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협상 후속조치 충돌…與 "초당적 협력" 野 "검증과 비준"

당정, 대미투자특별법 제정 수순…정청래 "성공적 협상"
"1인당 1000만원 부담"…국힘, 산중위 등 현안질의 추진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 팩트시트 타결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범 정책실장, 이 대통령,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이규연 홍보소통수석. 2025.11.1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한미 관세 협상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후속조치 방법론을 두고 여야가 다시 거세게 충돌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민에게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협상이라며 '비준'을 통한 검증을 강조한다. 더불어민주당은 특별법을 서둘러 발의해 핵심 산업의 관세 불이익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관세 협상 후속 조치가 연말 여의도 정치권의 뇌관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당정은 조만간 당정협의회를 통해 대미투자기금 설립 등을 담은 대미투자특별법 제정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4일 팩트시트 발표 직후 "다른 나라보다 훨씬 더 성공적이었던 것 같다"며 당 차원의 전폭적 지원을 공언한 바 있다.

국민의힘을 향해선 특별법 협조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이번 팩트시트는 결코 '백지'가 아니라 한미 협력의 지평을 새로 연 '국익시트'"라며 "국민의힘은 보수정당답게 외교·안보 현안만큼은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정은 팩트시트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MOU) 성격이 강한 만큼 별도의 국회 비준 없이 특별법 제정으로 후속조치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기업 부담을 하루빨리 경감하기 위해선 특별법 제정이 불가피하고, 국회 비준이 오히려 트럼프 행정부 이후 상황 변동시 두고두고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법안 발의는 이르면 이번 주 중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팩트시트에 명시된 관세 15% 인하는 대미 투자 이행을 위한 법안이 발의되는 달의 1일부터 소급 적용되기 때문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관련 후속조치가 국민에게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의 성격을 갖는 만큼 국회 비준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국민의힘은 대미 투자액 3500억 달러 기준으로 국민 1인당 약 1000만 원의 재정 부담이 불가피하다고 추산하며 공세를 이어간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번 협상에서 우리가 무엇을 얻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며 "반드시 국회 비준 절차를 통해 투명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동혁 대표도 지난 14일 공개된 팩트시트에 대해 '백지시트'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14일 팩트시트 발표 이후 원문 해석 작업도 진행 중이다. 조만간 상임위 현안 질의를 비롯한 추가 대응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오는 17일 오후 산업부를 대상으로 긴급 현안 질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마냥 비준을 고집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비준 논란으로 국회 특별법 제정이 지연되면 조속한 관세 인하 적용을 내세운 여당의 역공이 예상된다. 시급한 관세 인하에 발목을 잡는 듯한 모습이 재계 반발을 살 수 있고, 당 지지율이 20%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관세 협상 후속조치는 11월 예산 정국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편성한 '대미 투자지원 정책금융 패키지'는 국민의힘이 위원장으로 있는 상임위에서 줄줄이 감액된 바 있다.

국민의힘은 "협상 내용과 용처가 불분명하다"는 점을 감액 근거로 내세웠다. 팩트시트가 공개된 만큼 더불어민주당이 다시 원상복구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hy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