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가구' 보험 깨서 생활비 썼다…해약 건수 4년 새 최대치

7월말 기준 국내 생·손보사 중도 해약 1445.8만건…전년도 1980만여건 넘어설 듯
이양수 의원 "경기 침체 탓에 미래 대비도 포기…가계 안정 대책 필요"

14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전통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2025.9.14/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국내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올해 보험상품 중도 해약 규모가 현 추세대로라면 최근 4년 사이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악화하면서 미래를 위한 대비책인 보험부터 해지하는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2개 생명보험·18개 손해보험사의 올해 7월 말 기준(잠정치) 해약 건수는 1445만 8000건, 해약률은 4.4%로 집계됐다.

보험 중도 해약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022년 1899만 1000건에서 2023년 1905만 9000건, 2024년에는 1979만 3000건으로 늘었다. 해약률도 2022년 5.6%에서 지난해 5.9%로 올랐다. 추세대로라면 올해 해약 규모는 최근 4년 사이 가장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권별로 보면 생명보험사의 해약 건수는 올 7월 말 기준 280만 7000건으로 나타났다. 2022년 447만 2000건, 2023년 482만 3000건으로 늘어나다가 지난해 505만 7000건으로 정점을 기록했다. 올해 기준으로 생명보험사 중에서는 삼성생명이 52만 건으로 가장 많았다.

손해보험의 경우 지난 2022년 1451만 9000건에서 이듬해 1423만 7000건으로 줄었다가 2023년 다시 1473만 6000건으로 늘었다. 올 7월까지 1165만 1000건이 해약된 상태다. 서울보증보험의 해약 건이 483만 4000건으로 가장 많았다.

해를 거듭할수록 해약 규모가 늘어나는 배경으로는 서민층의 악화된 가계 형편이 꼽힌다. 특히 손해보험은 생명보험 상품보다 가입 기간이 짧은 데다 보험료 액수도 크지 않아 해지하는 데 부담이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25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130만 4000원으로 전년 대비 4.1% 증가했다. 반면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101만 8000원으로 2.9% 늘어나는 데 그쳐, 전반적으로 적자 상태에 머물고 있다.

2분위 가구의 사정도 여유롭지 않다. 월평균 소비지출은 190만 원으로 3.7% 증가한 반면, 처분가능소득은 237만 1000원으로 2.2% 상승하는 데 그쳤다. 가계 흑자 규모는 47만 1000원으로 적자는 면했지만, 실질적인 여유는 크지 않은 상황이다.

이양수 의원은 "경기 침체와 가계 악화 탓에 보험 해약 건수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어 우려스럽다"며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아 미래를 위한 대비까지 포기하고 있는 만큼, 정부는 가계 안정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hy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