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김무성, 여야 대표의 '참배의 정치학'
문재인 이승만·박정희 참배 이어 김무성도 노무현 묘역 참배
여야 대표 '국민 통합' 행보에 국민 반응도 긍정적
- 진동영 기자
(서울=뉴스1) 진동영 기자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취임 첫 일정으로 고(故)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한 데 이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4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다.
여야 두 대표가 나란히 상대 진영의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면서 포용과 화합의 행보를 보이는 모습이다. 총·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각자 중도층 공략에 나선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먼저 물꼬를 튼 것은 문재인 대표다. '국민 지지 회복'을 기치로 내걸고 경선에 승리한 문 대표는 9일 취임 첫 행보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전신 민주당 시절을 포함해 새정치연합 당 대표 중 처음이다. 민주화 시대의 앙금이 남아 있는 새정치연합으로서는 파격적인 행보였다.
문 대표는 지도부 내에서조차 반대가 상당했던 이 일정을 강행했다. 문 대표는 "두 분 묘역 참배 여부를 둘러싸고 계속 갈등하는 것은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며 "국민 통합을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참배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같은 날 문 대표와 만나 두 전대통령 묘역 참배를 "잘한 일"이라고 평가하면서 노 전대통령 묘역 참배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이같은 뜻을 밝힌 지 닷새 만인 14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참배를 했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노 전대통령은 망국병인 지역주의와 권위주의 타파를 위해 온 몸을 던진 서민 대통령"이라며 "정치인으로서 존경의 뜻을 표한다"고 했다.
김 대표의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참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 대표는 지난달 1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다. 지난 2010년 한나라당 원내대표 시절에는 노 전대통령 1주기 추도식 참석을 위해 봉하마을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같은 여야 대표의 '참배의 정치학'을 보는 국민의 시선은 일단 긍정적이다. 두 대표의 정치적 판단에 의심을 보내는 시선도 있지만 일단은 정쟁 속에서 서로의 지도자를 존경하는 마음을 밝히면서 '화합'의 정신을 보였다는 점에서 긍정 평가를 내리고 있다.
문 대표의 이·박 전대통령 참배 후 실시된 JTBC-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3.5%는 문 대표의 두 전대통령 묘역 참배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공감하지 않는다는 대답은 24.9%로 공감한다는 응답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문 대표의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도 상승했다. (리얼미터가 6일·9일 양일간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유·무선전화 임의전화걸기 방식으로 실시. 응답률은 6.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정치적으로 대립각에 있는 국민들의 의사도 포용한다는 하나의 정치적 상징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내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포용력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실보다 득이 더 많을 것"이라고 이같은 여야 대표의 행보를 긍정 평가했다.
다만 참배의 목적이 '화합'에 있다고는 하지만 두 대표가 생각하는 대상은 조금 차이가 있는 듯하다.
문 대표는 '화합'의 대상이 국민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참배 후에도 국민 통합을 위한 여러 계층의 만남은 계속하고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에 대해서는 연일 각을 세우는 모습이다.
반면 김 대표의 경우 노 전 대통령 참배가 야권 지지층을 겨냥했다기 보다는 문 대표의 이·박 전대통령 참배에 대한 화답의 성격이 짙은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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