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검찰청 해체 이후, 민주당이 내려놓아야 할 총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자료사진) 2025.10.2/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서울=뉴스1) 김세정 기자 = 검찰이 78년 만에 역사 속으로 퇴장한다. 정의라는 이름으로 권력의 심장부를 겨누던 조직은 세월이 흐르며 그들 자신이 권력의 한 축으로 굳어갔다. 그 긴 아이러니 끝에서 결국 해체라는 결말을 맞았다. 참여정부 시절 '검사와의 대화'로 시작된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악연은 이렇게 22년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민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을 풀었다며 환호했다.

하지만 그 환호를 바라보는 시선은 복잡하다. 그들의 모습에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택시 드라이버'가 떠오르는 이유는 왜일까. 음습한 뉴욕의 밤을 가르는 택시, 불안한 공기, 그리고 젊은 로버트 드니로의 눈빛이 강렬하다. 영화는 택시 운전사 트래비스의 시선을 통해 도시의 어두운 이면을 비춘다. 트래비스는 뉴욕의 부패와 타락에 깊은 혐오를 느끼고 스스로를 세상을 정화할 존재라고 믿는다. 과잉된 영웅주의에 사로잡힌 그는 총을 사고, 점차 극단으로 치닫는다.

트래비스에게 도시는 정화의 대상이었다. 민주당에게 검찰도 그랬을 것이다. 그들의 분노는 단순한 정파적 감정은 아니었다. 정치 위에 군림하려는 조직에 대한 오랜 반감이었다. 그 믿음에는 근거가 있긴 했다. 검찰이 권력 흐름에 따라 논쟁적 수사를 반복해 온 측면은 부인하긴 어렵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서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기소까지, 민주당과 검찰 사이의 비극적 궤적은 분명했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끝내 상징적 결론을 만들어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트래비스가 타락한 세계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을 때, 언론은 그를 영웅이라 불렀다. 영화는 그 순간을 냉소적으로 비춘다. 민주당도 검찰을 무너뜨리고 지금 승리를 자축한다. 그러나 영화는 막을 내렸지만, 정치의 서사는 끝나지 않았다. 총성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칼날은 이미 사법부로 향하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 강행, 내란전담재판부 압박. 민주당과 사법부 사이의 긴장이 높아진다. 물론 사법부도 무결하진 않다. 조 원장이 주도한 이재명 대통령 사건의 파기환송은 절차에서 국민적 의문을 남겼다. 조 원장이 직접 해소할 문제라고 본다. 하지만 개별 사안의 문제 제기와 사법부 전반에 대한 압박은 전혀 다른 차원이다. 부분의 흠결을 전체의 적폐로 확장하는 순간, 정당한 비판은 확신으로, 확신은 강박으로 변한다.

이유가 있는 분노일지라도 환호와 확신에 취해 절제를 잃는 순간 개혁은 폭주로 기운다. 트래비스가 스스로 만든 정의에 도취해 극단적 수단을 정당화했듯, 과잉된 영웅주의는 파멸을 부를 수 있다.

영화의 마지막, 트래비스가 진짜로 살아남아 영웅이 된 것인지, 아니면 죽어가며 본 환상인지는 끝내 알 수 없다. 다만 룸미러에 비친 그의 눈빛은 여전히 불안했다. 지금 민주당은 검찰청을 무너뜨렸지만, 그것이 진짜 개혁의 완성인지 아니면 스스로 만든 정당성에 도취된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진짜 개혁은 새로운 제도로 탄생한 조직을 얼마나 독립적이고 견제 가능한 틀로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민주당은 검찰을 무너뜨린 총을 잠시 내려놓고 차분히 설계도를 펼치길 바란다. 낡은 것을 부수는 일보다 더 어려운 건, 새로운 권력이 또 다른 '검찰'이 되지 않게 만드는 일이다.

liminallin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