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영 "무서운 정의당, 상냥한 정의당으로 만들겠다"

"우리 사회가 개선해나가야 할 부정의는 '소득의 불평등'"
"포스트코로나 시대서 재정건전성은 십계명 아냐, 중요한 것은 시민의 삶"

장혜영 정의당 혁신위원장. ⓒ 뉴스1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그래도 21대 국회에는 장혜영이 있으니까', 이런 희망을 드리고 싶어요"

초선으로 21대 국회에 입성한 장혜영 정의당 혁신위원장은 새내기 의원답게 당찬 포부를 밝혔다. 우리사회의 절망의 크기가 아주 크더라도, 구성원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작지만 뚜렷한 희망의 길이 되겠다는 것이다.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앞으로 펼쳐질 의정활동도 새내기 의원에게는 벅찬 일이지만 장 위원장에게는 국회의원 임기 시작 전부터 정의당의 혁신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중책이 주어졌다. 아직 의원회관 사무실을 찾아오는 길도 익숙지 않은 그에게 '국회의원 당선'은 기쁨보다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다가온다.

장 위원장은 정치인보다는 '이별 선언문'과 '생각 많은 둘째 언니'로 더 많이 알려진 인물이다.

연세대 신문방송학과에 재학 중 명문대의 기득권을 비판하는 내용의 '이별 선언문'이란 대자보를 붙이고 자퇴를 선언하면서 화제가 됐고, 이후에는 중증발달장애를 가진 동생 혜정씨의 자립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이 되면'을 제작해 장애인 인권운동가이자 영화인으로 이름을 알렸다. 동생 장씨와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각 많은 둘째 언니'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기도 했다.

장 위원장은 지난 2019년에야 정의당에 발을 들였다. 실질적인 정계 입문은 이번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서다. 말 그대로 '정치초보'지만 관성적인 삶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삶을 살아온 이력에 걸맞게 당 혁신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장 위원장의 혁신안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방향은 뚜렷하다. 장 위원장은 지난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상냥한 정의당, 대화할 준비가 돼 있는 정의당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지금의 정의당의 이미지가 '무섭다'고 표현했다. 너무나 확고한 당의 철학이 하나의 장벽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누구나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견해로 토론하고, 서로의 생각을 변화하는 사회를 살고 있다. 말하다 틀리면 안 될 것은 사람들과는 대화하고 싶진 않다. 정의당이 그렇다"고 했다.

'무서운 정의당'을 '상냥한 정의당'으로 탈바꿈 시키려는 만큼 장 위원장은 혁신안 도출을 위해 혁신위가 방향을 제시하는 것보다는 당원과 시민의 의견을 듣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정당이 시민들과 함께 호흡해야 하는 만큼 시민들의 감수성의 주파수를 맞출 수 있는 정당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다소 추상적인 정의당의 이미지를 구체화하기 위한 정당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장 위원장에게 주어진 임무다. 하지만 정의당이 이름에 걸맞는 정의를 구현해야 하는 분야는 명확하다.

장 위원장은 우리 사회에서 개선해나가야 할 부정의를 '소득의 불평등'으로 꼽았다. 그는 "답은 명백히 나와있다. 소득의 불평등이 같은 세대 안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심지어 세습되면서 더 심화하는 상황"이라며 "소득 불평등이라고 하는 게 우리 시대에 가장 명확한 부정의고 제거돼야 할 부정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장혜영 정의당 혁신위원장. ⓒ 뉴스1

장 위원장은 21대 국회에서 희망하는 상임위원회로는 기획재정위원회를 꼽았다. 동생인 장씨를 통해 느꼈던 복지의 필요성도 결국 국가 예산의 문제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장 위원장은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를 하나 늘린다고 해도 그건 또 예산의 문제로 이어지고 복지란 곧 예산, 복지란 곧 증세 이슈로 나아가는 것"이라며 "국가의 재정 문제를 제대로 다뤄보고 싶다는 게 개인적인 각오고 결심이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 국면을 극복하기 위해 재정건전성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장 위원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 사회에서 지금까지 정부가 가지고 있던 재정건전성이라는 것은 하나의 생각이다. 하늘에서 떨어진 십계명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관점"이라며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삶이지 재정건전성 그 자체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장 위원장은 유튜버 출신을 강점을 살려 국민과의 소통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하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또 원내에서도 자신과 같이 2030 세대 의원들과 국회의원 연구단체를 만들어 현안과 관련한 토론을 하겠다고 했다.

장 위원장의 의정활동에 대한 신념은 확고하다. 정의당이 소수정당이지만 그만큼 사회적 약자의 삶까지도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버팀목이 되겠다는 것이다.

우리의 일상과 우리의 정치가 공존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게 초선인 장 위원장의 바람이다.

hanant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