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도 野도 농민도 '우려'…'송미령' 이재명식 실용인사 시험대

윤석열정부 장관 중 유일 유임된 송 장관…전농·조국·진보 "철회하라"
李 "적극 설득하라" 기회, 송 장관 직접 풀어야…부 노조 "유임 환영"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2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농업재해대책상황실에서 유관기관 및 17개 시·도와 장마 대비 농업분야 취약시설 사전 점검 및 피해 최소화를 위한 예방대책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5.6.12/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유임한 이후 여당과 진보진영에서 반대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송 장관 유임은 여권의 이념 틀에서는 용납하기 어려운 '무원칙' 인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유능함'을 제1원칙으로 한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 인사가 진영 내부 반발로 첫 시험대에 올랐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에서는 관련 상임위원회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들을 중심으로 '유임 재고'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송 장관 유임, 쉽게 납득할 수 있는 상황은 아냐"

한 민주당 의원은 뉴스1과 통화에서 "아무래도 계엄내란 세력인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고 그 정부에서 활동한 이력을 본다면 쉽사리 납득할 수 있는 인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에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은 전날(24일) 농해수위 여당 의원들을 찾아 의견 청취에 나섰다. 우 수석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송 장관 인선 배경을 설명했고 이해를 구한다고 부탁했다"며 "의원들은 대통령 공약 관련해 여러 정책이 차질 없이 수행될 수 있는지 우려했고, 이를 대통령께 잘 전달하겠다 말했다"고 했다.

우 수석이 배경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음에도 마뜩잖았던 분위기가 고스란히 전달된 셈이다.

대선 과정에서 도움을 받은 조국혁신당과 진보당도 유임 철회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박웅두 조국혁신당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에서 "송 장관의 유임을 철회하고 농정의 기본 틀을 다시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농해수위 위원인 전종덕 진보당 의원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송 장관 유임 철회를 요구하며 1인 시위까지 벌였다.

이뿐만 아니다. '빛의 혁명'의 한 축이었던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이 대통령이 송 장관의 유임 결정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상경 시위를 예고했다. 하원오 전농 의장은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유임 결정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관계자들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유임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6.24/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국민의힘은 송 장관이 직접 거취를 결정하라며 압박하고 나섰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전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장관의 철학이 곧 그 정부의 철학인데 송 장관이 국회에 나와 '양곡법을 새 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한 건 국민들에게 매우 비겁한 태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안철수 의원은 페이스북에 "송 장관은 무엇보다도 2024년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관한 장관"이라고 꼬집었다.

李 대통령, '우려·반대' 인사들 만나 적극 설득하라 주문

이 대통령은 일단 송 장관에게 기회를 주자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전날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유임된 장관으로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있어서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제안했다고 강유정 대변인이 전했다.

송 장관의 유임은 이 대통령의 뜻이 강하게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 이후 국회에 나와 국무위원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정권 교체 후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부처 현안을 정확히 파악하고 새 정부 기조에 맞는 정책을 제안한 것이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와 맞아떨어졌다는 후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기회를 줬기 때문에 송 장관이 이 난국을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 대통령 말대로 송 장관이 유임에 우려를 나타내는 정치권·시민사회 인사들을 적극적으로 만나 설득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24일 오전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유임과 관련, 더불어민주당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들과 면담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을 방문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6.24/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ic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