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법 비판 쏟아지자 보완 '시늉'…與 강행처리 '명분' 쌓나

'선출직 등은 손배청구 제외' 수정안에 언론계 "강행처리 중단하라"
與 지지층은 "누더기 법안" 수정안 반발…김용민도 "실효성 가져야" 원안 힘 실어

허성권 KBS노동조합 위원장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쟁점 조항인 징벌적 손해배상제 반대투쟁 릴레이 시위를 하고 있다. 2021.8.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선출직 공무원, 대기업 임원 등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수정하기로 한 것을 두고 이달 25일 본회의 처리 강행을 위한 '명분쌓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법안에 대한 정치권과 언론계 비판이 가중되자 일부 조항을 손대는 시늉을 하는 것이란 지적이다.

이마저도 강성 지지층이 수정안을 비판하고 김용민 최고위원도 법안소위를 통과한 원안을 사수해야 한다고 주장함에 따라, 무리한 입법 추진을 놓고 자중지란에 빠진 모습이다.

방송기자연합회·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기자협회·한국PD연합회는 13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독소조항 지적 일부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갖춰 강행처리 명분으로 삼는 것은 신뢰를 저버린 반민주적인 처사"라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언론 현업 4단체 대표들은 전날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와 도종환 문체위원장, 박정 문체위 간사 등을 비공개 면담했는데, 정작 강행처리 중단 요구는 외면하고 일부 조항만 수정해 양보하는 모양새만 취했다는 지적이다.

박정 의원과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고위공직자, 선출직 공무원, 대기업 임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사람들은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등 개정안 수정방향을 발표했다.

반면 민주당은 오히려 언론단체들이 과도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문체위 소속이자 미디어특위 부위원장인 김승원 의원은 통화에서 "요구사항이 한도 끝도 없다"며 "가장 힘들다는 세 가지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더니, 이것저것 해달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미 개정안 수정방향이 발표된 뒤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이를 규탄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한 권리당원은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민주당스럽다. 앞으로 개혁한다며 표 달라고 하지 말아달라"며 "무능도 이 정도면 범죄 수준"이라고 했다. 다른 권리당원은 "매번 눈치 보다 누더기 법안 만들고, 왜 원안보다 더 못한 법안을 만드나"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민주당의 수정안과는 무관하게 국민의힘의 반대가 완강하다. 수정안과 별개로 언론중재법의 처리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수정안이 문제가 아니고, 지금 민주당이 추진하는 언론 징벌법, 재갈물리기법은 폐기 대상"이라며 "언론의 자유, 국민의 알권리를 신장하는 방향으로 언론관계 법률이 정리되는 게 옳지, 기본 전제 자체가 틀렸다"고 비판했다.

이에 수정안으로 나름의 명분을 만든 민주당이 '원안'으로 국면을 정면 돌파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김승원 의원은 "언론단체 의견을 들어 수정안을 마련했는데 언론단체는 그것대로 비판하고, 언론개혁을 원하는 시민들은 후퇴했다고 비판하고, 양쪽으로 욕을 먹을 수 있지 않나"라고 토로했다.

당장 미디어특위 위원장인 김용민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서 "선출직 공직자도 허위보도 피해를 제한적이나마 구제받을 권리가 있고, 문체위 법안소위 통과 법안(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이를 매우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있어 권력 비판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법안소위를 통과한 법안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 당과 미디어특위는 최선을 다해 입법활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용민 최고위원은 법안소위 안보다 더 강경한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김 최고위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손해배상액의 하한선을 손해액의 3배로 규정했지만, 대안 병합 과정에서 삭제됐다.

김승원 의원은 "(김 최고위원의 원안 사수 주장에 관해) 원내대표, 당 대표와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여름 휴가 중인 송영길 대표는 오는 17일 당무에 복귀한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