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아직 내란 정국'…與, 대법원장 사퇴 野, 아스팔트가 '애국'
민주, 사법개혁 드라이브…대법원장 공개 사퇴 요구까지
국힘, 6년만에 장외투쟁 준비…윤어게인 부정선거 깃발도
- 한상희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여야가 계엄과 내란 정국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극단의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회동을 통해 잠시 협치 무드가 조성되기도 했으나 다시 대치 정국으로 돌아갔다.
더불어민주당은 사법부가 대법관 증원·내란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 반발하자 대법원장 사퇴 요구까지 내놓으며 전면전에 나섰다. 야당에 대해서도 '내란 정당' '정당 해산'을 공공연하게 거론하며 대화의 문을 닫고 있다. 장외투쟁을 예고한 국민의힘은 한때 거리를 뒀던 아스팔트 우파를 '애국시민'이라고 부르며 다시 연대 가능성을 내비쳤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대법관 증원 △대법관 추천위원회 구성 다양화 △법관 평가제도 개편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등 5대 법안을 추진 중이다
민주당은 법안 처리를 올해 정기국회에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입장이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내란전담재판부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부에 설치하자며 법안을 발의해 정기국회 과정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검찰개혁 속도와 방법을 놓고 당정 간 온도차가 드러나기도 했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내란재판부가 왜 위헌이냐"며 힘을 실으며 속도가 붙었다.
정부·여당의 강공에 전국 법원장들은 지난 12일 전국법원장회의를 열고 "사법 독립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 제도 개편 논의에 사법부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공식 입장을 냈다.
이를 계기로 민주당에서는 강경 발언이 이어졌다. 법사위 여당 간사 추미애 의원은 "내란범을 재판 지연으로 보호하고 있다"며 대법원장 사퇴를 요구했다. 사퇴 압박은 점차 당 차원으로 확산됐다. 정청래 대표는 이날(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법원장이 그리도 대단한가. 대통령 위에 있느냐"며 "지금이라도 사퇴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사법부 수장에 대한 이같은 극단적 발언은 여당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맞춰 사법개혁 단일대오를 구축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특검법 협상을 둘러싼 민주당 투톱(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 간 불협화음 역시 강성 지지층 여론을 의식하는 당정대 관계를 노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은 자유한국당 시절 이후 6년 만에 장외투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기폭제로 민주당이 법안을 강행할 경우 거리로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당 지도부는 오는 27일 광화문이나 여의도에서 대규모 규탄대회를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날 부산 현장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입법독재, 선출독재의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구체적인 장외투쟁 계획과 관련해 "아직 당이 결정한 바는 없지만 가장 효과적이고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 대표는 한동안 계파색이 옅은 인물을 요직에 기용하고 한국사 강사 출신 보수 유튜버 전한길 씨를 '의병'으로 지칭하며 당의 공식적 지위와 구별하는 등 중도 행보를 보였다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특검법 합의 파기를 계기로 국민의힘이 점차 광장으로 향하면서 '애국시민'이라 불리는 아스팔트 우파 세력과도 연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장동혁 대표는 전날 부산 세계로교회를 찾아 기자들과 만나 "내란특별재판부가 만들어진다면 대한민국 헌법은 이제 사라지는 것"이라며 "저희들이 상상할 수 있는,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국민들과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로 교회는 최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손현보 목사가 담임목사로 있는 곳으로, 그는 올해 초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인물이다.
지난 12일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국민의힘 주최 대규모 규탄대회(국민의힘 추산 약 1만 5000명 참석)에는 태극기와 성조기뿐 아니라 '윤어게인' 'STOP THE STEAL'(부정선거 중단하라) '부정선거 발본색원' 등의 깃발이 등장했다. 이후 용산 대통령실 앞으로 자리를 옮긴 규탄대회에서는 '대통령 윤석열'이라는 구호가 이어졌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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