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과 절연 다짐하지만… 혁신과는 멀어지는 국힘 전대
"이제 尹은 없다"지만 혁신안이나 극우 논란 미온적
전한길 둘러싼 당대표 선출 규정 개정 논란도 불씨
- 한상희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국민의힘이 8·22 전당대회를 20일 앞두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다시 강조했지만, 정작 인적 쇄신과 극우 논란 같은 핵심 과제엔 침묵하거나 선을 긋는 모습이다. 당 안팎에선 "말로만 하는 혁신 전당대회"라는 비판과 함께 "이대로면 망하는 길"이라는 체념까지 흘러나온다.
2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전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제 우리 당에 윤 전 대통령은 없다"며 "더이상 전 대통령을 전당대회에 끌어들이는 소모적이고 자해적인 행위는 멈춰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당내에선 과거와의 단절이 말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뉴스1과 통화에서 "비대위원장,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등 당 3역이 모두 '찐윤'인데 그들이 '윤석열과 절연하겠다'고 말한다고 누가 믿겠느냐"며 "구주류가 이름만 바꾼 채 위기 국면만 모면하려는 전략을 그대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도 통화에서 "말과 행동이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며 "계엄을 옹호하고 윤 어게인을 외치는 유튜버 전한길 씨에 대해 아무 조치도 없으면서 '탈당한 분'이라 말만 한다고 국민이 과거와 단절했다고 보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당의 혁신 시도는 번번이 좌초됐다.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이 추진한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등 5대 개혁안은 흐지부지됐고,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요구한 중진 거취 요구 역시 '내부총질' '자기정치'라는 반발 속에 사실상 무산됐다. 두 사람의 제안은 의원총회 논의조차 제대로 거치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이처럼 국민의힘 내부에는 과거와 단절하거나 변화를 시도하기보다는 기존 체제를 유지하려는 기류가 자리 잡고 있다. 특검 정국과 소수 야당이라는 불리한 구도 속에서 '하나로 뭉치자'는 취지다. 송 비대위원장이 "동지들끼리 서로 낙인찍고 굴레를 씌워 비난하기 보다 서로 존중하면서 힘 모으는 통합과 단합의 전대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극우 유투버 전한길 씨 입당 논란에도 당의 대응은 미온적이다. 서울시당 윤리위원회가 송 비대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조사를 진행 중이지만, 당내에서는 입당 자체를 사전에 막거나 입당을 인지한 후에 신속하게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후보의 발언은 극단 세력과의 경계를 더 흐리고 있다는 우려를 키운다. 김문수 대표 후보는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한길이 무슨 극우인가. 극좌가 만든 프레임"이라고 비판했다. 장동혁 대표 후보는 최근 라디오에서 전 씨에 대해 "당을 위해 싸워왔고 당을 적극 지지한 분들"이라고 했고, 신천지·통일교 집단 당원 가입설에 대해선 "그분들도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주장했다.
전 씨와 함께 입당한 인사들에게 전당대회 투표권을 부여하기 위한 당규 변경 시도가 감지된다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현행 당규는 3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한 당원에게만 경선 투표권을 부여하도록 돼 있지만, 이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다.
한 당 관계자는 "2021년 대선 경선 당시에도 친윤 영남권 의원들이 집단표를 동원하기 위해 3개월 미만 당원을 유입시킨 전례가 있다"며 "선거 때마다 필요에 따라 룰을 흔드는 건 기존 책임당원들의 권리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혁신을 표방한 당권 주자들도 뚜렷한 대안으로 부각되지는 못하고 있다. 한 수도권 의원은 "조경태·안철수 의원 등 '혁신 후보'들조차 당 체질을 바꿀 만한 리더십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전당대회 당심 반영 비율이 80%에 이르고, 당 분위기도 기득권 중심이라 이들이 당선되기 어려운 구도"라고 지적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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