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만에 중단된 與 합당 논의…2차 특검 추천 논란이 결정타

정청래 "지방선거 전 합당 논의 중단"
지난달 22일 합당 제안 후 논란 지속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에 대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6.2.10 ⓒ 뉴스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6·3 지방선거 전까지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혁신당에 합당을 제안한 지 19일 만이다.

정 대표는 10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지방선거 전 합당 논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추진위) 구성을 결정하고 조국혁신당에도 추진위 구성을 제안한다"며 "지방선거 후 통합추진준비위원회를 중심으로 통합을 추진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통합 논의 중단 결정은 당 안팎에서 통합에 대한 불만과 문제 제기가 지속해서 이어진 것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합당 논의 중단에 의견을 모았던 만큼 정 대표가 합당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평가도 나온 상태였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조국혁신당에게 합당을 제안하고 있다. 2026.1.22 ⓒ 뉴스1 유승관 기자
지선 승리 위해 합당 띄운 정청래…민주당 내부 즉각 반발

정 대표가 혁신당에 합당을 제안한 것은 지난달 22일이다. 정 대표는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당에 제안한다. 우리와 합치자"고 밝혔다.

당시 정 대표는 "이재명 정부의 성공, 지방선거 승리가 시대정신"이라며 "민주당과 혁신당이 추구하는 시대정신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6·3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조국 혁신당 대표는 "혁신당은 정 대표가 언급한 이재명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이라는 목표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최선의 길이 무엇인지 국민과 당원의 목소리를 경청하겠다"고 합당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정 대표의 기자회견 직후 이언주·황명선·강득구 민주당 최고위원은 정 대표의 합당 제안 발표에 즉각 반발했다.

지도부인 최고위원들과 논의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기자회견을 불과 20분 앞두고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열고 내용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져 절차적 정당성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민주당 내 반발은 최고위원뿐만 아니라 초선의원들 사이에서도 터져 나왔다. 민주당 초선의원 모임인 '더민초'는 이튿날인 23일 "절차적 정당성 없는 독단적 합당 추진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에서 반발이 격화된 사이 혁신당은 같은 달 24일 긴급 의원총회, 26일 당무위원회를 연달아 열고 합당과 관련한 내부 의견 수렴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언급해 민주당과 혁신당 사이에서 신경전이 일기도 했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밀약설 논란에 대외비 문건까지…'절차적 정당성' 논란 최고조

지난달 25일 고(故) 이해찬 전 총리의 별세로 합당 제안을 둘러싼 민주당 내홍은 잠시 소강상태에 머물렀지만,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합당 제안에 대한 반발이 커지던 지난달 29일에는 민주당의 한 의원이 민주당 출신 국무위원과 나눈 메시지가 공개되며 파문이 일었다.

해당 국무위원은 "밀약? 타격 소재. 밀약 여부 밝혀야. 당명 변경 불가, 나눠먹기 불가"라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전송했고 이 의원은 "네. 일단 지선 전에 급히 해야 하는 게 통(대통령)의 생각이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라는 답장을 입력했다.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합당 논의가 양당 간 '밀약설'로 비화하면서 민주당과 혁신당의 신경전은 더욱 커졌고 민주당 내 반발 역시 격화했다.

거듭되는 논란 속에 지난 6일 민주당 사무처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합당 관련 대외비 문건이 한 언론 매체를 통해 알려지면서 논란은 최고조에 달했다.

해당 문건에는 오는 27일 또는 3월 3일까지 혁신당과의 합당을 완료하는 구체적인 일정을 비롯해 혁신당 측 인사를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지명하고 혁신당으로 자리를 옮긴 옛 민주당 인사가 6·3 지방선거 공천 및 경선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정 대표는 "정식 회의에 보고되지도, 논의되지도, 실행되지도 않았던 실무자의 작성 문건이 유출되는 일종의 사고가 있었다"며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2차 종합특검 후보 추천을 둘러싼 당청 갈등이 불거진 것도 합당 추진 동력을 약화시키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민주당은 친청(친정청래)계인 이성윤 최고위원이 주도해 전준철 변호사를 추천했는데, 전 변호사가 과거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김성태 전 회장을 변호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추천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불쾌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합당 논의를 반대해 왔던 진영에선 "제2의 체포동의안 가결 시도"(이언주 최고위원), "명백한 반역이자 대통령에 대한 배신"(이건태 의원)이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청와대의 불편한 기류를 감지한 정 대표는 곧바로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이는 합당 논의의 추동력을 상실하는 계기가 됐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비공개 의원총회를 마친 후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26.2.10 ⓒ 뉴스1 신웅수 기자
'합당 중단'으로 모인 당내 의견…정청래 리더십 타격 불가피

민주당과 혁신당 지지자 사이의 갈등 역시 커지자 조 대표는 지난 8일 민주당을 향해 "2월 13일 전까지 공식적인 답변이 없으면 혁신당은 합당은 없는 것으로 하겠다"며 최후통첩을 보냈다.

조 대표는 합당과 관련해 "어떠한 밀약도 없었고 어떠한 지분 논의도 없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내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지난 주부터 초선, 재선, 3선, 중진 의원 등을 연달아 만난 정 대표는 합당과 관련된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원은 합당 논의를 일단 중단한 뒤 지방선거 이후에 본격적으로 논의하자고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당원 표심에 강한 정 대표는 '전 당원 여론조사'를 승부수로 꺼내려 했지만, 최고위원 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조 대표가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13일이 다가오자 정 대표는 이날 비공개 의총을 열고 전체 의원들의 총의를 모았다.

의총 결과 민주당 의원들은 합당 명분은 있으나 현재 상황에서 추진이 어렵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지도부의 신속한 결론을 촉구했다.

결과적으로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지방선거 전까지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정 대표의 리더십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논의 과정에서 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 더불어민주당 당원 여러분, 조국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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