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최형두 "전교조 위한 법" 13시간 25분 EBS법 필리버스터

"방송사 사장 교체 위헌, 80년대 전두환 국보위 해고 사례"
민주 "EBS 사장 선출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8회 국회(임시회) 본회의에서 한국교육방송공사법(EBS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2025.8.21/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임윤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방송 3법 중 하나인 한국교육방송공사(EBS)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자,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로 맞섰다.

EBS법 개정안은 EBS의 지배구조를 바꾸는 법안으로, 현재 9명인 EBS 이사 수를 13명으로 늘리고 추천 주체도 교육부 장관과 시도교육감협의체, EBS 시청자위원회 및 임직원, 학회, 교육 단체 등으로 확대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첫 주자인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21일 오전 10시 42분부터 다음 날 0시 8분까지 약 13시간 25분 동안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임기가 남은 공영방송 사장을 법으로 해임하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라며 개정안의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다.

기자 출신인 최 의원은 "13만 명이 넘는 교사노동조합연맹은 배제하고, 가입자 수가 가장 적은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를 이사회에 넣기 위해 법을 개정했다"며 "교육방송에 교육계를 대표하지 않는 사람을 대표로 넣는 법 조항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법이 되면 민주당 의원들은 전국 교사들한테 외면받을 것이다. '전교조를 위해 이 법을 만들어 준 것'이라 생각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방송법·방문진법 부칙을 통한 사장 교체 규정에 대해 "가장 독소 조항이자 위헌"이라며 ""MBC, YTN, 연합뉴스 사장을 3개월 내에 교체한다는 것은 1980년대 전두환 국보위가 국보위법을 만들면서 당시 국회 직원들을 국보위법의 부칙조항을 근거로 해고했던 우를 되풀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여당이 입법한 법에 따라서 CNN과 폭스뉴스 사장과 경영진과 보도 책임자를 3개월 이내에 바꾸라고 하면 국제사회가 '언빌리버블'(믿을 수 없다)이라고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냐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8회 국회(임시회) 본회의에서 한국교육방송공사법(EBS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2025.8.21/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발언 도중 최 의원은 유발 하라리의 '넥서스',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 강준만 교수의 MBC의 흑역사' 등을 인용하며 언론의 편향성과 공영방송의 책임을 강조했다. 가수 김민기의 노래 '작은 연못'의 가사를 들어 "공영방송 기자들이 동지에서 원수가 된,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는 연못이 됐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은 개정안이 EBS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합리적 운영을 보장하려는 취지라고 반박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우영 민주당 의원은 "이사회를 각 분야의 전문가 및 사회 각 분야의 대표성 등을 반영해 확대하고, 사장 선출 방식을 보다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하는 내용"이라고 법안 취지를 설명했다.

토론 중 설전도…민주 "尹괜찮은 사람이었나" 최 "李대통령부터 노력해야"

토론 과정에서는 설전도 벌어졌다. 최 의원이 영국 BBC의 보도 준칙과 왕실칙허장을 낭독하며 공영방송의 가치를 강조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윤석열이 과연 괜찮은 사람이었어요"라고 맞받았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부터 열심히 노력하셔야 한다"는 발언에는 고성이 오갔고, 우원식 국회의장이 "토론 들으세요"라며 제지하기도 했다.

최 의원이 미국의 공정성 원칙 '페어니스 독트린(Fairness Doctrine)'을 언급하자 민주당 의원석에서는 "조그만 파우치라고 했잖아요, 바이든 날리면"이라는 항의가 나왔고, 최 의원은 "바이든 날리면도 조작이죠"라고 응수했다.

또 2012년 MBC 파업을 거론하며 'MBC에 전쟁 같은 상황이 왜 생겼나'라고 하자 민주당이 "그렇게 얘기하시면 안 된다"며 반발했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맞는 얘기죠, 들어보세요"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장에서 "최형두 화이팅"을 외치며 응원했고, 최 의원은 "러너스 하이 같은 상태라 계속 달릴 수 있다"며 "24시간을 채우려 했지만 여당이 사정해 12시간만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잘하셨다. 이제 그만하시라'고 하자 "상임위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숫자로 마음대로 할 수 있으면서, 소수당은 필리버스터를 통해 마지막으로 호소하는 것인데 이마저도 시간을 나눠 써야 하는 처지가 안타깝다"며 토론을 마무리했다.

최 의원의 13시간 넘는 발언이 끝나자 이정헌 민주당 의원이 단상에 올라 반박 토론을 이어갔다. 민주당은 이미 최 의원이 발언을 시작한 직후인 전날 오전 10시 43분 무제한 토론 종결 동의서를 제출한 상태다.

국회법상 24시간이 지난 뒤 표결이 가능해 22일 오전 종결 표결을 거쳐 EBS법 처리가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고려해 본회의는 하루 산회됐으며, 23일부터는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안 등 후속 법안 처리가 이어질 예정이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