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 업무지시·지선 공천까지…'의혹 누적' 김병기 결국 사퇴

어젯밤만 해도 '사과' 오늘 아침 '사퇴'로 선회…"고개 숙여 사죄"
선관위 구성해 원대 선출 절차 돌입…후임 박정·한병도·백혜련 등 거론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원내대표직 사퇴를 밝히기 앞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2025.12.30/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임윤지 기자 =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0일 자신과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 제기에 결국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민주당이 곧 후임 원내대표 선출 절차에 돌입할 예정인 가운데 관심은 후보군에 쏠리고 있다. 다만, 김 원내대표의 잔여임기(6월 중순)만 채우고 내년 6·3 지방선거까지 겹친 데다 예전과 달리 원내대표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져 쉽게 도전하는 분위기는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부인 '대화방' 업무지시에 강선우 1억 원 수수까지 의혹 누적…'사과'서 '사퇴'로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한참 미치지 못한 처신이 있었고 그 책임은 전적으로 제 부족함에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깊이 고개 숙여 사죄드리며 오늘 민주당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당초 직을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에 이날 입장 표명에서도 진심 어린 사과와 해명만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전날(29일) 강선우 의원의 '1억원 수수 의혹'과 관련한 대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직전에는 김 원내대표 부인이 성동구 의회 시의원 등이 함께 있는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업무지시를 한 대화창과 의회 부의장 업무추진비 카드 유용 관련 통화 녹음이 잇따라 공개됐다. 결국 이날 원내대책회의에 앞서 핵심 참모들만 참석한 비공개회의에서 사퇴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내대표가 사퇴를 결심한 배경에는 직을 유지할 시 언제, 어떻게 추가 폭로가 나올지 예측이 어렵다는 데 있다는 분석이다. 직 유지 시 계속된 폭로에 본인과 가족은 물론 동료 의원들, 나아가 당과 정부 전체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오랜 기간 함께 일했던 전 보좌진들이 폭로를 주도하는 만큼 김 원내대표가 단순 사과만으로 사태를 수습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 판단했다는 것이다.

김 원내대표와 관련한 의혹은 차남의 숭실대 편입 개입 의혹이 제기될 때만 하더라도 미풍에 그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국정감사를 앞두고 쿠팡 대표 등과 호텔에서 고가의 오찬 의혹이 불거지고, 관련 상임위 시절 대한항공으로부터 약 160만 원 상당의 호텔 숙박권을 수수했다는 의혹에 지역구 대형병원 진료 특혜 의혹, 배우자의 지역구(서울 동작갑) 구의회 구의원 업무추진비 사적 유용 의혹, 국정원에서 일하는 장남의 업무를 보좌진이 도왔다는 의혹 등이 연이어 터져 나오며 당내에서조차 거취에 대한 결단을 압박받았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원내대표직 사퇴를 밝힌 후 일어서고 있다. 2025.12.30/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김 원내대표의 사퇴로 민주당은 후임 원내대표 선출 절차에 돌입한다. 당장은 당헌에 따라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원내대표 대행을 맡으며 대야 협상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병도·백혜련 등 새 원내대표 후보군…잔여임기 짧고 지선 시기 역할 축소

민주당은 이르면 이날 중으로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해 원내대표 선거 절차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당헌에 따르면 원내대표 궐위 시 1개월 이내에 의원총회에서 재선출해야 한다. 임기는 전임자의 잔여임기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6월 13일 선출됐다.

김 원내대표가 선출됐을 당시 민주당은 원내대표 선거에서는 처음으로 권리당원 투표를 20% 반영했다. 선관위는 선거일과 의원 및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 등을 정할 방침이다.

현재 원내대표 후보군으로는 박정(3선, 경기 파주을), 한병도(3선, 전북 익산을, 현 예결위원장), 백혜련(3선, 경기 수원을), 서영교(4선, 서울 중랑갑)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또 조승래 사무총장(3선, 대전 유성갑)과 이언주 최고위원(3선, 경기 용인정)도 후보군에 오르내리고 있다.

다만 실제 일할 수 있는 기간이 4개월 정도고, 내년 6·3 지방선거까지 겹친 데다 원내대표의 업무 강도 등이 고려되면서 출마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최고위원 3인을 뽑는 보궐선거도 진행되는 민주당은 원내대표 보궐선거까지 맞으면서 내년 1월 중하순 이후 지도부 체제가 전격적으로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새 원내대표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구도가 재편될 수 있다. 박정 의원은 친명계, 백혜련·한병도 의원은 계파색이 옅다는 평가다.

ic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