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통화스와프 빠지고 284조 현금 부담 확정…합의문 공개해야"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극적으로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에 대해 국민의힘에서는 "불확실성이 해소돼 다행이지만 부담의 시작"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방식이 당초 정부가 설명한 ‘직접투자 비중 5% 내외’보다 크게 확대됐다는 점, 한미 통화스와프가 협상에서 빠졌다는 점, 외환보유고·환율 관리 부담이 커졌다는 점 등이 우려 요소로 꼽혔다. 정식 합의문이 없다는 점도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대통령실은 양해각서(MOU) 이행을 위해 △대미투자펀드 기금 신설 △정부 보증채 발행 △펀드 운용 특별법 제정 등이 필요하다며 국회 논의를 요청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구체적인 협상 내용 공개가 먼저'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향후 특별법 제정이나 비준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장동혁 대표는 3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우리 기업에는 그나마 한숨 돌릴 수 있는 소식이었다"면서도 "벌써 미국에서는 우리 발표 내용과 다른 입장을 하나씩 얘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3500억달러 대미 투자 합의 자체가 원죄”라고 규정했다. 그는 우선 투자 규모가 한국 경제가 감당하기에 과도하게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3500억달러는 한국 GDP의 18.7%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일본(13%), 유럽연합(EU·6%)과 비교해도 부담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여기에 에너지 구매와 차세대 산업 분야 투자 1500억달러까지 포함하면 총액은 6000억달러로, 일본이 미국과 맺은 5500억달러 협력 규모보다도 더 커진다.

그는 "정부가 여러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설명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그 의미가 국민 부담을 낮추는 게 아니라 외환시장이 받을 극단적 충격을 완화했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국민이 짊어져야 할 부담은 그대로라는 취지다.

그러면서 △ 현금 투자 비중이 대폭 확대됐고 △수익 배분 구조가 우리에게 불리하게 바뀌었으며 △투자 대상 선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 외환시장 부담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합의의 문제점을 네 가지로 정리했다.

그는 당초 정부가 "10년간 150억달러씩 총 1500억달러 현금투자"를 제시했는데 이번 합의에서는 연 200억달러씩 10년간 총 2000억달러 현금 납입으로 규모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송 원내대표는 "결과적으로 선불이 일부 할부금으로 바뀐 거 말고는 총 금액이 그대로 유지됐다"고 했다.

수익 배분에 대해서도 정부는 "원금 회수 전 수익의 90%를 우리가 가져온다"고 했지만 실제 협상 과정에서는 미국 요구대로 5대 5 구조에 가깝게 조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송 원내대표는 주장했다.

또한 송 원내대표는 외환시장 부담이 가장 큰 위험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외환보유액은 4100억달러 수준이지만, 한국은행에 따르면 실제 시장 안정에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은 150억~200억달러에 그친다는 것이다.

그는 "매년 200억 달러를 내야 한다면 (연간 수익률) 전부 다 미국에 보내야 한다. 외환 관리의 여력 자체가 매우 제약된다는 뜻"이라며 "여기에 환투기 세력까지 붙으면 외환시장 관리가 매우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조선업 'MASGA(미국 조선업 재건)' 프로그램 관련 1500억달러 투자, 국내 기업이 별도로 1500억달러를 추가 투자하기로 한 점도 문제로 제기했다. 해외 투자를 통해 시장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는 있지만, 그만큼 국내 생산기반과 고용이 빠져나가 '제조업 공동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겉으로는 국익 외교, 실상은 탄핵감 굴종 외교"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새벽 SNS를 통해 한국 기업과 사업가들이 투자하는 금액은 6000억 달러를 넘을 것이라 밝혔다. 실상은 3500억 달러가 아닌 6000억 달러"라고 비판했다.

우재준 최고위원도 "자동차 관세 또한 기존 일본보다 유리한 지위가 없어지게 됐다"며 "정부는 협상안에 대해서 구체적인 부분을 즉각 공개해 달라"고 촉구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민의힘 간사 김건 의원은 BBS라디오에서 "착시효과가 있다"며 "이번 (합의는) 10년에 나눠내지만 2000억달러 현금(으로 부담하는 형태가 됐다.) 당초 (현금 투자 5%) 175억달러에서 2000억달러에 합의한 것이니까 당초 정부가 설명한 것에 비하면 직접 투자가 늘어난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합의문안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알 수가 없다"며 "항상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고 신중론을 보였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번 합의로 한국은 총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중 2000억 달러를 현금으로 부담하고, 연간 투자 상한은 200억 달러로 설정됐다. 한국은행이 밝힌 '최대치'에 정확히 걸리는 수준"이라며 "말로는 안전하다 하지만 실상은 외환시장의 완충 여력을 모두 써버린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는 2000억 달러, 약 284조 원의 현금 부담이 확정됐다"고 했다.

그는 "한미 통화스와프가 빠진 점도 심각하다"면서 "정부는 '통화스와프가 외환 안정의 핵심'이라던 기존 입장을 스스로 부정했다"며 "결국 외환 보유액과 정책금융이 외화 조달의 전면에 나서야 하는 구조가 됐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후속 대책 특별법 논의 자체는 열어두면서도, 합의문 공개와 리스크 관리 계획 제시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지원과 외환보유고 안정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국회 협조는 어렵다는 기류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