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눈인사도 없는 여야…협치는 없고 협량(狹量)만 남았다
- 조소영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18일 김대중(DJ)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앞줄에 나란히 앉고서도 인사를 나누지 않았다. 악수는 고사하고 눈인사도 없었다. 두 사람은 지난 15일 제80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도 만났지만 인사하지 않았다. 최근 여야 간 감정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정 대표는 국민의힘을 대상으로 "악수는 사람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내란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석고대죄'가 있어야만 국민의힘 인사들을 '사람'으로 쳐주겠다는 것이다. 12·3 비상계엄에 대한 국민의힘의 태도를 생각하면 그 기조만큼은 이해가 간다. 다만 기조를 관철하기 위해 '철저한 무시'라는 전략을 쓰는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국민의힘은 민주당보다는 작지만 그래도 100석이 넘는 의석을 보유한 제1야당이다. 모두가 반탄(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도 아니다. 진행 중인 전당대회는 반탄파와 찬탄파(윤 전 대통령 탄핵 찬성)가 나뉘어 부딪히고 있다. 무엇보다 일부 인사들의 계엄에 대한 사과도 없지 않았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요구하는 '협치와 통합의 정치를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은 이런 온건파에 힘을 실어주는 것에서 시작될 수도 있다. 민주당이 원하는 '정의로운 협치'(박수현 수석대변인)의 물꼬가 여기서 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여당 대표의 이같은 야당 무시 전략은 국민의힘 내 강경파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줘 극단의 정치를 재생산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야당일 때의 투쟁 관성을 벗고 여당으로서 통합과 협치, 대한민국의 안정을 꾀할 기회를 계속해서 생각해 봐야 한다. '당원만 보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아우르는 정치를 하라'는 당 상임고문들과 종교계의 목소리는 그래서 그저 듣고 흘릴 일이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의 추락하고 있는 지지율에 대해서도 자못 심각해질 필요가 있다.
한국교회총연합 김종혁 대표회장은 "섬김의 정치는 힘을 가진 쪽이 그 힘을 다 쓰지 않는 것을 뜻한다"고 했다. 현시점의 강자는 국민의힘이 아니라 민주당이라는 사실 또한 되새겨봐야 한다.
"당을 위해, 저를 위해 하는 좋은 조언들이지만 그래도 할 말은 계속하겠다"는 정 대표는 '너무 빳빳하면 부러지기 쉽다'는 태강즉절(太剛則折)이라는 옛 성어를 떠올려봤으면 한다. 잠시 멈춰 서서 듣는 귀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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