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백척간두 혁신당 구하러 조기 등판…중대 시험대

비대위원장 단수 추천…지도부 공백 속 책임론 주목
성비위 피해자 문제·내부 정비·여론 반전 과제 산적

조국혁신당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예방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5.9.4/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김세정 기자 = 조국혁신당이 성비위 사건으로 혼란에 빠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하기로 했다.

당초 11월 전당대회를 통한 복귀가 거론됐던 조 원장은 예정보다 빠른 복귀로 정치적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혁신당은 전날(9일) 의원총회를 열고 조 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단수 추천해 당무위원회에 올리기로 했다. 11일 당무위 추인을 거쳐 공식 임명될 전망이다.

서왕진 원내대표는 의총 뒤 "의원 다수가 조 원장을 추천하기로 했다"며 "조 원장이 지금 나서는 것이 여러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그럼에도 당 주요 리더로서 책임지고 헤쳐나가는 것이 본연의 역할이라는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에는 지도부 공백이 장기화할 경우 당 조직이 마비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지도부 사퇴 후 7일부터 네 차례 의총을 열고도 결론을 내지 못하다가 결국 조 원장 단수 추천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도 이를 보여준다.

조 원장의 복귀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성비위 피해자인 강미정 전 대변인은 탈당 기자회견에서 조 원장이 수감 중 관련 사안을 전해 들었으면서도 침묵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측 대리인인 강미숙 씨도 8일 CBS라디오에서 "비대위원장은 조 원장이 아닌 제3자가 낫지 않나"라며 공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전 대표 권한대행과 서왕진 원내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가진 긴급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조국혁신당 지도부는 성 비위 파문과 관련해 지도부 전원 사퇴를 밝혔다. 2025.9.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전임 지도부는 조 원장이 성비위 사태 당시 수감 중이었고 당적도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창당 과정부터 핵심적 역할을 해온 만큼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혁신당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을 지낸 은우근 상임고문도 이날 SNS를 통해 탈당을 선언했다. 그는 "위기가 어디서 비롯했는지 철저하고 근원적 성찰이 우선 필요하다고 여긴다"며 "이제 당 밖에서 응원하거나 비판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전했다.

파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출범할 '조국 비대위' 앞에는 피해자 신뢰 회복, 당내 혼란 수습, 지지율 반등이라는 '삼중고'가 놓여 있다.

첫 과제는 피해자와의 신뢰 재구축이다. 서 원내대표는 "피해자를 만나 위로하고, 지원하고, 당에 복귀할 수 있는 후속 조치 등에 대해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며 "비대위가 구성되면 그런 노력을 충실하게 해갈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했다.

내부 결속 다지기도 과제다. 강 전 대변인 탈당 이후 황현선 전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자들이 잇따라 물러나면서 공백이 커졌다. 흔들린 내부를 다잡고 당무를 정상화하는 일이 절실하다.

정치적 지지율을 끌어올릴 전략도 필요하다. 창당 1년 반 만에 존립 자체가 흔들린다는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11월 전당대회까지 두 달 남짓한 기간 안에 외연 확장 가능성을 보여줘야 하는 부담도 있다.

조 원장 개인에게도 이번 복귀는 중대한 정치적 분수령이다.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정치 재기에 나선 후 맞이한 첫 시험대에서 성과를 내야 범여권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를 유지할 수 있다.

성비위 사태 수습과 당내 안정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조 원장의 향후 정치 행보에도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조 원장은 이날 별도의 메시지 없이 11일 당무위 의결을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liminallin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