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탄핵의 늪' 국힘 전당대회…당대표 뽑아도 지방선거 막막
선거운동 3주 반탄vs찬탄 공방만 되풀이…지지층 결집 메시지만 난무
전당대회 중심 전한길 촌극…대여 투쟁 방안 없이 '반이재명' 구호만
- 서상혁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전당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이 '탄핵'의 덫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는 지방선거를 지휘할 수장을 뽑는 선거이지만, 외연 확장 등 선거 전략에 대한 토론은 전무한 상황이다. 전당대회를 거치며 당내 계파 갈등이 더 뚜렷해지고 있는 만큼, 야권에서는 새 지도부가 들어서더라도 추진력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야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오는 22일 충청북도 청추시 오스코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차기 당대표를 선출한다. 당은 이날부터 이틀간 당원 투표와 국민여론조사를 진행한다. 각각 80%, 20%씩 반영된다.
선거 운동 기간 3주 동안 당권주자들은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공방만 지속 해왔다. 전날 진행된 방송 토론에서도 각 후보들은 탄핵 찬반에 대한 그간의 공세를 되풀이했다.
탄핵 반대파인 김문수, 장동혁 후보는 핵심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해 연일 강경한 발언으로 당내 탄핵 찬성파를 향한 공세를 폈다. 김문수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 복당을 수용한다" 등의 강성 발언을 쏟아냈다. 두 후보는 강성 보수 유튜브에도 출연해 '면접'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급기야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가 연설회장에서 난동을 부린 것을 두고 지도부와 충돌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 씨는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등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른바 '혁신파'로 불리는 탄핵 찬성파 후보들도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조경태 후보 역시 탄핵 찬성파 후보들을 향해 '내란 동조 세력' '극우 세력'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조경태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막판 변수 창출을 위해 단일화를 시도했지만, 끝내 불발됐다.
국민의힘 출신의 한 원로 정치인은 "당원 투표 비중이 높아 반대파 후보들 역시 지지층 결집을 위해 더 강한 메시지를 낼 수밖에 없다"라며 "탄핵 찬성파 후보들도 미래에 대한 메시지를 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어 세가 모이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당권주자들이 탄핵 찬반 공방에 매몰되면서 정작 최대 현안인 지방선거 전략에 대한 토론은 이뤄지지 못했다. 전날 이뤄진 마지막 TV 토론에서도 네 명의 당 대표 모두 "내년 지방선거 패배 시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이후 토론에서 전략에 관한 내용은 전무했다.
탄핵 반대파 후보들은 기본적으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내부 분열 없이 단일대오, 찬성파 후보들은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는 입장이라 막상 토론이 이뤄지더라도 또 다시 '탄핵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특검에 대한 대응 방안, 대여 투쟁 방법론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도 이뤄지지 못했다. 야권 관계자는 "특검에 대해서는 야당 탄압으로 규정해 프레임 싸움을 걸겠다고 한다거나, 시대와 세대 교체를 통해 지방선거를 이기겠다는 식의 선명한 슬로건 논쟁이 있어야 하는데 '반이재명' 같은 공허한 주장만 나오고 있다"고 혀를 찼다.
당 안팎에선 이번 전당대회는 어느 때보다도 낮은 투표율을 기록할 것이라는 비관이 나온다. 전당대회를 거치며 당내 계파 간 대립이 더 선명해진 만큼, 새 지도부가 들어서더라도 당을 이끌 추진력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한 영남권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는 정말 뽑을 사람이 없다는 말이 지역에서 나오고 있다"며 "투표율이 낮으면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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