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졌던 '데이터3법' 처리로 20대 국회 '최악' 오명 만회할까

19일 본회의서 데이터3법 중 일부 처리 가능성 열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청년 스타트업 CEO와 함께 국회를 찾아 민병두 정무위원장을 만나고 있다. 박용만 회장은 이자리에서 스타트업 지원 및 규제에 관한 건의사항을 전달했다. 김성준 렌딧 대표, 손보미 콰라소프트 대표, 류준우 보맵 대표 등이 동행했다. 2019.7.16/뉴스1 ⓒ News1 이종덕 기자

(서울=뉴스1) 장은지 정연주 기자

"규제와 입법환경 미비가 젊은 사람들의 기회를 박탈하고 싹을 꺾고 있다. 양당 간에 이견도 없는 법안이니 이제는 더 지연되선 안된다."

부푼 꿈을 안고 창업한 스타트업 청년 대표들의 손을 잡고 국회 문턱이 닳도록 법안 처리를 촉구하고 있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호소다.

'한국전쟁 때보다 못한 사상 최악의 식물국회'라는 20대 국회에서 경제는 '버려진 자식'이 된 지 오래다. 제발 버리지 말아달라는 절규가 터져나오는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데이터 3법은 4차산업혁명의 '쌀'인 빅데이터를 활용하려는 금융·IT 등 전 분야 산업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법이다. 그러나 여야 극심한 정쟁으로 숨구멍이 막혀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법안을 심사할 상임위의 법안소위를 여는 일조차 간단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여야가 오는 19일 본회의를 열고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 등 '데이터 3법'을 최대한 처리하기로 극적 합의하면서, 업계에선 안도의 한숨이 터져나왔다. 더 늦었다간 4차산업혁명 흐름에서 완전히 뒤처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 3법의 별명은 '개망신법'이다.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의 이름에서 한글자씩 따왔다. 데이터 혁신을 가로막는 법이어서 개정이 필요하다는 업계의 '자조'가 담겼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에서 '미래산업의 원유'로 불리는 데이터 산업을 화려하게 꽃 피워 4차산업혁명의 선봉에 서야 한다는 데는 여야 이견이 없다. 데이터 3법 개정 필요성에도 여야 모두 공감한다. 야당도 이제 더는 데이터 3법을 외면하기 힘들 정도로 산업계의 비판을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인공지능(AI) 강국'을 선언하면서 "데이터 3법이 연내 통과되도록 국회와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다음날인 지난달 29일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데이터 3법, 더 이상 늦어질 수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데이터 산업을 법과 제도가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해 집권여당 원내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각론에선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있지만, 1년 넘게 국회에 묵혀둘 만큼 이견이 큰 수준도 아니어서 금융·산업계는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특히 손혜원 무소속 의원 부친의 국가유공자 서훈 논란으로 파행을 거듭해온 정무위원회는 법안1소위에서 지난달 24일 처음으로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심의하기 시작했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지 1년여 만에 처음 법안1소위에서 논의에 돌입했지만 여야간 주고받을 '손익계산' 때문에 다음달 추가 논의만 약속됐다.

'모법'인 개인정보보호법안이 계류된 행안위도 지난 4월과 9월, 10월 총 3차례 법안소위를 열었지만 의견수렴이 더 필요하다는 결론을 반복했다. 법안 내용 자체에 대해선 여야 이견이 크게 없음에도 번번이 국회 파행으로 인해 발목이 잡혀왔다.

ⓒ News1 DB

데이터 3법은 △개인정보·가명정보·익명정보에 대한 명확한 정의 △전문기관의 승인 하의 결합 정보 활용 허용 △개인정보 관련 감독 기관을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 일체화 △금융분야 빅데이터 분석·이용의 법적 근거 명확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하나같이 기업들이 데이터 활용을 위해 시급히 필요로 하는 내용들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금융·통신·유통·공공 등 서로 다른 분야 데이터를 결합해 개인 맞춤형 상품 서비스 개발이 가능해진다. 가령 보험사가 보유한 운전보험 데이터와 통신사가 보유한 운전습관 데이터를 결합하면, 개인 운전습관별 보험요율을 산출해 보험료에 반영할 수 있다.

현행법은 기업들이 데이터를 활용하려면 데이터 속에 포함돼 있는 개인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거나 법적 근거에 따라 비식별 처리를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지키면서 데이터를 활용하기엔 걸림돌이 많아 관련 산업 성장이 정체된 상황이다.

최근 구글이 '핏비트'라는 미국 웨어러블 기기 제조업체를 21억 달러에 인수한 것도 결국 방대한 데이터가 목적이었다. 핏비트는 착용자의 걸음 수와 칼로리 소모량, 심박 수 등을 측정하는 스마트밴드다. 구글은 핏비트가 보유한 방대한 바이오데이터에 21억달러를 베팅했다. 신약 개발 및 헬스케어 산업의 기초자원인 바이오 빅데이터를 AI(인공지능)와 결합시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미국 등 선진국들은 의료·금융·통신 등의 개인정보 활용을 대폭 허용하고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앤트파이낸셜도 국내 산업계가 가장 부러워하는 기업 중 하나다. 앤트파이낸셜은 초당 2000건씩 쌓이는 결제 데이터를 활용해 신용평가와 대출, 보험 등 '테크핀' 시장을 개척했다. 기업가치 170조원의 세계 최대 스타트업으로 성장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반면 우리나라는 관련 법 미비와 각종 규제로 산업 성장이 멈춰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현행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따라 정보 활용 단계마다 당사자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다"며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융합이 이뤄지려면 빅데이터 분석이 필수인데 우리나라는 그 첫 단추인 데이터 수집부터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seei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