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떠들어봐야" 실효성도 절박함도 없다…필버 회의론 '솔솔'

국힘 내부 "24시간짜리 시한부 토론" "혼자 떠든다고 싸움 되나" 냉소
텅텅 빈 본회의장…10명 남짓 의원들 졸거나 잡담 나누기도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전날 제427회 국회(임시회) 3차 본회의에 상정된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2025.8.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손승환 기자 = 국민의힘이 5일 방송3법 등 쟁점 법안을 저지하기 위해 이틀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이어가고 있지만 내부에선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당내에선 "24시간짜리 시한부 토론"이라는 냉소와 함께 "대여 투쟁보다 내부 혁신이 더 시급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전날(4일) 오후 4시 1분 시작된 필리버스터가 하루 넘게 진행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토론 개시 2분 만에 종결 동의서를 제출했고, 24시간이 지난 이날 오후 4시쯤에는 범여권(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 등 188석)이 전체 재적 의원 298석 중 5분의 3 이상을 확보해 표결로 필리버스터를 종료할 수 있다.

이후 국민의힘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범여권 주도로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 같은 날 자정까지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가 이어지고 7월 임시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 종료된다. 해당 법안은 8월 임시국회 첫 본회의(8월 21일)에서 표결 처리될 예정이다.

국민의힘 의석은 107석에 불과해, 필리버스터 종결을 막거나 법안 처리를 저지할 수 없는 실정이다.

국민의힘은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방송장악 3법은 사실상 공영방송 소멸법"이라며 "위헌법률심판 청구 등 법적 수단을 포함, 모든 가용수단을 동원해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누가 관심 갖겠나"…국힘 지지율 민주당 절반, TK·70대도 '등 돌려'

다만 내부 공감대는 느슨한 편이다. 이날 본회의장은 텅텅 비어 있었다. 상임위 별로 약 20명씩 지킴조를 짰지만 실제 자리를 지킨 의원들은 여야를 합쳐 열 명 남짓에 불과했다. 휴대폰으로 주식창을 들여다보거나 잡담을 나누는 모습, 졸거나 책을 읽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당내에는 무력감이 짙게 깔려 있다. 박정하 의원은 MBC라디오에서 "필리버스터는 무제한 토론이 아니라 시한부 토론이다. 그것도 24시간밖에 안 되는"이라며 "(의원들 사이에선) 피켓보이·피켓걸이 돼야 하나는 자괴감들이 있다"고 당 분위기를 전했다.

여론도 싸늘하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31일~1일 실시한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27.2%를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54.5%)의 절반 수준이다.

보수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TK)과 70대 이상을 포함한 전 지역·전 연령대에서 민주당에 뒤처졌다. (무선 100% 자동응답 방식,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 다선 의원은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도, 책임도 지지 않는 정당에 누가 관심을 주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필리버스터는 결국 쇼에 불과하다. 밤새 떠들어봐야 국민은 듣지 않고 설득도 되지 않는다"며 "혼자 떠든다고 싸움이 되나. 그 시간에 수해 복구 현장에 가는 게 국민에게 훨씬 더 박수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지금 누가 필리버스터에 관심이 있느냐. 이런 식으로 당이 극우로 간다면 야당으로서의 견제력도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지금은 우리가 목소리를 내도 여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민들이 더 이상 우리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