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표 '새 정치'에 86그룹 다시 용퇴 기로…이번엔 다를까

송영길 "총선 불출마"…우상호 "이미 불출마 약속, 지킬 것"·김용민 "이재명 효과"
선거마다 '86 용퇴론'…20대 총선서 이인영 '험지 요청' 직격 사례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기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 버스) 사흘째를 맞은 25일 오전 경기도 가평군 가평철길공원에서 열린 즉석 거리연설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2.1.25/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정연주 기자 = 선거철마다 여권에서 불거지는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그룹 용퇴론'이 이번 대선을 앞두고도 다시 떠올랐다.

86그룹 맏형 격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이재명표 인적 쇄신에 힘을 실으면서, 이번에는 86그룹의 전격적인 결단이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송 대표는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교체를 위해 저부터 내려놓겠다. 다음 총선(2024년 4월)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586세대가 기득권이 되었다는 당 내외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우리가 원한 것은 더 나은 세상이지, 기득권이 아니다"며 "선배가 된 우리는 이제 다시 광야로 나설 때"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이후 '다른 86그룹 의원들도 동참하자는 의미인가'란 질문에 "모두 독립된 헌법기관으로 자신이 책임지는 것"이라며 "누가 강요하거나 압박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각자 의원들이 판단한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본인으로서 큰 결단이고, 그 결단을 통해 민주당을 바꾸겠다고 결심하고 계신다"고 추켜세웠다.

2000년대 초 '혁신의 아이콘'으로 국회에 대거 입성한 86그룹은 이후 정치 세력화를 이뤘고, 이에 여권의 인적 쇄신 의제가 있을 때마다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됐다. 다만 '86 기득권' 여부를 두고 해석이 엇갈리면서 선거 이후엔 잠잠해졌다.

20대 총선 당시 이동학 혁신위원은 86그룹 대표 정치인인 이인영 의원에게 험지 출마를 공개 요청하는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21대 총선에서도 역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86그룹 용퇴론'이 불거졌다.

이에 86그룹의 반발이 이어졌었다. 우상호 의원은 당시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가 정치 기득권화가 돼 있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 약간 모욕감 같은 것을 느낀다"고 했다.

57년생 운동권 출신으로 86그룹의 윗세대인 우원식 의원은 "근거 없이 386·586을 기득권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민주개혁 세력을 분열시키게 될 것"이라며 "임종석 아우의 (불출마) 결정을 아픈 마음으로 바라본다"라고도 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송 대표는 이날 "정치교체를 위해 저부터 내려놓겠다. 다음 총선(2024년 4월)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오는 3월 서울 종로구와 경기 안성시, 충북 청주시 상당구 재보궐선거에 민주당 후보를 공천하지 않겠다고 했다. 2022.1.25/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이날 불출마 선언을 한 '맏형' 송 대표 역시 지난해 전당대회 당시 뉴스1과 인터뷰에서 '586 용퇴론'에 대해 "제가 당대표가 되면 여야 불문 처음으로 86이 당대표가 된 것"이라며 "한 번도 우리가 나라 전체를 전면으로 책임져본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었다.

그런데도 송 대표가 이번에 '내려놓는' 결단을 한 이유는 이 후보의 지지율 정체 등의 현 상황을 뚫고 나갈 돌파구가 절실하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정권교체 프레임을 뚫기 위해 현 정부와의 차별화를 단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선 인적 쇄신만 한 것이 없다는 계산 또한 깔렸다. 일각에선 이 후보가 86그룹 군기 잡기에 나선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에 당내에선 86그룹 김종민 의원의 자성 목소리로 불거진 이번 용퇴론에서 모종의 결단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한편, 관련 논쟁이 내부 분열로 어긋날 가능성 또한 우려하는 목소리 또한 나온다.

86그룹 의원은 뉴스1과 통화에서 "송 대표의 입장을 사전에 공유받지 못했다. 우리가 모여서 무엇을 하고 그런 것은 없다"며 "능력 있는 후배 정치인이 나타난다면 당연히 돕는 것이고, 그 생각은 정계 입문 처음부터 가진 당연한 이치"라고 말했다.

우상호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송 대표 불출마 선언과 관련 "저는 지난해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국민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힘을 실었다.

초선 김남국 의원은 "송영길 대표의 용기 있는 결단이 민주당의 쇄신과 혁신을 견인하는 신호탄이 되길 희망한다"며 선배 의원들의 추가 용단을 기대했다.

김용민 의원은 "이재명 효과다. 이재명 후보가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는 순간 당 쇄신과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며 이 후보를 추켜세웠다.

jy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