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반복된 '캐삭빵 정치'…승부수와 압박용 수사의 경계

張 사퇴·재신임 카드로 본 '거취 연계 정치'…책임과 계산 사이
오세훈 사례 이후 실제 사퇴로 이어진 경우는 손에 꼽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거취 표명 요구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6.2.5 / ⓒ 뉴스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박소은 기자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사퇴·재신임 전 당원 투표' 카드를 꺼내 들면서, 정치권에서 이른바 '캐삭빵'식 승부수가 주목받고 있다.

캐삭빵은 온라인 게임에서 패배 시 캐릭터를 삭제하는 조건으로 승부를 거는 행위다. 정치권에서는 당원·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본인의 거취를 정리하겠다는 약속으로 통용된다.

다만 실제 사퇴로 이어진 경우는 드물어, 책임을 강조하거나 정치 공세에 맞불을 놓기 위한 수사에 그친 사례가 더 많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장 대표는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일까지 누구라도 사퇴·재신임을 요구한다면 이에 응하고, 전 당원 투표를 통해 당원들의 뜻을 묻겠다"며 "당원들이 저에게 사퇴하라고 하거나 재신임하지 않는다면 당대표직에서 물러나고, 의원직에서도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캐삭빵 공방이 다시 시작됐다"라는 반응이 나온다. 한동훈 전 대표의 제명을 두고 국민의힘 내 계파 갈등이 불거지고 있었는데, 정치 공세를 틀어막기 위한 카드를 지도부에서 '캐삭빵'을 다시 꺼내 들었다는 해석이다.

무상급식주민투표율이 33% 미만으로 개표가 무산된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이 24일 오후 서울시청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결과에 대한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정치권의 가장 대표적인 '캐삭빵' 사례로는 2011년 8월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꼽힌다.

오 시장은 '단계적 무상급식이냐, 전면적 무상급식이냐'라는 논쟁을 두고 주민투표를 진행, 투표 결과에 따라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주민투표는 여야 대치 속에 정책 투표를 넘어 오 시장에 대한 재신임 성격으로 확대됐다. 투표율이 개표 요건인 33.3%에 미달하면서 무효 처리됐다.

오 시장은 이틀 뒤인 2011년 8월 26일 정치적 책임을 지고 시장직에서 사퇴했다. 결과와 거취가 실제로 연동된 드문 사례다.

반면 이후 정치권에서는 '직을 걸겠다'는 표현이 실제 사퇴보다는 압박용 발언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반복돼 왔다.

한동훈 전 법무부장관은 2022년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에 대해 "비슷한 자리에도 간 적 없다"며 "법무부 장관직을 포함해 어떤 공직이든 다 걸겠다. (의혹을 제기한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뭘 걸겠냐"라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2023년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이 김건희 여사 일가 땅과 연결돼 있다는 특혜 의혹과 관련해 "이 문제를 사전에 알았다면 장관직뿐 아니라 정치생명도 걸겠다"고 맞받았다. 이후 원 전 장관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전면 백지화를 선언했다.

반대로 원 전 장관은 2024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시 경쟁자였던 한 전 대표에게 "사천 의혹, 사설 여론조성팀 의혹, 김경율 금감원장 추천 의혹.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사실이라면 사퇴하겠느냐"라며 강수를 두기도 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런 '캐삭빵 정치'를 두고 평가가 엇갈린다. 명확한 책임을 전제로 한 고위험 승부수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실제 책임 이행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정치적 수사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원희룡, 한동훈 국민의힘 당시 당대표 후보들이 15일 천안 서북구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7.15 / ⓒ 뉴스1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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