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승부사' 장동혁, 이젠 지도자의 포용 보여줄 차례
- 손승환 기자

(서울=뉴스1) 손승환 기자 = "둘 다 똑같다." 한동훈 전 대표 제명 사태를 지켜본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이 남긴 이 말은 야당의 현 상황을 관통한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한때 집권여당 지도부 '동지'였던 장동혁 대표와 한 전 대표는 이번 제명 결정으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고, 그 결과 당은 내홍으로 얼룩졌다.
장 대표는 그간 여러 차례 승부사 면모를 보여 왔다. '1.5선' 당대표인 그는 비교적 짧은 정치 경력에 대한 우려에 24시간이라는 역대 최장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했다. 국회 로텐더홀에서 출퇴근 없는 8일간의 단식 농성에선 결기가 돋보였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중요한 고비마다 몸을 아끼지 않는 헌신성 만큼은 장 대표를 능가할 인물이 없다는 평가와 함께, 위기 때마다 승부사적 선택으로 국면 반전을 시도했다는 분석도 뒤따랐다.
그런 그가 최근에는 자신의 대표직과 의원직을 건 또 한 번의 승부수를 던졌다. 자신을 축출하려거든 상대방도 직을 걸고 덤비라는 의도였다. 물론 자신감의 배경에는 승리 가능성을 확신한 판단이 자리하고 있었다.
당권파인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은 지난 6일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가 치러질 경우 "70% 이상의 압도적인 당원들의 지지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당 싱크탱크의 자체 여론조사를 통해 재신임 투표로 가더라도 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제안했다는 방증으로 보였다. 다만, 이번 승부수를 놓고는 정치적 결단이라기보다 치밀하게 계산된 선택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는 머리로만 하는 산수가 아니다. 행정·사법고시에 모두 합격한 수재인 그의 영리함이나 명석함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반기를 든 세력을 향해 직을 담보로 한판 붙어보자는 모습은 장 대표의 정치적 리더십에 대한 물음표를 갖게 한다.
물론 그의 입장에선 반기를 드는 이들이 지방선거까지 갈 길이 9만 리인 당대표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저항 세력으로 보일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리더의 권위는 상대의 입을 막을 때가 아닌, 대화와 설득을 통해 상대조차 고개를 끄덕이게 할 때 발현되는 경우가 많다. "정치를 하라고 했더니 포커판을 만들어버렸다"는 30대 초선 의원의 지적이 공허한 비판만은 아닌 이유다.
국민이 정치권에 바라는 건 치밀한 수싸움이 아닌 가슴을 울리는 감동이다. 장 대표와 한 전 대표, 두 사람의 관계는 제명 사태 훨씬 이전부터 복원 불가능할 정도로 틀어졌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단식장을 찾아 손을 건넸다면, 반대로 장 대표가 자신에게 손 내밀지 않은 한 전 대표를 한 번 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여전히 남는다. 두 사람 중 누군가가 먼저 그랬다면 국민들은 모처럼 뉴스를 통해 정치 갈등의 피로감을 씻어내지 않았을까.
어찌됐든 12·3 비상계엄 이후 혼란스러운 보수 진영을 이끌고 가는 것은 제1야당의 수장인 장 대표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장 대표에겐 우선 바닥을 면치 못하고 있는 당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게 최우선 과제가 될 전망이다.
본인 스스로도 인정하듯 다가오는 지방선거는 야당에 녹록지 않은 싸움이다. 비상계엄에 대한 '보수 심판론'이 채 사라졌다고 보기 어렵다. 또 본인 말대로 자신의 정치생명 측면에서도 이번 지선의 중요성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가 선거 승리 또는 유의미한 성적표라는 소기의 목적 달성을 위해선 외연 확장이 필수적이다. 외연 확장의 핵심은 비상계엄 이후 국민의힘에 얼어붙은 중도층의 마음을 돌리는 일일 것이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국민을 감동하게 하는 포용의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내 반발을 잠재운 지금, 국민은 승부사보단 지도자로서의 장동혁을 기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승부는 계산으로 이길 수 있어도, 마음은 계산으로 얻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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