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권 동력 사수·지지층 비난 고려…민주, 법사위원장 못 놓는 이유
여야 바뀔 때마다 항상 법사위원장직 두고 기싸움…입장 팽팽
민주, 개혁입법 발목 잡힐까 우려…국힘, 유일한 견제 수단 주장
- 임윤지 기자
(서울=뉴스1) 임윤지 기자 =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과의 협치와 이에 따른 여론의 평가에 귀 기울이면서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직만큼은 국민의힘으로부터 절대 사수하려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역시 가장 큰 이유는 자칫 정권 초반 국정 운영 동력이 상실될 것을 우려해서다.
법사위는 상임위원회를 거쳐 본회의로 상정되는 모든 법안을 최종 점검하는 '게이트 키퍼'이다. 구체적으로 법사위원장직은 법률안의 체계·자구 심사를 담당하고 법률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 권한을 가졌을 뿐 아니라 법무부·감사원·대법원 감사권, 탄핵 소추 등을 관장하는 자리다.
즉 국회 전체 입법 주도권을 쥔다는 뜻으로 이 결정권이 넘어간다면 주요 법안 추진 때마다 여당은 야당에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같은 형국이 될 경우 민주당은 지지층으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총선은 물론 대선까지 승리를 안겨줬지만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맡는 문제는 여러 차례 논쟁의 대상이 되곤 했다. 제19대 국회까지만 해도 '국회의장은 원내 1당, 법사위원장은 야당'이라는 관례가 정착됐다.
하지만 2016년 제20대 국회가 여소야대 국면이 되면서 민주당이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모두 가져갈 상황이 되자 새누리당(옛 국민의힘)이 다시 정부·여당을 견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법사위원장직을 가져갔다. 자연스럽게 '원내 제1당이 국회의장, 제2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후 2020년 제21대 국회에선 거대 여당이 된 민주당이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 자리를 가져갔고, 2024년 제22대 국회에서도 같은 관례가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22대 국회 전반기 때 원 구성을 2년씩 맡기로 하면서 이미 끝난 사안"이라며 "상임위 배분을 다시 논의하고 싶다면 1년 뒤 후반기 원 구성을 책임지는 3기 원내지도부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직을 고수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이재명 대통령이 내건 개혁 입법 공약을 차질 없이 추진하기 위한 것이 크다. 검찰개혁, 상법 개정안, 노란봉투법, 방송법 등 굵직한 쟁점 법안들이 줄줄이 대기 중인데, 법사위에 멈춰설 경우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다.
과거 민주당이 여당이었던 문재인 정부 시절, 민주당은 과반 의석을 가졌음에도 국민의힘이 장악한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에 발목을 잡히면서 입법 처리가 지연되던 일이 빈번하기도 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법사위원장(소속)이 여당에 있다고 해서 (야당과) 소통이 안 되는 것이 아니다"며 "소통이라고 하는 것은 서로 얼마나 신뢰하고 대화를 통해 형성되는 것이지, 법사위가 어디 있느냐와는 별로 관계가 없다"고 했다.
만약 법사위원장직을 야당에 넘겨 정권 동력을 잃게 된다면 이는 지지자의 실망을 사고 현 당 지도부의 위기로 직결될 수도 있다는 점도 민주당의 법사위원장직 사수에 적잖은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 출범으로 여야가 바뀌었으니 정부·여당 견제를 위해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직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6·3 대선을 통해 정권이 바뀐 만큼 야당에 법사위원장직이 양보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만약 법사위원장 자리를 넘겨주면 자신들이 장을 맡고 있는 요직인 외교통일위원장, 국방위원장, 정보위원장 자리를 모두 넘기겠다고도 했다. 국회 다수당이자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통과시키는 법안에 대해 대통령의 거부권조차 행사할 수 없게 된 만큼 법사위원장이라도 야당이 맡아야 최소한의 견제가 가능하다는 논리인 것이다.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전날(19일) 기자들과 만나 "어제부터 (민주당의) 입장 변화가 없어 유감"이라며 법사위원장 요구는 "국회 내 견제와 균형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다. 작년과 달리 정권이 교체돼 야당이 여당이 된 상황이기 때문에 이에 맞는 요청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와중에 민주당이 법무부 장관을 지냈고 법사위 간사였던 박범계 의원을 법사위원장에 내정했다는 일부 보도에 당은 즉각 선을 그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내정은커녕 아직 논의조차도 안 한 사안이 보도됐다"며 "두루 의견을 경청하고 논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박 의원이 당연히 위원장직을 승계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김 원내대표가) 선을 그어서 다시 누가 위원장을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라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immun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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