 전 의원이 갖고 있는 '배신자 프레임'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다. 친박계로 분류되던 유 전 의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 원내대표로서 국회법 개정안 파동을 겪은 뒤 사퇴 압박을 받았고, 탄핵 국면에서는 찬성표를 던진 뒤 탈당해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이 과정에서 보수층의 반발이 집중됐고, 이 이미지는 지금까지도 정치적 부담으로 남아 있다.

당심과 민심의 괴리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앞선 세 조사에서 전체 국민의힘 후보 선호도에서는 유 전 의원이 1위를 기록했지만,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한정할 경우 순위가 뒤바뀌었다. SBS 조사에서는 김은혜 의원(34%)이 유 전 의원(9%)을 크게 앞섰고, KBS 조사에서도 김문수 전 장관이 50%를 기록한 반면 유 전 의원은 15%에 그쳤다. 프레시안 조사 역시 김은혜 의원이 38.7%로 유 전 의원(24.7%)을 앞섰다.

이로 인해 일각에선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전격 등장해 장 대표의 단식 중단을 이끌어냈던 만큼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 전 의원의 배신자 이미지를 털어내기 위해 또 한 번 박 전 대통령의 역할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