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 예전만 못하다고?…홍준표의 '이유있는' 변화
윤석열 '막말논란' 속 '부드러운 카리스마' 전략…5060세대 어필
'본선 이후' 통합 위한 '리듬조절'…2030세대에는 '매운맛' 어필
- 최은지 기자
(서울=뉴스1) 최은지 기자 = 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달라졌다. 2017년 첫 대선과 이후 자유한국당 대표를 지냈을 때만 해도 강한 카리스마형 지도자 이미지로 '앵그리 준표'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홍 의원이다.
두 번째 대선에 도전하는 홍 의원에게 최근 '강한 홍준표'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스마일 준표'의 모습에 가깝다.
2차 컷오프를 앞두고 치러진 6번의 TV토론에서 홍 의원은 자신에 대한 상대 후보에 대한 정조준보다 어떤 공격에도 연신 웃으면서 여유 있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5일 진행된 6차 TV토론에서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이재명 재판에 20명의 변호사가, 화천대유는 30명의 변호사가 있는데 그중 제일 나쁜 사람은 박영수 특검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박 특검은 부인과 아들딸이 다 개입했다. 본인은 오징어 사기꾼에 엮여 입건됐는데, 제가 저번에 시궁창 밥 주워 먹는 쥐새끼만도 못하다고 했다. 동의하나"라고 묻자 홍 의원은 웃으며 "동의하면 하태경 후보가 막말이라고 하니까"라는 답변으로 대신했다.
앞서 하태경 의원이 홍 의원을 향해 "자기 절제력을 많이 잃었다. 좋아지셨다고 생각했는데 막말병이 다시 도지고 입에 올리기도 힘들다"고 지적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홍 의원은 주도권 질문에서 선두를 다투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도 훈훈한 분위기로 질문을 했다. 최근 논란이 된 윤 전 총장의 손바닥 '王'(왕) 글자 논란에 대해 홍 의원은 "王자 부적 문제가 홍콩 외신에도 보도됐다. 국제 망신으로 잘못한 것이죠", "오늘은 부적 없죠"라고 웃으며 질문했다.
이에 윤 전 총장도 웃으면서 "그게 부적이라 생각했으면 제가 손바닥에 그러고 다녔겠습니까"라고 넘겼다.
또한 홍 의원은 사회자가 "홍 후보는 아직 한 번도 질문을 안 했다"고 발언권을 제안하자 "4위 싸움이 치열해서 그분들에게 기회가 많이 갔으면 한다"라며 발언권을 양보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홍 의원에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홍준표는 토론할 때마다 손해를 보는 듯. 총기가 예전만 못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실제로 홍 의원 캠프에서는 "우리 후보님이 달라졌다"는 말이 나온다. '총기'가 달라진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5년을 이끌어갈 대통령 후보로서의 '마인드'가 이전보다 더욱 강해졌다는 의미다.
홍 의원의 강점으로 꼽히는 TV토론이지만, '매운맛'을 선보이기보다 '포용력'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선두를 다투고 있는 만큼 4강 안착까지 예상되는 가운데 4명의 후보 중 1명으로 최종 결정되는 '진짜' 싸움은 본선이라는 것이다.
TV토론에서 상대 후보를 몰아세워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하는 대신 여유롭게 포용력을 발휘해 본선 이후 같은당 후보들의 지지를 이끌겠다는 '큰 그림'이라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최대 약점인 '막말 프레임'을 내려놓을 수 있는 환경적 분위기도 조성된 상황이다. 윤 전 총장이 연일 이어지는 말실수로 논란의 중심이 되는 상황에서 윤 전 총장과 '차별점'을 두고, 상대적으로 지지가 약한 5060세대에게 '포용력'으로 '대통령 리더십' 면모를 어필하는 전략이다.
홍 후보는 "평소에 제가 토론할 때는 상대방을 깨고 부수는 토론을 했는데 당내 토론은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그렇게 하면 당내 사람들이 굉장히 싫어한다"라며 "그래서 당내 토론할 때는 리듬 조절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앞으로 남은 동안도 좀 어렵지만 리듬 조절을 잘해가면서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매운맛 홍준표'의 정체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2030세대와는 이전의 '앵그리 준표'의 모습으로 소통한다. 지난달 24일 고려대 정경대학 학생회 초청 토크콘서트에서 홍 후보는 학생회 측이 마련한 진행순서 대신 "제가 드릴 말씀은 10분만 하고 학생들 질문을 무제한 받는다"라며 "룰은 제가 가지고 있다"고 말해 현장을 좌우했다.
또한 모교 후배들 앞에서 "조민 입학 취소를 왜 민족고대에서 주저하고 있나"라며 "뭘 눈치 보고 머뭇거리나. 적어도 우리가 다닐 때는 불의를 보면 용서하지 않았다. 그게 고대 정신"이라고 외쳐 '앵그리 준표'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토론 이외에도 홍 의원은 '강성보수 이미지' '막말 프레임'을 벗으려 부단히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패션 스타일'이다.
홍 의원은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정장과 넥타이 색상을 푸른색 계열로 바꾸고 단어도 신중하게 고르는 연습을 하고 있다고 한다. 부인 이순삼 여사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4년간 홍트럼프, 스트롱맨 등 막말 이미지에 많이 시달렸다"며 "본인도 무척 노력하는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홍 의원은 '먹거리 X파일'로 이름을 알린 이영돈 PD를 캠프 미디어총괄본부장으로 영입을 발표했다가 지지자들의 강한 반대가 일자 당일 오후 "숙고 끝에 영입했는데 지지자분들의 비판이 봇물처럼 쏟아진다"며 이를 보류한 사례도 있다.
강경한 모습으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던 과거의 모습을 고려할 때 지지자들의 비판을 적극 수용하고 이를 인정하는 모습이 이전과 달라졌다는 것이다.
아울러 홍 의원은 검찰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수사가 지나쳤다는 입장이 논란이 되자 "조국 전 가족 수사가 가혹하지 않다고 국민이 지금도 생각한다면 제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다"고 선회했다. 그러면서도 "전 가족 몰살 사건은 제 수사 철학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정치 수사였다"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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