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한길에 솜방망이 징계…국힘, 남은 전당대회도 '극우 논란' 불가피

윤리위, '배신자 난동' 전한길 해명 수용…'경고'에 그쳐
모든 이슈 빨아들이는 '전한길 블랙홀'…지도부도 당혹

국민의힘 전당대회 합동연설회 야유 사태를 일으킨 전한길 씨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김근식 후보에 대한 징계 요구서를 제출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5.8.11/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전당대회에서 이른바 '배신자 난동' 사태를 일으킨 전(前)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에 대해 매우 약한 수위의 징계인 '경고' 조처를 내리는 데 그쳤다.

경고는 징계 수위(주의-경고-당원권 정지-탈당 권유-제명 조치) 중 두 번째로 낮은 단계다.

전 씨와의 결별은커녕 오히려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 속 남은 전당대회도 '극우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여상원 중앙윤리위원장은 전날(1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윤리위 회의를 마친 뒤 "(전 씨가)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기 때문에 이 정도로 그치기로 했다"며 경고 조치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윤리위는 당원들이 먼저 배신자 구호를 외쳤고, 자신은 따라 한 것일 뿐 선동한 것이 아니라는 전 씨의 해명을 그대로 수용했다. 여 위원장은 "전 씨 본인도 잘못을 시인했다. 차후에 이런 일을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고 윤리위가 제명하더라도 승복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부연했다.

지도부의 '엄중 조치' 요구에 힘입어 제명 가능성까지 거론됐던 상황에서 상당히 낮은 수준의 조처가 내려지자 당내에서도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흘러나왔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초 예상과 달리 가벼운 결정이지만 지도부 차원에서 언급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일주일여 남은 전당대회 기간에도 전 씨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작용할 가능성이 유력한 상황이다. 결국 당 쇄신에 대한 비전은 실종된 채 극우 논란으로 얼룩진 전대가 치러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전 씨는 전당대회 행사마다 실시간 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며 특정 후보들을 공개 지지하는 등 강성 당원들을 겨냥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경징계 조치로 사실상 면죄부를 받은 전 씨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적잖다.

실제 전 씨는 윤리위 결과 발표 후 자신의 유튜브 방송을 통해 친한파(親한동훈) 세력을 몰아내고 당이 단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 씨와 확실하게 선을 긋는 모습으로 극우 이미지에서 탈피하길 바랐던 당내 일각의 기대도 무산됐다. 오히려 전 씨를 둘러싼 당의 대응이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찬탄(윤석열 탄핵 찬성)파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치욕의 날"이라며 "한 줌도 안 되는 극단 유튜버와 절연도 못 하면서 어떻게 당을 살리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건가. 속에 천불이 난다"고 성토했다.

조경태 의원도 "명백한 유세 방해 행위를 했음에도 그런 경징계를 내린 것은 우리 당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 징계"라고 지적했다.

반면 반탄(탄핵 반대)파 당권 주자들은 말을 아꼈다. 김문수 후보는 "윤리위 판단을 존중한다"고 했고 장동혁 후보는 윤리위의 독립적 성격을 언급하며 "그 결정에 대해 제가 어떤 의견을 밝히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cym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