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잠룡들 본격 시동…중도 외연 확장이냐 강성 지지층이냐

오세훈, 개헌론 들고 약진…한동훈 '세대교체론' 재등판 임박
원희룡·홍준표 "尹복귀 가능" 지지층 구애…유승민 대구 찾아

오세훈 서울시장과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서울특별시 ·서울연구원 주최로 열린 87체제 극복을 위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2.12/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가 가까워지면서 여권 잠룡들의 대권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여권 주류의 흐름을 대변하는 '탄핵 반대파'는 강성 발언을 쏟아내며 전통 지지층에 호소하고 있다. 반면 중도층의 여론을 겨냥한 '탄핵 찬성파'는 민심의 흐름을 쫓으며 대선 본선까지 바라보는 모습이다.

13일 여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차기 주자로 거론되는 당 소속 광역단체장과 장관급, 당대표급 인물들이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 행보를 부쩍 늘리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치권에서 대권후보 1순위로 꼽는 서울시장을 4번째 맡고 있다. 취임 초기 정치현안에 말을 아끼던 그는 전날(12일) 국회에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를 열고 사실상 대권 행보에 나섰다.

오 시장은 여권 내에서 한동훈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과 함께 탄핵 찬성파로 분류된다. 이날 토론회 후 기자들이 오 시장에게 탄핵 찬성 여부를 묻자 그는 "탄핵소추를 통해 법의 판단을 받아보자는 입장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은 잘못된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원칙적 입장이지만 다른 탄핵 찬성파들과는 결이 다르다. 헌재가 탄핵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 표명은 자제하면서 전통 지지층의 심기를 고려해 적정선을 지키는 모습이다.

한동훈 전 대표는 계엄 당시 즉각 '위헌·위법한 계엄'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국회 탄핵소추안은 친한동훈계의 동참으로 가능했다. 그는 '세대교체론'을 화두로 조만간 등판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친한동훈계 인사들로 구성된 '언더87'은 지난 7일 김영삼 도서관을 찾아 "기득권 청산과 정치 세대교체에 앞장섰던 청년 김영삼, 뺄셈정치가 아닌 덧셈정치로 국민통합을 이뤄낸 통합의 지도자 김영삼을 기억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가 다른 잠룡들에 비해 젊은 1973년생이라는 점에서 '73'을 따온 것이다.

'합리적 보수' 기치를 내건 유승민 전 의원은 연일 중도층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자신의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인공지능(AI)·개헌 등 현안 관련 메시지로 대권 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들은 중도층 외연 확장을 통해 대선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후보군이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유력시되는 이재명 대표의 비호감도가 높은 만큼 중도층 지지를 얻어야 정권 재창출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노리는 전략이다.

다만 대선 경쟁력이 당내 경선 경쟁력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뒤따른다. 전통 지지층이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결집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원을 비롯한 지지층 내에서 헌법재판소의 편향성이나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이라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경선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가능성은 약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더군다나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면 그로부터 60일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대선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대선 후보 경선 룰을 바꾸기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현행 룰은 당심(당원투표) 50%, 민심(일반국민 여론조사) 50%를 종합해 대선 후보를 선출한다. 만일 역선택 방지(야당 지지자 참여 제한)까지 시행되면 '보수 성향 유권자'의 의견이 더 크게 반영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전통 지지층을 겨냥한 잠룡들의 행보가 잇따르고 있다.

탄핵 반대파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날 국회에서 공정하게 재판하면 대통령 복귀도 가능하다며 헌법재판소를 강하게 비판했다. 강경한 발언으로 윤 대통령 측 대선 주자로 자리매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원 전 장관은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암묵적으로 윤 대통령과 친윤석열계의 지지를 받는 당대표 후보로 나섰으나 낙선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탄핵이 기각되면 대통령께서는 통합의 시대정신으로 좌우 갈등 봉합에 적극 나서시기를 바란다"고 썼다.

찬성파 잠룡들도 이러한 상황을 의식하는 행보를 펼치고 있다. 오 전 시장은 부정 선거론에 대해 "많은 분이 부실 관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우리 투표 절차에서 그동안 드러난 여러 문제점을 (개선하자는 데) 동의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유 전 의원은 '배신자 프레임'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 이날 '보수의 성지' 대구를 찾아 특강을 한다.

masterk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