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표명 D-1' 김병기, 진퇴양난…사퇴해도 안 해도 '후폭풍'

내일 원내대책회의서 입장 표명 전망…고심 끝 원내대표직 유지 가능성
폭로 이어질 시 사퇴 압박 더 거세질 듯…사퇴 시 원내 공백·개혁 차질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9일 전남 무안군 승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5.12.29/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가족을 둘러싼 갑질·특혜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의혹이 추가로 폭로될 때마다 공식 해명을 최대한 자제해 온 김 원내대표가 오는 30일 입장을 밝힐 예정인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일단 '원내대표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하루 사이 또다른 폭로들이 이어질 경우 상황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김 원내대표의 입장 표명 결과가 어떻든 정치권에 불어닥칠 후폭풍은 작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김 원내대표는 29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공항에서 열린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 추모식이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내일 거취 표명 등 입장 표명을 하는가' '한다면 어떤 형태로 하는가' 등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김현정 당 원내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일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입장 발표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다만 확정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 측은 "30일 본회의 일정 등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입장 표명을 하는 것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관심은 원내대표직 사퇴 여부에 쏠려 있다.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범여권, 당 일각과 진보 언론에서조차 김 원내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압박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원내대표직뿐만 아니라 의원직 사퇴까지 촉구하고 있고, 조국혁신당과 진보당은 "사안이 엄중하다"며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고 나섰다.

당 일각에서도 "해명할 수 있는 사안인지, 용단을 내려야 하는 사안인지 본인이 잘 알고 있을 것"(박범계 의원), "당에 부담을 안 주는 방법과 방향에 대해 깊게 고민해야 한다"(박주민 의원) 등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2025.12.24/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김 원내대표와 관련한 의혹은 차남의 숭실대 편입 개입 의혹이 제기될 때만 하더라도 미풍에 그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국정감사를 앞두고 쿠팡 대표 등과 호텔에서 고가의 오찬 의혹이 불거지고, 관련 상임위 시절 대한항공으로부터 약 160만 원 상당의 호텔 숙박권을 수수했다는 의혹에 지역구 대형병원 진료 특혜 의혹, 배우자의 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적 유용 의혹, 국정원에서 일하는 장남의 업무를 보좌진이 도왔다는 의혹 등이 연이어 터져 나오며 상황이 급변하는 기류다.

문제는 추가 의혹이 언제, 어떻게 터져 나올지 예측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오랜 기간 함께 일했던 전 보좌진들이 폭로를 주도하는 만큼 김 원내대표가 단순 입장 표명으로 사태를 수습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당은 우선 김 원내대표의 입장 표명을 지켜보자는 기류다.

박수현 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K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내일 입장표명은) 일단 해명과 사과에 더 방점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도 "그러고 나서도 국민께서 납득하지 못한다면 이후에는 어떤 생각을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사퇴도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결백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사퇴가 의혹을 인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했고, 산적한 현안을 풀기 위해서라도 직을 유지하기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는 당장 30일 본회의를 예정하고 있고, 민주당은 내년 1월 통일교 특검과 2차 종합특검(내란·김건희·해병대원), 사법개혁, 민생법안 등을 처리해야 한다.

김 원내대표가 직을 유지한다면 추가 의혹 폭로 등과 맞물려 야권과 범여권 등의 사퇴 압박은 더 거세질 수 있다. 반면, 직에서 물러난다면 원내대표를 새로 뽑아야 하는 등 원내대표 공백으로 인한 개혁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당 관계자는 "김 원내대표가 입장을 발표하기 전까지 어떤 의혹이 추가로 나올지, 그 후폭풍 여부에 따라 결단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그러나 그 가능성은 일단 작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ic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