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한게임' 요원해진 국회…말초신경부터 협치 실종
지지층 반발에 친목 행사 불참 선언한 與 의원
"밥도 술도 안먹어"…보좌진 관계도 덩달아 악화
- 박기현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현 기자 = 여야 정쟁이 일상화되면서 의원들 사이 인간적 관계마저 끊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여야 관계가 악화하더라도 회의 뒤 술자리를 함께하며 갈등의 매듭을 풀곤 했으나, 이제는 이런 풍경도 옛말이 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청년 정치인들이 추석 연휴를 맞아 스타크래프트 게임 대회를 열어 화합을 시도했지만 강성 지지층 반발로 결국 무산됐다.
모경종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X(옛 트위터)에 "스타크래프트 대회 참가 소식으로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불참을 선언했다.
그는 "지금은 단일대오를 이뤄 싸워야 할 때"라며 "현안 해결에 모든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애초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제안으로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참여하기로 한 '한가위 기념 민속놀이 대회 스타 정치인'은 일단 진행하기로 했으나, 모 의원의 불참으로 의미가 크게 퇴색했다.
단순 해프닝에 불과할 수 있지만, 지지층 반발로 합의가 무너진 '3대 특검 합의 파기'처럼 이런 일이 일회성 행사에서조차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한 4선 의원은 "정치가 이렇게 가다가는 나라가 정치 때문에 발목 잡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그는 "예전에는 상임위가 끝나면 술을 마시며 낮의 일을 풀고 이튿날 일정을 상의했는데 지금은 상임위 중간에 밥조차 따로 먹는다"고 했다.
재선 의원도 "중진들 사이에서는 상대 당 의원을 동지처럼 언급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초·재선 사이에서는 사적 얘기가 잘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과거 활발하던 여야 공부 모임도 사라진 지 오래다.
이런 분위기는 보좌진 관계에도 옮겨갔다. 국회에 17년 몸담은 한 보좌관은 "예전에는 상임위 회식 자리에서 보좌진들이 따로 모여 친분을 쌓기도 했는데, 이제는 목적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사적 관계가 발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변화의 배경으로 제3당 소멸과 독점 구조를 지적한다. 과거에는 캐스팅보트를 쥔 제3당이 없더라도 국회의장·법사위원장 배분 같은 관행이 협치를 촉진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성도 없다는 점이다.
민주당 의원 40여 명과 개인적으로 식사를 했다는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양쪽 모두에게 욕을 먹지만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는 게 내 소신"이라며 "민주당 의원들도 만나면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상대에 대한 증오를 먹고 사는 정치가 미디어 환경 변화와 맞물려 사적 관계까지 파고드는 모습"이라며 "여야 모두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휘둘리지 않는 정치문화 회복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masterki@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