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선 손학규·8선 서청원도 비례대표로…'뭘 대표하는 분들인가' 눈총

각각 민생당·우리공화당 비례 2번…3% 넘으면 당선권
이태규·권은희·김진애·정운천·홍문종 등 전현직 의원 다수 비례명단 포진…"비례대표 취지상 부적절" 비판

서청원 우리공화당 의원과 손학규 바른미래당 전 대표. 2018.12.12/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4·15 총선에 출마하는 비례대표 명단에 전·현직 의원들이 속속 이름을 올리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비례대표 제도는 당초 각 분야별 전문가를 영입해 기존 정치권의 부족한 정책 역량을 보완하자는 취지여서, 정치 신인들을 중심으로 한 번의 기회만 주는 것이 관례였였기 때문이다.

특히 다선 중진 의원 출신들까지 앞다퉈 각 정당들의 비례 순번 앞자리를 차지하면서 '노욕이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생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73)를 비례대표 2번에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선거법상 홀수 번호에는 여성 후보를 배치해야 하는 것을 제외하면 가장 앞 순번이다.

민생당의 지지율은 각종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1~3%사이를 왔다갔다 하고 있어 당내에서는 1~2명을 당선권으로 보고 있다.

아직 최고위 의결을 거쳐야 하지만, 민생당이 비례대표 배정 기준인 '3%' 지지율 문턱을 넘으면 4선 전 국회의원, 4번의 당대표, 보건복지부 장관·경기도지사까지 역임한 노(老) 정치인 손 전 대표는 다시 국회에 입성하게 된다.

또 다른 원내 소수정당인 우리공화당도 이날 8선의 서청원 의원(77)을 비례 2번으로 배치한 비례 후보 명단 20명을 발표했다.

친박(親박근혜)계 좌장 역할을 했던 서 의원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이후 보수의 몰락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의 전신)을 탈당했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서 의원이 20대 국회의원 임기를 마감하면 정계를 떠날 것으로 봤지만, 우리공화당 비례대표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우리공화당 역시 1~3% 사이 지지율을 오르내리고 있어 기준선만 넘는다면 서 의원은 고 김영삼 전 대통령 등과 함께 역대 최다선(9선) 타이틀을 얻게 된다.

김진애 전 의원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경선 참가자 공개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03.22/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이외에도 각 정당마다 익숙한 정치인들이 다시 비례 후보 명단에 이름이 올렸다.

안철수 대표가 이끌고 있는 국민의당은 지역구 후보를 포기하고 비례대표 후보로만 선거를 치르기로 했다. 이에 '셀프 제명' 문제로 민생당을 재탈당해 의원직을 상실한 이태규 전 의원과 재선의 권은희 의원은 각각 비례대표 2번·3번을 받았다.

정봉주 전 의원 등이 창당한 열린민주당에는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에서 비례대표를 지낸 김진애 전 의원이 비례대표 1번을 받았다. 사실상 비례대표 재선이 보장된 비례 순번이다.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는 바른미래당에서 넘어온 정운천(전북 전주시을) 의원(66)이 비례대표 16번을 받아 최근 지지율대로라면 턱걸이 원내 진입이 예상된다.

당선권 밖으로 눈을 넓히면 전·현직 의원으로 정의당에서 9번을 받은 이자스민 전 의원, 민생당 12번(최고위 의결 필요)에 배치된 장정숙 의원이 있다.

또 홍문종 의원(4선, 경기 의정부을)이 우리공화당을 탈당해 창당한 친박신당도 비례대표 1번에 장정은 전 의원, 2번에 홍 의원을 공천했다고 밝혔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당선 경험이 있는 기성 정치인들이 대거 비례대표 후보로 나서는 데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정치권 관례상 비례대표 후보는 직능 전문가·여성·청년 등 지역구 선거를 통해 원내 입성이 어려운 인재들을 위한 제도로 운영돼 왔기 때문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또 다른 부작용으로도 평가된다. 당세가 약한 정당은 거대 양당 구조로 정립된 현 정국에서 지역구 선거에서 승리하기 어려운 반면, 연동형 비례대표제 하 비례대표 의석은 3%만 넘는다면 이전 선거제에서 보다 더 많은 의석수를 얻을 수 있다.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비례대표 후보라는 것이 꼭 정치 신인을 위한 것이라는 룰은 없지만, 백전노장인 분들이 비례대표로 가는 것은 적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 이전보다 비례대표에서 의석수를 더 얻을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관건은 각 정당이 3% 이상의 지지율을 넘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h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