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집안일, 아내는 국회로"…뜨거운 '외조열전'
지원유세는 기본, 스케줄 관리·맞춤형 컨설팅도…여성후보 99명 지역구 도전
- 김영신 기자, 박승희 인턴기자, 석대성 인턴기자
(서울=뉴스1) 김영신 기자 박승희 석대성 인턴기자 = "집안일 다 제가 합니다. 일 잘하는 제 부인을 국회의원으로 꼭 뽑아주세요!"
20대 총선에 출마한 여야 여성 후보들의 남편들도 부인의 금배지 당선을 위한 '외조열전'을 벌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유리천장'(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아직 상당한 우리 사회. 그중 정치권은 여성을 배려하겠다는 공약은 남발하지만, 여전히 남성이 수적으로 우세한 분야다.
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9대 총선 때 당선한 여성 의원은 총 47명(지역구 19명, 비례대표 28명)이었다.
각당이 여성 배려 차원에서 비례대표에 여성을 상대적으로 많이 추천하는 편이지만, 지역구 의원 246명 중 여성이 19명에 그친 성적을 보면 여전히 여성에게 척박한 정치권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엿새 앞으로 다가온 20대 총선에서는 역대 선거 중 가장 많은 여성 후보자들(99명)이 지역구에 도전장을 냈다. 비례대표 여성 후보는 모든 정당을 합쳐 75명이다.
현실이 녹록지 않은 여성 후보들의 당선을 위해 그 옆에서 남편들이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다. 출마한 부인의 분신이 돼 지역구 곳곳을 누비는 것은 당연한 기본이고 직업을 살린 '맞춤형' 외조도 필수다.
현재 유일한 여성 정당 대표인 심상정 정의당 대표(재선·경기 고양시덕양구갑)의 남편 이승배씨는 아침 출근길 인사에서부터 저녁 퇴근길 인사까지 심 후보가 혼자 다 만나지 못하는 유권자들을 만나 민심을 청취, 꼼꼼히 메모해 매일 심 후보에게 전달한다.
이씨는 뉴스1과의 전화통화에서 "부인이 거대 정당이 아닌 군소 진보 정당 정치인으로서 얼마나 힘들겠느냐"며 "그런 부인이 집안일을 하는 것은 사회적 기회비용의 낭비라고 생각한다. 슈퍼우먼을 기대할 수 없기에 집안일은 저와 자식이 신경써서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의 남편 내조는 당연하게, 남편의 부인 외조는 생소하게 받아들여지는 사회적 분위기에 "그러려니"한다. 그래도 거대 양당 구조가 고착화한 우리나라에서 진보정당 대표까지 오른 '여장군' 부인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격려를 받으며 힘을 낸다고 했다.
여성가족부 장관 출신으로 3선에 도전하는 김희정 새누리당 후보(부산 연제구)의 남편 권기석씨는 두 사람이 결혼 전 연인사이였던 17대 총선 때부터 부인의 선거를 지원해 "외조에 도를 텄다"는 평을 듣는다.
요즘 권씨는 김 후보보다 먼저 하루 일정을 시작한다. 새벽 4시30분에 집을 출발해 산(山)에 올라 유권자들에게 한 표를 호소한다. 하루 일과는 김 후보의 다리 마사지로 마무리한다.
부인이 10여년 국회의원을 하다보니 이제 지역 어르신들로부터 듣는 "권 서방" "희정이 남편"이라는 호칭이 익숙하다고 했다.
재선에 도전하는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후보(서울 중랑갑)의 남편 장유식 변호사는 지역구 유세는 기본이고, 변호사 사무실을 서초동에서 아예 중랑구로 옮겨 부인 선거 관련 법적 자문을 도맡고 있다.
장씨는 매일 '중랑의 딸 서영교'라고 쓰인 파란색 점퍼를 입고 목에는 '서영교 남편이라고 쓰인 명찰을 차고 다닌다. 그리고는 "바쁘고 일 잘하는 부인을 대신해 집안인을 다 제가 하겠다"고 외친다.
장씨는 주부 노래교실을 찾아 노래도 부르고, 지역 행사에서 서 후보 대신 술을 마시기도 하는데, 그런 그의 정성 덕에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는 장씨가 중랑구청장으로 출마하라는 제안도 주변에서 많았다고 한다.
서울 서초갑에서 3선을 노리는 이혜훈 새누리당 후보의 남편 김영세 연세대 교수도 외조열전에서 빼놓을 수 없다. 김 교수의 부친은 4선 국회의원 출신 김태호 전 내무부 장관이다. 정치인 집안에서 자란 김 교수 몸에 정무감각이 배어있는 셈이다.
김 교수는 주변 지인들에게 이 후보 후원금을 요청하는가 하면, 선거 전략과 정책 등에 대해 컨설턴트를 자처한다. 대학 강의가 없는 날에는 지역구에 머무르며 하루 종일 이 후보 지원 호소를 하고 다니는데, 역시 오랫동안 이 지역에 터를 두다 보니 '김영세표'도 상당하다고 한다.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하고 무소속 출마한 김영순 후보(서울 송파을)의 남편 정태조씨는 선거전 전면에 뛰어들기보다는 조용히 측면 지원을 하는 스타일이다.
정씨는 김 후보 대신 언론보도를 모두 챙겨보고 김 후보의 장·단점이나, 어느 곳에 몇시께 가야 유권자들이 가장 많이 모여있더라는 등의 팁을 건네준다고 한다.
옆동네 송파병에 출마한 남인순 더민주 후보의 남편 서주원씨는 "내가 전업주부"라고 말한다. 남 후보가 공식 일정을 소화하느라 미처 챙기지 못한 일들은 서씨의 몫이라고 한다.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인 환경운동가 서씨는 "마음 속으로는 녹색당을 지지하지만 내 부인이 나왔는데 부인을 당선시켜야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아예 선거 지원을 안하는 남편도 있다. 새누리당 4선 중진 고지를 노리는 나경원 후보(서울 동작구을)의 남편 김재호 판사(현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부장판사)가 대표적이다.
법상 공무원은 후보자 선거운동이 불가능하지만, 후보자의 배우자의 경우는 휴가를 내고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김 판사는 나 후보의 선거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역시 판사 출신인 나 후보도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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