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집권여당인가, 집권야당인가
- 임윤지 기자

(서울=뉴스1) 임윤지 기자 = 정권을 잡았어도 정치의 관성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은 집권여당이지만 여전히 '야당의 언어'와 방식에 기대어 정국을 운용하는 장면을 자주 본다.
여야 지도부 간 악수조차 마다하고 대립각을 세우는 장면은 당내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박수받을지는 몰라도 국민 일반 눈에는 책임 있는 집권여당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집권야당. 아이러니한 이 말이 지금 민주당을 설명하는 데 더 적절해 보인다. 집권했다는 것은 더 이상 '투쟁하는 야당' 자리에 있지 않다는 뜻이다.
싸우더라도 방식이 달라야 한다. 악수하고 마주 앉아 회담을 열되, 그 자리에서 치열한 논쟁과 설득으로 승부하는 것이 여당의 올바른 자세다.
물리적·상징적 단절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방식은 결국 '집권야당'이라는 모순된 이미지만 강화할 뿐이다.
최근 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논의도 그렇다. 헌정 질서를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정국을 강 대 강으로 몰고 가는 수단처럼 비친다. 대화와 타협 대신 대결 구도를 앞세우는 정치는 야당의 전략은 될 수 있으나, 집권여당의 책무와는 맞지 않는다.
이재명 정부 들어 첫 정기국회가 시작됐다. 여야는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정책과 관점 대결을 펼쳐야 하고, 대정부 질문과 국정감사의 장에서 야당은 정부 견제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대통령에겐 시정 연설을 통해 내년도 예산안의 효용을 국회와 국민 앞에 설명할 수 있는 기회다. 여야정이 견제와 균형의 '정치 예술'을 보여줘야 할 시점이다.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야당의 언어'에서 '집권자의 언어'로 전환해야 한다. 강 대 강의 대립 대신 협상을 통해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해 내는 것이 집권여당의 존재 이유다. 악수조차 거부하는 정치는 국민의 갈증을 해소할 수 없다.
싸우더라도 악수하면서 싸우고, 회담 자리에 앉아 토론해야 한다. 권력의 무게를 받아 든 순간부터는 민주당에 요구되는 것은 '더 세게'가 아니라 '더 깊게'다. 그것이 집권여당이 마땅히 보여야 할 책임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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