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 北 미사일 쏜들…'빨갱이'도 '지역주의'도 사라진 선거
선거때마다 각 당 울고 웃은 '북풍', 올해 선거선 상실
"이념보다 실용주의"…상대 지역 비방보단 '청사진'을
- 강성규 기자
(서울=뉴스1) 강성규 기자 = 이번 국회의원 총선에서는 역대 선거의 승패를 갈라놓은 핵심 쟁점인 '북풍(北風)'과 '지역주의'가 실종된 모양새다. 선거를 이틀 앞둔 13일까지 관련된 이슈는 사실상 전무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한 가운데서, 코로나19가 대형 '블랙홀'로 작용해 남북관계 등 다른 이슈를 모두 잠식시킨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다만 최근 전국 단위의 추세로 봤을때 코로나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더라도 과거 사례와는 다른 양상이 펼쳐졌을 가능성이 컸다는 견해도 나온다.
◇'북풍' 안보 강세 보수에 유리…'평화 담론' 與 압승했던 지난 지방선거는 '대반전'
총선 등 선거에선 매번 북풍을 둘러싼 논쟁이 일어났다. 보수 진영에선 '안보' 문제를 제기하며 공세에 펼쳤고, 진보 진영은 '기획설' 등 의혹을 제기하며 방어에 나섰다.
하지만 '안보' 프레임이 강하게 맞물려 보수진영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던 경우가 많았다.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 막판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 지도부가 제기한 2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NLL(서해 북방한계선) 포기 발언'이 한 사례다.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 캠프는 이 발언들을 공개하며 민주당 정권이 안보를 포기했다고 주장했으며,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 캠프는 '국가 기밀 누설'이라며 반발했다. 그러나 이는 선거 막바지 판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며 민주당 측에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이 외에도 2016년 총선에서의 '류경식당 종업원 탈북자 12명 집단 입국' 사건 등 이 대표적이다.
2016년엔 여당인 새누리당의 강세, 범야권 분열로 보수진영의 압승이 예상됐던 총선 구도에서 막판 '류경식당 종업원 탈북자 12명 집단 입국' 사건이 벌어지며 이슈가 되기도 했다. 야권에선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민주당 123석, 새누리당 122석으로 오히려 범야권의 승리로 결론이 나기도 했다.
가장 최근 치러진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남북문제가 이슈화한 끝에 극적인 선거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임기 초반부터 '한반도 운전자론'을 강하게 설파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두차례의 정상회담, 선거 전날 이뤄진 도널드 트럼프-김정은 위원장의 사상 초유 북미정상회담 등이 잇따르며 북풍 담론 대결서 '평화'가 '안보'를 압도했다.
그 결과 광역단체장 선거는 민주당 14석 대 자유한국당(현 통합당) 3석,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는 11대 1로 민주당은 전무후무한 대승을 거뒀다.
올해는 어떨까. 이번 21대 총선에선 남북관계 이슈, 즉 북풍이 아예 사라진 모습이어서 어느 진영에 유리하게 흐를지 판단하는 것조차 무의미한 형국이다.
보수 진영에서 자주 언급되던 이른바 '빨갱이' 비난도 일부 '태극기 부대' 기반 원외정당들을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민들의 삶이 극도로 위축되는 위기 상황을 맞이하면서 북한을 고리로 한 이념 논쟁이 끼어들 틈이 사라진 게 주요 원인으로 풀이된다.
보궐로 치러진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이와 유사한 분위기가 형성된 바 있다. 당시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프레임이 선거기간 내내 워낙 강하게 작용한 탓에 북풍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이에 더해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타결이 무산된 이후 남북미 사이 교착상태가 지속되며 평화 담론 또한 회석된 면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북한의 거듭된 미사일 발사 등 안보 위협 프레임에도 '내성'이 생겨 안보 담론 또한 과거처럼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홀대론은 그만, 발전론 제시하라"…지역주의 또한 '균열'
'지역주의' 쟁점 또한 코로나 사태의 영향이 적지 않다고 볼 수 있지만, 여야의 전통 텃밭인 호남과 TK(대구·경북)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초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격전지의 '전국구 확대' 현상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과거에는 보수진영이 강세를 보였던 충청권은 사실상 지역정당인 자유민주연합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이후 여야를 번갈아가는 표심의 향방으로 선거를 좌우하는 '캐스팅보트'로 탈바꿈했다. 역시 보수 텃밭인 부산·경남 또한 지난 20대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8석을 차지하며 국회에 입성한 이후 여당세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선거때마다 재현된 양당제의 최대 폐해로 지목되는 지역주의는 극단적 이념·진영대결로 인해 고착화 된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전국적 입지를 가진 여야 인사들의 지역주의 타파 도전, 지난 총선 국민의당이나 정의당 등 대안·정책 정당들의 출현으로 굳건하던 지역주의도 균열이 나는 모습이다.
또 과거 지역주의는 '홀대론'과 '색깔론'을 중심으로 한 각 지역 정치권 사이 네거티브 정쟁의 결과이기도 하다. '충청 핫바지' '영·호남 홀대론'과 '빨갱이' '수구꼴통' 등 지역비하 발언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홀대론보다 '발전론', 이념논쟁보단 '실용주의' 추구가 지역 민심에 더 큰 영향을 발휘한다는 견해가 더욱 설득력을 얻는 모양새다.
과거 극단적 대결 구도를 거친 학습효과로 어느 당이 독주하는 것보다는 여야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 지역발전을 이끌 수 있는 구도를 만드는 것이 더욱 유리하다는 생각이 지역주민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구도에선 상대당의 지지기반에 대한 비방 일변도로 지역민심을 자극하기보단, 지역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내놓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인식이 후보들과 정당들 사이에서도 늘고 있는 추세로 보인다.
sgk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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