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과방위만 오면 실신하는 직원들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및 소관 감사대상기관 전체 종합 국정감사 도중 방송문화진흥회 직원 한 명이 땀을 흘리며 기절하는 사고가 발생해 의료진이 응급조치 후 이송하고 있다. 2024.10.24/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및 소관 감사대상기관 전체 종합 국정감사 도중 방송문화진흥회 직원 한 명이 땀을 흘리며 기절하는 사고가 발생해 의료진이 응급조치 후 이송하고 있다. 2024.10.24/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박소은 기자 =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지난해 있었던 일이다. 22대 국회 첫 국감이 열리던 10월 24일, 여야는 최민희 위원장에 대한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의 평가를 두고 격렬하게 언쟁했다. 국민의힘은 모니터단의 평가를 빌려 최 위원장의 의사 진행을 '갑질'이라 비판했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그런 표현을 묵과할 수 없다며 맞섰다. 최 위원장도 "제가 마음이 연약해서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이렇게 흔드는 게 힘들다"며 질의를 중단하고 정회를 선포했다.

정회 선포 의사봉 소리가 끝나자마자 증인·참고인 석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과방위 산하기관의 한 직원이 자리에서 쓰러졌다. 새하얘진 얼굴에서 비 오듯 땀이 쏟아졌고, 주변에 앉아있던 직원들은 안절부절못했다. 민주당 일부 과방위원들이 뛰어와 넥타이와 벨트를 풀고, 신발을 벗기라 지시하고 의료진을 호출했다.

사태가 수습되기도 전, 2차전이 발발했다. 'XX 아주 죽여라 죽여'라 내뱉은 김태규 당시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의 욕설을 두고 민주당 의원들이 반발하면서다. 정회 22분 만에 속개된 과방위에서 최 위원장은 혼절한 직원을 두고 "무탈하길 바란다"고 말했고, 이후 김 전 부위원장의 욕설에 대한 말싸움으로 그날의 국정감사가 뒤덮였다.

최민희 위원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들에게 국감 지연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2025.10.16/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올해도 과방위 직원들이 쓰러졌다. 사무처 소속 직원들로, 지난해보다 두 명 늘어난 세 명이다. 국회 직원들 사이에서는 "과방위에 배치되면 무조건 휴직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온다.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고성과 비아냥, 밥 먹듯 이어지는 정회와 정쟁 속에 12시간 넘게 노출된다면 건강이 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듯 과방위에서 정신적·신체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직원들이 매년 발생한다. 그런데 과방위에서는 이마저도 해결의 대상이 아닌 정쟁의 대상이 된다. 국민의힘은 "최 위원장의 독선적 의사진행 탓"이라 비판하며 회의장을 떠나고, 민주당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한다.

민주당은 KBS에 대해서는 '정권의 나팔수'가 위험한 현장으로 영상 취재 기자들을 내몰고 있다며 꾸짖는다. 그러나 정작 민주당이 위원장으로 있는 과방위의 노동환경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보호해야 하는 대상과 묵인해도 되는 대상이 정파를 기준으로 나뉜다.

상임위 입법 성과는 어떤가. 업계의 박수를 받은 인공지능(AI) 기본법은 AI의 공공데이터의 활용 근거나 저작권 문제, 규제조항 등 후속 입법이 미진해 구멍이 숭숭 뚫린 상태다. 야심 차게 출범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도 출범 한 달째 위원장과 위원이 공석 상태로, 국감장에 '직무대행'이 줄줄이 출석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올해 국정감사는 끝났지만 여야 간 정쟁은 계속되고 있다. 그 최전선에 과방위가 있다. 최민희 위원장을 비롯한 여야 의원들, 국회 과방위 소속 직원들, 이들 모두 언제쯤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되찾을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sos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