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기업 못 만날 이유 있나" 한경협 "옛 여친 만난 기분"(종합)

민주당 대표-옛 전경련, 10년만에 만남…반도체 특별법 입법 당부
류진 회장 "상법 개정 우려" 李 "투자자 불신 해소, 막기 힘든 흐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제 활성화를 위한 더불어민주당-한국경제인협회 민생경제간담회'에 참석해 류진 한경협 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2025.3.5/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심언기 한병찬 기자 =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려 풍파를 겪은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 후신 한경협(한국경제인협회)과 더불어민주당 수장이 10년 만에 마주 앉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경협을 "국가 경제 발전의 중추 역할을 하는 기업연합체"로 추켜세우며 경제활동 지원 방침을 약속했다. 류진 한경협 회장은 "차였던 옛 여자 친구를 만나는 기분"이라고 재치 있게 화답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한국경제인협회 민생경제 간담회'를 주재하고 류 회장을 비롯한 한경협 주요 임원진과 회동을 가졌다. 2015년 이후 10년 만에 이뤄진 민주당 대표와 한경협 간 회동에는 진성준 정책위의장, 정성호 의원, 조승래 수석대변인 등 당 인사들도 대거 동석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 내에서는 만나면 안 된다는 성명서도 내고 그랬다는데 못 만날 이유가 어디 있느냐"며 "전쟁 중인 적군도 만나는 게 세상의 이치인데 국가 경제 발전에 중추 역할을 하는 기업의 연합체인데 당연히 만나서 의논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한경협은 민주당에 △투자·민생 활력 부여 △신성장동력 확보 △불합리한 규제 완화 등과 관련한 '경제살리기 10대 과제'를 전달하며 개선과 지원을 요청했다.

아울러 반도체특별법의 조속한 여야 합의 입법을 당부하면서, K칩스법과 에너지3법 등 통과에 감사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상법 개정안에 대한 경제계의 우려를 이 대표와 민주당에 전달했다고 한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상법 개정에 대한 걱정 얘기도 있었다"며 "부작용 문제점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는 게 필요하지 않겠냐는 요청도 있었다"고 말했다.

조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에 "사실은 자본시장법 개정 등도 우리가 지금 생각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투자자들이 갖는 시장에 대한 불안감, 불신을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않으면 기업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며 "(기업들의)피해의식을 극복할 수 있는 그런 제도 개선이 필요한 것 같다"고 답변했다.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배임죄 폐지 여부와 관련해서도 얘기가 나왔다. 조 수석은 "(배임죄 등)상법이나 상법 이슈에 대해 재계에서 우려를 전달했고, 우리는 듣고 우리의 입장을 밝혔다"고 했다.

다만 "결국 이런 자본시장의 투명한 조치를 통해 자본시장이 활성화되면 기업 입장에서도 자금조달 걱정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 실제로 국제표준에 맞춰서 하는 것인 만큼 흐름을 막긴 어려울 것이라고 답변했다"고 덧붙였다.

고용 유연성과 관련해서도 간극을 확인했다. 한경협 측은 고용 유연성을 높여주는 제도 개선을 요청했지만, 이 대표는 "기본적으로 고용 유연성 확대는 안전망 구축과 동시에 가야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다만 규제 개혁과 관련해선 이 대표와 한경협 모두 그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동그라미, 세모, 엑스 표로 규제리스트를 죽 작성해서 불필요한 규제, 행정편의주의적인 규제, 관리상 편의를 위한 규제는 과감히 다 없애버리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또 "현행 포지티브 방식에서 포지티브 규제로 전환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eonk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