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21년 전 초선 땐 요정으로 부르더라…기쁨조 女장관 발탁 그만"

지난3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 직속 국민 미래 개헌 자문위원회 위촉식 및 제3차 회의에서 이혜훈 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3.1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전현직 여성 국회의원들의 모임인 '한국여성의정' 이혜훈 대표는 과거보다는 여성 정치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도 일부에서 여성을 전문성이 아니라 보기 좋은 꽃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계열에서 17대, 18대, 20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 대표는 2일 YTN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여성 정치인으로서 예상치 못했던 경험을 해 본 적 있는지"를 묻자 "많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17대 초선 의원 시절인 2004년만 해도 의총에서 여성 의원이 발언하려고 하면 주변에 있던 남성 의원들이 '하지 말라'고 자제시키는 경우가 꽤 많았다. 저도 자제를 당해봤다"고 했다.

이어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주요 의사결정이 공식 회의 석상이 아니라 그 전날 술자리, 밥자리 등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뤄졌다는 것이다"며 "술자리에서 내정한 뒤 그다음 날 아침 공식 회의에선 이를 공식화하는 절차만 밟더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는 소위 요정 정치라는 것으로 제가 2004년 처음 국회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여성 도우미가 있는 모 요정에 불려 간 적 있었다"며 씁쓸해한 뒤 "그래도 해가 갈수록 점점 많이 나아졌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정부 여성각료 인선과 관련해선 "얼핏 (여성 장관 비율이) 21%쯤 되는 것 같다. 최악은 아니지만 최고도 아니다"며 "숫자보다 더 중요한 건 전문성을 가진 여성들도 꽤 많은 데 전문성을 가진 여성을 발탁하는 것이 아니라 기쁨조 스타일을 발탁하는 건 여성 정치에 도움은커녕 해악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정부 장관 후보자 중 낙마한 사람은 딱 두 명으로 두 사람 모두 여성이었다"며 "그 많은 여성 인재들은 다 내버려두고 왜 기분 좋은 스타일들을 발탁하려 하는지 안까깝다. 이는 이재명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과거 정부에서도 많았다"라는 말로 능력 위주, 전문성 위주의 인사를 하는 것이 여성을 위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buckba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