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살릴 국정협의회, 여야 기싸움에 표류…무산 가능성
국힘 '연기 요청' 이후 무소식…"구체적 날짜 없다"
'주52시간 예외' 접점 못찾아…조기대선 주도권 싸움
- 박재하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민생 처리 법안을 합의 처리하기 위한 여야 간 국정협의회가 표류하고 있다.
양측은 에너지 3법 처리와 추가경정예산(추경) 즉각 편성에는 대체로 합의점을 찾는 모습이지만 반도체특별법의 핵심 쟁점인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조항' 문제와 연금개혁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특히 12~14일 대정부질문과 야당 주도의 '명태균 특검법' 발의 등으로 향후 여야 간 정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면서 국정협의회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애초 지난 10일 또는 이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과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참여하는 '4자 국정협의회'를 개최할 방침이었다.
여야는 4자 회담에서 반도체특별법과 에너지 3법, 추경 편성, 국민연금 개혁 등 주요 정책을 논의하고 합의점을 도출하기로 했지만 개최 시점은 여당의 요청으로 연기된 후 현재까지 무소식이다.
국민의힘은 실무 단계에서 의제를 합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7일 "의제를 합의하지 못하고 국정협의회로 넘겨 난상토론으로 결정하게 하면 굉장히 무리가 될 것"이라며 국정협의회 연기를 요청했다.
이에 민주당은 이해할 수 없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당일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국민의힘은 공연히 어깃장을 놓지 말고 즉시 국정협의회에 나올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전날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에서 다시 '바텀업'(bottom-up)으로 하자고 해서 일정을 조율 중이다"라면서도 "실무 협의를 언제 할지 구체적인 날짜는 오가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목의 지점은 반도체특별법의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조항과 모수개혁 처리 주체를 둘러싼 연금개혁 방안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에 반대해 왔지만 이 대표가 이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수용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러다 전통적 지지층인 노동계를 의식한 당내 반발이 거세지면서 민주당은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을 제외한 채로 반도체특별법을 먼저 처리하겠다고 선회했다.
특히 이 대표는 전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노동시간 유연화를 언급하면서도 "첨단 기술 분야에서 장시간 노동, 노동 착취로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말 자체가 형용모순이다"며 노동시간 확대에는 반대하는 모호한 입장을 보였다.
이에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은 연설 도중 "진심이 뭐냐"고 물었고 다른 여당 의원들은 "52시간 철회한다는 거냐"고 항의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 대표 전매특허인 오락가락 정치가 점입가경"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연금개혁과 관련해 여야는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을 조정하는 모수개혁 처리 주체를 두고 맞서고 있다. 국민의힘은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추경과 관련해서도 민주당은 즉각 편성이 필요하다며 시급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추경 논의를 반대하지는 않는다고 밝히면서도 예산삭감안 강행 처리에 대한 사과와 연금개혁 특위 구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12일부터 시작되는 대정부질문에서도 공방을 이어갈 전망이다.
여야는 경제성 논란에 휩싸인 이른바 '대왕고래 프로젝트'와 최 대행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 임명 보류 등 문제로 정면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 주도의 '명태균 특검법' 발의도 정쟁의 대상이다. 국민의힘은 공식적으로 법안 발의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그동안 민주당이 특검을 정략적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한 만큼 당내에서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올 수 있다.
여야의 정쟁으로 정책 합의도 미뤄져 자칫 국정협의회 자체가 시작도 전에 무산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조기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국정운영에 대한 주도권 싸움을 지속하면서 정책을 둘러싼 불협화음은 장기화할 조짐이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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