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회고록' 뒷이야기…"이명박 참 특이한 성격 소유자"
김두우 전 홍보수석, 회고록과 별도 에피소드 담은 책 공개
- 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유기림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은 참 특이한 성격의 소유자다.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청와대 수석회의나 국무회의가 때로 봉숭아학당이 된 데에는 대통령 탓(?)이 크다."
"대통령 재임 시절 김윤옥 여사는 청와대 밖의 여론을 전달하는 숨은 창구 역할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 집필 과정에 참여한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30일 공개한 '오늘 대통령에게 깨졌다'에 나오는 내용의 일부다.
김 전 수석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대통령의 시간'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책 위주 회고록이기 때문에 이 에피소드북을 다시 만들게 됐다"며 "이 전 대통령이 얼마나 감정 표현에 서툰 분이신지 등에 관한 에피소드들이 수록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서 다루는 주제는 무겁지만 접근 방식은 재밌고 가볍다"며 "우리 정부에 몸담았던 사람들이 이런 문제를 놓고 얼마나 토론을 격렬하게 진행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자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마따나 회고록과 함께 있는 '오늘 대통령에게 깨졌다'에는 회고록에 담지 못한 이 전 대통령과 관련한 흥미로운 일화들이 여럿 소개돼 있다.
김 전 수석은 이 전 대통령의 성격을 두고 "(이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중에도 그랬다. 몹시 화가 났음직 한데도 겉으로 화를 내는 모습은 보기 힘들었다.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이 실수를 해도 크게 질책하지 않았다. 아주 가깝게 여기는 극소수 사람에게는 야단을 쳤다"고 언급했다.
김 전 수석은 그 이유를 "서른다섯의 나이에 현대건설 최고경영자(CEO)가 되어 장장 15년간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감정 표현을 극도로 자제할 수 밖에 없었으리라. 그것이 세월과 함께 성격으로 굳어지지 않았을까"라고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은 세계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말 폐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김 전 수석은 정확한 병명을 물어보자 이 전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외국에서 알면 한국을 후진국처럼 여기지 않을까? OO였다. 비전염성이기는 했지만"이라고 답했다고 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이 중병 발표 이후 발생할 상황을 우려해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며 이 전 대통령이 김윤옥 여사와 주치의 외에는 모두에게 비밀로 했다고도 덧붙였다.
김 전 수석은 청와대 비서진은 물론 국무위원들과의 회의에서 격의 없이 각자의 의견을 제시하도록 하는 회의 방식을 '봉숭아학당' 토론이라고 명명했다. 그는 "'봉숭아학당'의 토론 문화는 세계 금융위기와 유럽발 재정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국격을 높이는 밑거름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 제목을 논의하면서 '극복하지 못할 위기는 없다, '더 이상 대한민국은 약소국이 아니다', '5년 대통령이 10년 계획을 세우다' 등을 비롯해 종교적 색채가 묻어나는 '나는 소명 받은 대통령이었다', '모든 정책의 바탕에는 사랑이 있었다', '나는 절망 속에서 희망을 본다' 등의 제목을 제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이 재임시절 논란을 불러온 정치적 선택에 대한 뒷이야기도 공개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재 새누리당 최고위원인 김태호 의원을 2010년 총리로 지명한 배경에 대한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19일 강원도 영월 예림미술교육원에서 열린 회고록 워크숍의 정치분과 분임토의에서 "3김 시대 방식의 정치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사회 전체에 세대교체 바람을 불어넣고 싶었다. 40대 총리가 나서면 사회 전체 분위기가 바뀌지 않겠나 생각했다"고 토로했다.
독도에 대한 이 전 대통령의 신념은 확고했다. 그는 집필 회의 과정에서 "독도 방문, 변명하듯이 쓸 필요 없다. 국제사법재판소에 가도 불리하지 않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든 않든, 일본은 계속 자기네 땅이란 논리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이 센카쿠 열도와 북방 네 개 도서와 독도 문제에 무슨 일관성이 있나? 또 우리가 '일왕이 사과해야 한다'고 말 못할 이유가 뭐가 있나?"라고 했다고 김 전 수석은 전했다.
이번 회고록이 공개된 뒤 '자화자찬'이란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김 전 수석은 "어떤 회고록에도 한계는 있다. 회고록은 자신의 실패와 잘못을 반성하는 '참회록'이 아니지 않은가. 더구나 '대통령의 회고록'이다.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도 어느 정도의 자랑과 합리화는 불가피한 것이라는 점을 독자들이 널리 헤아려주기 바라는 마음이다. 이번 회고록은 이 전 대통령의 뜻대로 '정책 위주의 회고록'이다"라고 설명했다.
회고록 집필과정에서 박 대통령과 얽힌 비사를 어디까지 공개할지를 두고도 갑론을박이 있었다고 한다.
김 전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애증을 다루어야 한다는 여러 장관과 수석들의 건의가 있었지만 이 또한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에게 부담을 줄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게 전직으로서의 도리'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쪽(박 대통령)에서는 전혀 다르게 볼 수 있다'고도 했다"고 설명했다. 회고록에 박 대통령과 관련한 언급이 적은 이유가 그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정치적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대목은 시간이 좀 더 흐른 뒤 국민들이 차분하게 판단할 수 있을 때쯤 다시 쓰겠다는 것이 이 전 대통령의 뜻이다. 그러니 이번 회고록은 이 전 대통령이 펼친 정책에 담긴 철학과 배경을 기록하는데 중점을 두라는 의미였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 여사에 관한 일화도 이 책에서 볼 수 있다.
김 여사는 2007년 대선 당시 이 전 대통령이 사재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한 것과 관련, 류우익 전 통일부 장관에게 "이제 아들하고 상의해 허경영을 지지해야겠다. 재산을 전부 기부하면 아들 장가는 어떻게 보냅니까? 허경영 후보가 공약으로 신혼 부부에게 몇 억원씩 준다고 하니까 우리는 허경영 지지하렵니다"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다고 한다.
김 전 수석은 '광우병 파동'에 따른 촛불시위 당시 "이 전 대통령이 갑자기 어청수 전 경찰청장에게 '절대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엄중 지시를 했다. 그 배경에 김 여사가 있었다. 김 여사는 이 전 대통령께 '시위대에는 선량한 시민도 많은데 희생자가 나면 군사독재정권과 똑같이 된다'고 말씀드렸다 한다"고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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