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일생일대 승부수…정치인생 마지막 꿈 대선출마 포기 배경은
친박 지도부 코너 몰기 위한 최후통첩용 해석
당 잔류 선택은 탄핵·개헌 추진 등 현실 감안 분석도
- 곽선미 기자
(서울=뉴스1) 곽선미 기자 =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23일 내년 대통령 선거 불출마라는 일생일대의 승부수를 던졌다.
PK(부산경남)의 맹주로 꼽혀온 김 전 대표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여권의 대선 판도를 뒤흔들수도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작지 않다. 또 김 전 대표가 당분간 당에 잔류하면서 대통령 탄핵을 주도하겠다고 밝히면서 향후 있을 탄핵 정국에서 당내 갈등도 더욱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무성 전 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 제 정치인생의 마지막 꿈이었던 대선 출마의 꿈을 접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배경에 대해 "박근혜 정부 출범의 일익을 담당한 사람으로, 새누리당 직전 당대표로 사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표의 이같은 대선 불출마 선언의 변은 검찰 수사와 탄핵 압박을 받고 있는 박 대통령은 물론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당 지도부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 김 전 대표는 지난 2012년 말 당시 박근혜 대선 후보의 선거캠프에서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대선을 진두지휘했고 정권 재창출을 이끌어냈다.
이를 발판으로 대세론을 형성하면서 2014년에는 당내 주류 세력인 친박(親 박근혜)계의 '맏형'격인 서청원 의원을 물리치고 당대표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당대표 임기 말인 올해 4·13 총선 직전 불거진 '공천 파동'과 '총선 참패' 여파로 자진 사퇴하는 불명예를 겪었다.
김 전 대표 측근으로 알려진 강석호 의원도 비슷한 취지로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날 오전 비주류 모임인 '비상시국위원회'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최근 김 전 대표가 양심상 도저히 대선에 나갈 수 없다는 말을 자주 했다"며 "박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선대본부장을 맡았고 공천파동도 있어 책임감이 컸는데 대통령 마저 저렇게 되니까 '내가 무슨 낯짝으로 출마하겠나'라고 했다. 우리가 만류했는데 양심상 그렇게 안된 것 같다"고 전했다.
김 전 대표는 대선 직전에 치러진 2012년 총선에 불출마를 밝히며 백의종군을 선택한 경험이 있긴 하나, 자신이 밝혔듯 정치인생의 마지막 목표인 대선 출마 포기는 쉽지 않은 결단이다. 아직 대선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고 많은 변수가 남아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정치권 안팎에서 그의 전격적인 불출마 선언 배경에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는 이유다.
정치권에서는 유력 대선주자인 김 전 대표가 불출마 카드를 꺼냄으로써 친박 지도부를 코너로 몰기 위한 '최후통첩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 전 대표는 이번 사태 후 지속적으로 대통령과 지도부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 탈당을 촉구했고 며칠 뒤인 지난 13일에는 대통령 탄핵을 주장했다. 지도부에 대해 즉각적인 사퇴를 줄곧 요구했지만 요지부동이자, 최근 "이정현 대표 체제가 사퇴하는 게 순리이지만 이 순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또 다른 돌파구를 찾을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탈당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까지 하면서 현 지도부를 압박해온 것이다.
이날도 "당에서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겠다. 현 지도부는 즉각 사퇴해야 한다"며 압박 공세를 이어갔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용태 의원 등이 전날(22일) 탈당을 선언한 것도 영향을 준 듯하다. 비주류의 좌장인 김 전 대표로서는 비주류의 액션 플랜을 제시해야 한다는 일종의 책임감이 들었을 수 있다. 비주류 내에서도 중진, 대선주자급 인사가 나서서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었다.
당직을 맡지 않고 있는 김 전 대표로서는 최후의 보루인 대선 불출마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최근 친박 핵심 최경환 의원을 모처에서 만나 비대위 구성을 전제로 친박 3인-비박 3인 중진모임을 구성키로 한 것이 알려지면서 비주류 내에서 '밀실정치' 논란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실을 감안한 결정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향후 일정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당에 잔류하면서 탄핵과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소야대(與小野大) 상황이더라도 탄핵과 개헌을 추진하려면 여당의 동력이 상당수 필요하다. 탄핵안 가결만 놓고 봐도 전체 300석 중 171석을 가진 야당이 모두 찬성표를 던져도 여당에서 29표가 나와야 하는 실정이다.
비주류 상당수가 당에 남아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하는 마당에, 동반 탈당보다는 당 잔류를 선택하는 편이 향후 정국 주도권을 쥐기에 낫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다만 김 전 대표는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에게 "한계점이 오면 결국은 보수의 몰락을 막기 위해 결단할 수밖에 없고 거기에는 탄핵과 상당히 연관이 있다"고 말해 탈당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김 전 대표는 주류 친박계로부터도 탈당 요구를 받고 있다.
만약 김 전 대표가 향후 정국에서 탈당까지 선언한다면 중도보수진영의 새판짜기, 여권발 정계개편 논의가 급속히 수면 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김 전 대표가 정치적 소신으로 밝혀온 개헌과 연관짓는 시선도 있다. 내각제 개헌을 추진한 이후 실권을 쥔 국무총리를 노리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국회 추천 거국중립내각 총리, 여당 내 비상대책위원장,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실적인 요인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PK(부산경남)의 최다선 의원으로 맹주로 손꼽히지만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 이후 여권 대선주자들이 직격탄을 맡아 맥을 못추는 사이 그의 지지율도 동반 하락했다. 최근 여론조사(리얼미터, 21일)에서 그의 지지율은 3%대에 머물러 있다. 여권이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의 18%와는 간극이 크게 벌어져 있는 상태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비주류 좌장으로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해 승부수를 던진 것 같다"며 "나름대로 탄핵 정국 등을 주도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되고 탄핵, 개헌을 추진하기 위한 현실적인 판단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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