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범 정보위원장 "北 몇십년만에 호시절…中은 미국과 경쟁국면 부담"

[인터뷰] "북중러 3자회담 불발에 주목해야"
"김주애 후계자 훈련 시키는 것…국정원 북 정보 세계적 인정"

신성범 국회 정보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박소은 조소영 서미선 기자 = 22대 전반기 국회 정보위원장인 신성범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이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것을 두고 "국정원의 표현을 빌리자면 몇십년 만에 찾아온 북한의 '호시절'"이라고 진단했다.

신 위원장은 지난 10일 뉴스1과 만나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국무위원장) 입장에선 오랜만에 대접받은 셈"이라며 "북한 입장에서는 중·러 관계가 좋아지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심을 끄는 효과도 노린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이번 방중 과정에서 북·중·러 3자 회담이 성사되지 않은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신 위원장은 "중국 입장에선 북·중·러 삼각 동맹이 공고화되면 카운터파트로 한·미·일 삼각 동맹이 강화된 것으로 본다"며 "중국이 현재 국제 정세에서 미국과 경쟁 국면으로 가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김 총비서가 중국 방문에 딸 김주애와 동행한 것을 두고 "후계자 훈련을 시키는 것이라 보는 게 합리적"이라며 "북한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유교적이지만, 만들어내기에 따라서는 김주애가 후계자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북미 간 대화 전망을 두고는 "국정원은 가능성이 작다고 보는 것처럼 느껴졌다"며 "오히려 중요한 문제는 APEC에 트럼프 대통령이 오느냐, 그리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는지 여부"라고 했다.

이어 "별도로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정부에 요청해 우리 정보를 매개로 북한을 만나겠다는 시그널을 보낼 것인지, 혹은 자체 라인을 통할 것인지도 중요 분기점"이라고 했다.

신성범 국회 정보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5.9.10/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신 위원장은 국가정보원이 특정 정권이나 정치 진영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는 게 안타깝다는 의사도 밝혔다.

그는 "북한 내부 정보에 관해서는 우리 국정원이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고 본다"며 "BBC에 보도되기 전 국정원은 이미 북한군이 러시아에 파병된 사실을 알고 있지 않았나. 세계 정보기관들이 북한 정보를 두고 우리 국정원과 공조하고 정보 공유를 원하는 건 확실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비밀공작 능력은 부족하다"며 "이스라엘의 모사드는 이란 군 핵심 수뇌부 정보를 알고 암살하고, 미국도 북미 고위급협상에 대비해 2019년 도청 장치를 가진 특수부대가 북한 바다에 침투하기도 했다. 우리 국정원에 그 정도의 비밀공작 능력을 뒷받침할 인력과 장비가 없는 것 같다는 게 제 판단"이라고 했다.

이어 "정보기관 운영과 인사, 예산 등 핵심 의사결정 과정에서 정치적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정보 수집과 분석의 기준을 철저히 국익과 안보 중심으로 설정하고, 투명한 보고 체계와 국회 감시를 통해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했다.

신성범 국회 정보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 News1 유승관 기자

한편 국정원 정체성의 핵심이던 대공수사권이 폐지된 현 상황을 두고는 "실질적으로 대공수사의 주체가 변동됨에 따라 국가 안보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느냐가 중요하다"며 "대공수사권이 넘어가고 나서 경찰에서 간첩단 사건을 적발했다는 소식이 없다. 다소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는 "수십년간 국정원이 해오던 업무를 경찰이 맡아서 하기에는 그동안의 축적된 경험과 첩보 역량을 비교할 때 부족할 것"이라며 "경찰이 독자적 대공수사 역량을 빠르게 키워내면서도 국정원의 지원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신성범 국회 정보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 News1 유승관 기자

지난 6월 25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을 두고는 "매우 현실론자"라며 "우리가 이념적으로 '주체 사상'이라며 지적했던 건 오류였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북한에 대한 큰 환상을 갖고 있거나, 속도전으로 북한을 대해야 한다는 판단은 하지 않는 것 같다"며 "차분하고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리얼리즘에 충실한 사람이라 다행"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김여정의 담화문을 보며 '어떻게 보면 페인트 모션이고 뒤로는 다른 의도가 있다'는 식으로 과하게 해석하지 않는다"며 "북한이 당장 우리와 대화를 시작할 여건이 아닌 것 같다고 분석한다. 과도하게 기대치를 높이지 않는 현실적 접근을 하고 있어서 의외였다"라고 했다.

한편 신 위원장은 1963년 경남 거창 출생으로 미국 카투사 제대, 모스크바 특파원, 중국인민대학 국제관계학원을 수료해 '미·중·러'를 두루 이해하는 외교·안보 전문가다. 18·19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8년 만인 22대 총선에서 원내에 복귀했다.

신성범 국회 정보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 News1 유승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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