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좌초' 극우 난립한 국힘 전대…'7% 자유한국당' 데자뷔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8·22 전당대회 후보 등록(30~31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국민의힘은 혁신 대신 집안싸움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혁신안은 좌초됐고 대선에서 패배한 후보는 곧바로 당권을 잡겠다고 출마를 선언했다. 강성 지지층에 기댄 우경화 흐름까지 겹치면서 야권에서는 "2017년 자유한국당의 전철을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탄식이 터져나온다.

26일 야권에 따르면 계엄·탄핵과의 단절, 인적 청산을 주장한 '윤희숙 혁신위'는 출범 2주 만에 사실상 임기 종료 수순에 접어들었다. 당의 과오를 당헌·당규에 명시하는 1호 혁신안 등이 지난 23일 의원총회 의제로 올랐지만 구주류의 반발로 제대로 된 논의 없이 무산됐다.

윤 위원장은 최근 KBS라디오에서 "(1호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어떤 쇄신안도 의미가 없고 전당대회도 의미가 없다"며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됐을 때 아무런 쇄신을 하지 않고 전당대회를 치렀다가 컨벤션 효과는커녕 전당대회 진행 중에 지지율이 계속 떨어져서 7%까지 갔었다"고 경고했다.

여기에 당무감사위원회가 대선 후보 교체 사태의 책임을 물어 권영세·이양수 의원에게 당원권 정지 3년의 중징계를 의결하면서 당은 사분오열 양상이다. 권영세 의원은 "수용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반발했고, 당시 원내대표였던 권성동 의원도 "자의적이고 편향된 결정"이라며 "자신까지 징계하라"고 맞받았다.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했던 전한길 씨의 입당과 해당 집회에 적극 참여한 장동혁 의원의 당권 도전은 극우 논란에 불을 붙였다. 전 씨는 "10만 추종자 입당"을 주장했고, 장 의원은 "탄핵에 찬성했던 내부 총질 세력이 나를 극우로 몰아가는 꼴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며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한 야권 인사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극우 테마주로 묶였다"며 "이러다 당명을 '자유의힘'으로 바꿔 전광훈·황교안과 연대할 판"이라고 꼬집었다.

극단주의 양상도 드러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반발하는 태극기 세력의 득세로 자유한국당이 우경화됐던 것처럼 국민의힘 내부에서 부정선거를 주장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검 수사에 불안해하는 의원들도 강성 당심에만 기대는 분위기다.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에 국민의힘 지지율은 당명 변경 이후 최저 수준(전국지표조사(NBS) 17%·한국갤럽 19%,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으로 떨어졌고, 대구·경북(TK)을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 모든 연령대에서 민주당에 밀리는 상황이다.

수사 압박도 거세다. 3대 특검은 윤상현·임종득·권성동·이철규·김선교 의원 등 5명의 의원실을 압수수색했고, 여당의 당권 주자들은 위헌 정당 해산과 의원 제명 촉구 결의안까지 꺼내 들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당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이 보수정당 암흑기라고 했지만 지금이 더 힘들다"며 "2017년에도 야당이었지만 의석수는 민주당과 비슷했다. 지금은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구도는 2017년 자유한국당과 닮아 있다. 차기 당대표로는 김문수 전 대선 후보가 가장 유력하다. "극우정당화의 길은 진짜 망하는 길"이라며 보수 재건을 외친 한동훈 전 대표는 불출마를 선택했다.

8년 전에도 대선 패배 두 달 만에 열린 전당대회에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당대표에 선출됐고, 이듬해 지방선거와 2020년 총선까지 연패했다. 특히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TK를 제외한 전 지역을 민주당에 내줬다. 이후 2021년 김종인 비대위가 당명과 정강정책을 전면 쇄신한 뒤에야 겨우 반등에 성공했다.

당내에선 내년 지방선거에서 TK를 제외한 모든 지역을 민주당에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마지막 방어선인 부산·서울도 장담 못한다는 불안감이 크다. 한 초선 의원은 "민주당은 이미 지방선거 로드맵이 진행 중인 것 같다"며 "이대로면 인천·충청은 물론 강원도 위태롭다"고 말했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