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박근혜 사면' 새변수 직면…대선 영향력 촉각
朴·尹 과거 '악연'·이명박 사면 제외 등 '보수분열' 우려 목소리
尹 "우리 대통령"·김종인 "대선영향 없다"…논란 차단 안간힘
- 박기범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20대 대통령선거를 70여일 앞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이 전격 결정되면서, 대선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일 야권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오는 31일 0시를 기점으로 자유의 몸이 된다. 2017년 3월31일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수감된 지 1737일 만이다.
그동안 박 전 대통령 사면을 주장해왔던 야권은 이번 사면을 '환영'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이 어떻게든 대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주판알 튕기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우선 윤 후보와 박 전 대통령의 악연으로 인한 보수분열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윤 후보는 국정농단 사태 당시 특검팀 수사팀장으로 박 전 대통령을 구속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 이번 사면과 관련해 정치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다.
또 박 전 대통령의 형집행 정지를 불허할 당시 검사장이었던 윤 후보가 책임에서 무관하다 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때문에 지난 경선에서 윤 후보를 향해 "박 전 대통령 수사에 사과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적폐 수사를 지휘했던 윤 후보의 과거가 다시 부각될 경우 강성 보수층의 이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보수세가 강한 대구·경북이 박 전 대통령의 대표적인 지지기반이라는 점에서, 윤 후보의 핵심지지층 분열에 대한 우려도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친박계가 다시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려고 나설 수 있다"며 "국민의힘 분열에 따른 반사이익도 사면을 결정하는 데 고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사면에서 제외한 것 역시 보수분열을 우려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윤 후보 측에 친이(친이명박)계가 대거 포진돼 있는데, 이번 사면을 통해 친박(친박근혜)계와 친이계 내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홍준표 의원은 "두 전직 대통령을 또 갈라치기 사면을 해서 반대 진영 분열을 획책하는 것은 참으로 교활한 술책"며 "반간계로 야당 후보를 선택케 하고 또 다른 이간계로 야당 대선 전선을 갈라치기 하는 수법은 가히 놀랍다"고 분열을 우려했다.
친이계 출신인 권성동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한 분(박근혜)만 한 건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의 야권 분열을 노린 술수가 숨어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일단 당 주요 인사들은 분열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윤 후보는 박 전 대통령 사면이 발표되자 "'우리' 박 전 대통령 사면이 늦었지만 환영한다"며 "건강이 안 좋으시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빨리 건강을 회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당시 박 전 대통령의 형집행정지를 불허한 것에 대해서는 "제가 불허한 것이 아니고 형집행정지위원회에서 결정했고 검사장은 법에 따라 그것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을 '우리'라고 부르면서 보수분열을 방지하고 과거 수사에 대해서는 공무원으로서 본인의 일을 했다는 점을 강조, 책임론에서 비껴가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같은 날 "(사면이) 크게 대선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지 않는다"며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서 '정권교체' 외 다른 입장을 가질 수 없기에 정권교체를 위해 뛰고 있는 윤 후보에게 방해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전 대통령이 사면에서 빠진 데 대해서는 "대통령의 결심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제3자가 논평할 수 없다"고 말을 아끼면서, 동시에 '보수 갈라치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것 가지고 (보수) 갈라치기가 되겠느냐"고 일축했다.
이준석 당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이 윤 후보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정치적 평가는 하지 않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정치권에서는 일단 야권 분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당장 정치를 시작할 수 있는 건강 상태가 아니고, 현재 야권의 최대 화두가 '정권교체'인 만큼, 분열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이 정권교체를 강조할 경우 윤 후보가 힘을 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윤 후보를 직간접적으로 비토하거나 침묵을 선택할 경우 당내 분열을 피할 수 없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의 침묵도 지지율 하락세를 보이는 윤 후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박 전 대통령은 메시지 정치에서 강점을 보였다. 중요한 건 메시지"라며 "'정권교체' 여론 속 사면 자체로 인한 야권 분열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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